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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비정규직’ 재가종무원의 현실과 대책

기자명 법보신문

“4대 보험 안되고 주지 스님 바뀔까 노심초사”

 
대다수 사찰 재가종무원의 근무 환경이 열악한 가운데 조계사 등 일부 사찰이 4대 보험 보장 등 재가종무원의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범어사 전 재무팀장 임모 씨의 죽음은 현재 사찰에서 근무하는 재가종무원이 처한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라는 분석이 많다. 기본적으로 가입해야 할 4대 보험은 고사하고 주지가 바뀔 때마다 함께 짐을 싸야 하는 것이 현재 재가종무원의 현실이다. 이렇다 보니 사찰에서 근무하는 재가종무원은 언제 그만 둘지 모른다는 고용 불안을 겪어야 할 뿐 아니라 특정 스님에 대한 줄서기를 할 수밖에 없는 기이한 풍토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재가종무원은 비정규직=참여불교재가연대 산하 NGO미래경영연구소가 최근 재가종무원의 근무환경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조계종 중앙종무기관을 제외하고 본말사에 근무하는 대다수의 재가종무원이 신분과 처우에 있어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다수의 종무원이 4대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상태이며 대졸 30대 후반의 과장급 이상 종무원의 월 급여가 15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도시근로자의 평균 소득이 월 26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재가종무원의 처우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더욱 문제인 것은 대부분의 사찰에서 종무원의 복무, 인사, 신분보장, 처우와 관련된 별도의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아 종무원의 임면에 관한 모든 권한을 주지 스님이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사찰에서 재가 종무원은 주지 스님의 말 한마디면 언제든지 그만 둘 수밖에 없는 일용직과 같은 처지에 내몰리고 있다.

◇주지 임기가 재가종무원 정년?=사찰의 주지가 바뀔 때마다 재가종무원도 함께 바뀌는 기이한 현상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실제 문제가 된 범어사의 경우 전임 주지 때 고용됐던 대다수 재가종무원이 새 주지 스님의 부임과 함께 그만 둔 상태다. 또 서울 강남의 모 사찰의 경우도 지난 2006년 새 주지 스님이 부임하면서 전체 재가종무원의 절반에 가까운 수가 새로운 인물로 바뀌었으며 호남지역의 한 교구본사도 주지 스님이 교체되면서 재가종무원도 교체됐다. 이렇다 보니 교계에서는 ‘재가종무원의 정년은 주지 스님의 임기와 같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회자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왜 주지가 바뀔 때마다 재가종무원도 바뀌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는 것일까. 이는 스님들 간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재가종무원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즉 전임 주지 당시 채용된 재가종무원은 곧 정치적으로 자신과 반대급부이기 때문에 그들의 고용을 승계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스님들의 정치 싸움에 재가 종무원마저 휩쓸리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이처럼 재가종무원의 잦은 교체는 곧 사찰 종무행정의 퇴보로 직결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전임 주지 당시부터 진행되던 사업이 연계성을 잃고 중단되거나 축소되는가 하면 체계적인 종무행정마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대책은 없나=재가종무원의 열악한 처우와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종단이 나서 사찰 종무원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특히 종단차원에서 종무원의 복무, 인사, 신분보장, 처우 등이 포함된 ‘사찰 종무원 인사 표준제도’를 입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를 통해 주지 스님의 인사권 전횡을 막고 종무원의 신분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종무원에 대한 중장기 교육과정을 마련, 체계적인 교육을 진행함으로써 종무원 스스로 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해 나갈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영철 NGO미래경영연구소장은 “종무원의 역할확대와 위상제고를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을 통해 종무 전문가를 발굴해 내겠다는 종단적 차원의 역할이 절실하다”라며 “우선 현실과 동떨어진 급여 체계, 고용불안 등 재가종무원이 겪는 현실적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대대적인 입법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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