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명법문 명강의] 범세계불교교단우의회 로카미트라 법사

기자명 법보신문

수행으로 내가 변하면 세상도 그만큼 변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범세계불교교단우의회(TBMSG)의 로카미트라입니다. 오늘 참여불교재가연대의 초청으로 이렇게 여러분과 함께 하게 돼서 굉장히 기쁩니다.

오늘은 참여불교 운동과 관련해 몇 가지 중요한 점들을 말씀드리려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참여불교라는 용어에 대해서 살펴봐야지요. 참여불교 운동은 비폭력, 자유, 평등과 같은 불교적 가치를 현실세계에 구체적으로 실현함으로써 맑고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가자는 현실참여운동입니다. 그러나 저는 참여불교라는 단어가 이미 부처님 재세 당시부터 사용되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불교라는 말 자체에 이미 사회참여라는 뜻이 내포돼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불교 그 자체가 참여불교라는 사실은 승가의 활동을 통해서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스님들이 탁발을 하는 것은 그들이 살고 있는 지역의 주민들과 유대 관계를 맺는 중요한 활동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마을에서 500m이상 떨어진 곳에서 살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해야만 스님들이 지역민들과 관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진-전법이 참여불교 핵심

여러분들에게 한 가지 묻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수행을 많이 한 사람들을 만나면 어떤 느낌을 받으십니까? 저는 수행을 많이 한 사람들을 만나면 은연중에 우리의 의식수준도 같이 높아진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너그러워지고 자비심도 더 충만해진다는 뜻이지요. 우리 재가불자들의 의식도 승가의 의식이 높아지는 것에 따라 같이 높아진다고 풀이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처럼 진정한 승가는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의식을 고양시킵니다. 따라서 불교 자체가 참여불교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우리는 부처님의 이런 참여불교 정신을 실천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실천방안이 바로 불가촉천민들에 대한 포교와 교육입니다.

불가촉천민이라는 말은 법적으론 금지됐지만 실제로는 아직도 쓰이고 있습니다. 불가촉천민은 인도 전체 인구의 1/6에 해당합니다. 2억여 명이 불가촉천민에 해당하지요. 한국인구의 4배에 이르는 많은 숫자입니다. 불가촉천민들은 그들의 처해 있는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많은 수가 불교로 개종하고 있습니다.

불가촉천민 교육이 곧 포교

지난 2005년에는 1956년 불가촉천민들이 처음으로 불교로 개종했던 사건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가 열렸습니다. 당시 불가촉천민들이 개종을 하게 된 데에는 암베드카르 박사가 큰 역할을 했지요. 그러나 암베드카르 박사는 그 자신이 바로 불가촉천민이었습니다. 그는 서인도 지역에서 학교 교육을 받은 첫 번째 불가촉천민이었지요. 그러나 학교를 다니면서도 그는 워낙 괴롭힘을 많이 받아 제대로 공부를 하기 힘든 형편이었습니다. 그런 역경을 이겨내고 그는 인도 독립 후 세워진 정부에서 초대 법무부장관을 지냈습니다. 또 인도 헌법의 기초를 다졌습니다. 하지만 그가 행했던 가장 훌륭한 일은 바로 불가촉천민들을 불교로 개종시킨 것입니다.

몇 년 전에는 하수도를 청소하던 여러 불가촉천민들이 한꺼번에 죽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 사고가 나게 된 원인은 안전 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하수도 청소를 진행한 탓이지요. 그러나 그들은 불가촉천민이기에 안전을 위한 장구 따위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하수도에서 일하다 몸에 배인 악취를 잊기 위해 과음하는 습관을 들인 사람들이 많습니다. 결국 그들은 일하던 도중에 하수도에서 나오는 악취와 독성 가스로 죽기도 하고, 그 냄새를 잊기 위해 과하게 마신 술 때문에 죽기도 합니다. 봄베이의 집창촌에서 일하는 창녀들도 대부분 가난한 불교도 집안의 처자이거나 불가촉천민입니다. 불가촉천민은 아이들조차도 노동착취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런 그들의 얼굴에 희망과 환희가 넘치는 날이 있었습니다. 몇 년 전 나그푸르에서 암베드카르 박사가 주도했던 불교 개종식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린 것입니다. 수많은 불가촉천민들이 행사에 참석했지요. 그들이 그토록 많이 참석했던 이유는 50년 전 그 날이야말로 불가촉천민이 처음으로 지옥에서 해방된 날이자 자유를 얻었던 날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암베드카르 박사의 신불교운동은 불교 성지만 남은 인도에 새로운 불교의 불씨를 지피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개종식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신불교운동에 동참하기 시작했고 마하라스트라 주에는 새로운 불상과 탑들이 세워지기도 했습니다. 1억 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마하라스트라 주에는 어디를 가든 불교도들이 있습니다. 아마도 한국 불자 여러분들이 그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해준다면 그들은 아주 기뻐하고 행복해하며 당신을 환영할 것입니다. 그만큼 그들은 부처님의 법에 목말라 하고 있습니다.

이제 저희들의 활동 현황에 대해 얘기하고자 합니다. 우리가 처음 불가촉천민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기 시작했을 때 우린 우리를 둘러싼 그들의 모습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불가촉천민을 위한 여러 가지 사회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어린이들에 대한 교육에 집중했고 주민들을 위해서도 여러 가지 일을 해왔습니다. 어른들에게는 바느질을 가르치고 다양한 문화를 알려줬습니다. 무료 진료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불가촉천민뿐 아니라 지진이나 쓰나미로 피해 입은 사람들을 돕기 위해 여러 가지 활동을 전개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런 활동들은 비록 불가촉천민으로 태어났지만 교육을 통해 지식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여러 인도인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들 대부분은 끔찍할 정도로 가난한 빈민굴에서 나고 살았던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불교를 만나 자신의 삶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삶까지 바꿔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암베드카르 박사처럼 그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함으로써 이 사회를 바꿔나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이를 위한 실천으로 올해 초에 인도 전역에서 불교를 배우기 위해 모인 사람들을 위한 학당을 만들었습니다. 사람들은 여기서 공부를 하고, 참선을 합니다. 공부를 마친 사람들은 고향으로 돌아가서 그들이 배운 것을 고향 사람들에게 전하고 각종 사회 활동에 참여하면서 사회를 바꾸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제 저희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여러분들이 충분히 이해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암베드카르 박사가 남긴 중요한 가르침은 내면의 교육이 사람과 사회의 변화를 가능케 한다는 것입니다. 암베드카르 박사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스님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중생들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 스승인 상카락시타 법사님도 승가의 중요성을 강조하십니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승가는 모든 불자들을 지칭하는 것입니다. 스님들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암베드카르 박사와 상카락시타 법사는 모두 승가를 공동사회의 이상적인 형태로 봤습니다. 승가가 이상적인 이유는 구성원 모두가 수행을 통해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입니다.

수혜자들은 타인에게 회향

마지막으로 간단하게 불교의 미래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20년, 30년, 40년 후 우리가 어떤 문제와 부딪히게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아주 심각한 문제를 만나게 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합니다. 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암베드카르 박사는 세상을 바꾸려면 우리가 스스로 마음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미래에 벌어질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란 아주 쉽기도, 아주 어렵기도 합니다. 불교가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우리가 더 적극적으로 삼보에 귀의하고 수행에 매진해야 하겠습니다.

정리=정하중 기자 raubone@beopbo.com


로카미트라 법사는

영국 태생인 로카미트라 법사는 1972년 인도 여행 중에 처음 불교를 접한 이후 26살 때 같은 영국 출신의 스님이자 불교 지도자인 상카락시타 법사를 만나 불교에 귀의했다. 이후 지금까지 오직 인도 불가촉천민의 평등한 권리와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때문에 ‘2억 인도 불가촉천민의 희망’으로 불리기도 한다. 1979년부터는 상카락시타 법사와 힘을 합쳐 범세계불교교단우의회(TBMSG)를 설립했다. TBMSG는 현재 인도에만 20개의 지역 센터를 건립해 이를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불가촉천민의 신분해방과 평화사상을 인도에 정착시켜온 공로를 인정받아 제12회 만해대상 평화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