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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경 스님의 유식삼십송 강설]①게송의 배경

기자명 법보신문

외계의 대상 부정하는 깊고 넓은 유식사상
게송으로 간결하게 표현해낸 세친의 작품

유식이란, 유식무경(唯識無境)의 준말이다. 오직 의식만이 존재하고 외계에 실재하는 대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일체는 마음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와 동일한 의미를 가진다. 역사적인 전개의 과정에서 보면, 유식학파는 외계의 존재를 인정하는 유부학파와 일체가 공(空)이라는 중관학파의 입장을 모두 비판한다.
유부학파는 상식을 옹호하여 외계의 대상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믿음을 가진다. 이것을 소박한 실재론이라 치부한다. 소박하다는 말은 실제로 대상이 외계에 존재하는지에 대한 반성적인 비판을 하지 않는 채 관습적으로 외계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것이다. 유식학파는 외계 존재는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마음이 반영된 결과라고 주장한다.

유식학파는 모든 것이 본래 존재하지 않는다는 중관학파의 입장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태도를 취한다. 외계의 대상은 존재하지 않지만, 그것을 존재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마음은 존재한다는 것이다. 꿈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지만, 꿈을 꾸는 의식은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일상의 상식을 설명할 수가 있고, 누구나 힘들어하는 고통의 발생과 그 소멸을 설명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유식학파는 미륵(Maitreya)에 의해서 성립되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미륵이 실존했던 인물인가에 대해 학계에서는 확실하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황이다. 그의 생몰 연대가 350-430 경이라곤 하지만, 오히려 역사상의 인물이기보다는 신화적인 인물에 가깝다. 이를테면 미륵의 저작으로 알려진 『유가사지론』의 경우도 최근의 연구 성과에 따르면, 한 개인의 작품이 아니고,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참여하였고, 저작시기도 일시에 성립된 것이 아니라,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완성되었다고 말한다.

이렇게 보면 유식사상을 실질적으로 조직한 인물은 무착(Asanga)이었다. 무착의 대표적인 저술은 『섭대승론』이다. 『유가사지론』이 초기 유식사상의 성립을 보여준다면, 『섭대승론』은 아뢰야식, 삼성설, 유식수행론 등 실질적인 유식사상을 본격적으로 체계화시킨 저술로 평가된다.

다음으로 유식사상에서 중요한 인물은 바로 세친(Vasubandhu)이다. 세친은 무착의 친동생이다. 세친은 본래 유부학파에 속하였고, 나중에는 『구사론』과 같은 경량부적 관점의 저술도 남겼지만, 형의 권고로 끝내는 대승불교로 전향하였다. 세친은 방대한 유식사상을 간결하게 게송으로 정리함으로써, 유식사상의 대중화에 큰 공헌을 하였다. 그 대표적인 결과가 『유식이십론』과 『유식삼십송』이다. 특히 『유식삼십송』은 짧은 게송의 형태인데, 깊고 넓은 유식사상을 매우 간결하게 잘 표현한 명작으로 손꼽힌다. 이후 유식사상은 실질적으로 『유식삼십송』을 중심으로 십대논사들이 많은 논쟁을 하면서 전개되었다.

본 연재에서는 『유식삼십송』을 강의하고자 한다. 물론 과거에도 그렇지만, 현대에도 많은 사람들에 의해서 세친의 『유식삼십송』은 해설되고 강의가 되었다. 본 연재에서는 심리학혹은 심리치료적 관점에서 해설하고, 쟁점이 되는 부분은 호법의 『성유식론』의 입장을 존중하여 연재하고자 한다. 관심 있는 여러분의 동참을 기대한다.


인경 스님은
송광사로 출가해 전통강원을 졸업하고 중강을 역임했으며, 동국대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는 동방대학원대 명상치료학 교수를 비롯해 명상상담연구원 원장, 한국명상치료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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