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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한국불교 최초]13. 범종(梵鐘)

기자명 법보신문

725년 주조 오대산 상원사동종이 최고

현존 최고 오대산 상원사동종.

새벽 산사의 정적을 가르며 울려 퍼지는 종소리에는 중생이 고통에서 벗어나 석가모니 부처님이 가르친 깨달음의 세계에 이르고자 하는 서원이 담겨있다. 따라서 범종(梵鐘) 소리는 모든 중생의 각성을 촉구하는 부처님의 음성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그 종소리는 지옥에서의 고통을 쉬게 하고 모든 번뇌를 소멸시키며, 꿈속에서 살아가는 중생들의 정신을 일깨우는 지혜의 울림이 되기도 한다. 때문에 불교에서는 사찰에서 듣는 범종 소리가 진리를 설하는 부처님의 사자후와 다름없으므로 귀로 듣는 소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들어야 하는 소리라고 가르치고 있다.

흔히 사찰에서 대중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할 때나 의식을 행할 때, 그리고 시간을 알리는데 사용하는 법구로 소개되는 범종. 우리나라에는 고구려에 처음으로 불교가 전래될 때부터 들어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현재 남아 있는 범종들은 모두 통일신라시대 이후 것들이어서 그 연원을 밝히는 것이 간단하지 않은 상황이다.

삼국유사에 565년 범종 첫 기록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히는 성덕대왕신종.

다만 범종 전문가들에 의해 밝혀지고 추정되는 것은 현재 한국불교에 전해지는 범종이 중국의 주(周)나라 때 만들어져서 널리 이용되다가 주나라 말기인 전국시대 이후부터 자취를 감춘 악기의 일종인 용종(甬鐘)을 모방한 것이라는 정도다. 범종의 유래에 대한 몇 가지 설이 더 있기는 하지만 현재까지는 용종을 모방해 발전시켰다는 것이 정설로 굳어져 있다.

현 시점에서 확인할 수 있는 문헌상 최초의 범종은 565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삼국유사 권3』원종법흥조에서 “천수육년(天壽六年)에 법당을 세우고 법종을 걸었다”는 기록이 있다. 천수육년은 565년에 해당되며, 이것이 기록으로 본 한국불교 최초의 범종이다. 그리고 부여 군수리사지와 동남리사지 등에서 범종이 사용된 흔적을 찾을 수 있으나 실체를 찾을 길은 없다.

그렇다면 현재 남아 있는 범종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어떤 것일까.
강원도 오대산 상원사동종(국보 제36호)이 바로 가장 오래된 범종이다. 상원사동종은 본래 안동의 문루에 걸려 있던 것을 조선 예종 1년(1469)에 옮겨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이 종의 역사는 천판(天板) 위쪽 면의 용뉴 양쪽에 새겨진 명문에서 확인됐다. 명문에는 “개원십삼년 을축삼월팔일 종성기지 도합유 삼천삼백정(開元十三年 乙丑三月八日 鐘成記之 都合鍮 三千三百鋌)…”이라고 새긴 대목이 있다. 명문에 새겨진 개원 13년은 신라 성덕왕 24년(725)으로, 이 기록에 따라 상원사동종이 현존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종으로 꼽히고 있다.

성덕대왕신종, 명문 1000자 남겨

상원사동종은 높이 167cm, 입지름 91cm의 크기로 이 종의 맨 위에는 큰 머리에 굳센 모양의 발톱을 가진 용이 고리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소리의 울림을 도와주는 음통이 연꽃과 덩굴무늬로 장식돼 있다. 종에는 서로 마주보는 2곳에 구름 위에서 무릎꿇고 하늘을 날며 악기를 연주하는 비천상이 있고, 그 비천상 사이에 종을 치는 부분인 당좌를 구슬과 연꽃 무늬로 장식해 만들었다.

상원사동종은 조각수법이 뛰어나고 종의 몸체 아래와 위의 끝 부분이 안으로 좁혀지는 고풍스런 모습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종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아름다운 것으로 한국 종의 고유한 특색을 모두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상원사동종은 우리나라 종의 전형으로 일컬어지고 있으며, 이후 고려시대와 조선시대를 통해서 이러한 양식의 전통이 지속적으로 계승되었다.

범종의 역사상 가장 클 뿐만 아니라 신기의 기술이 더해진 최고의 작품으로 꼽히는 종은 바로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진 성덕대왕신종(국보 제29호)이다. 성덕대왕신종은 높이 3.73m, 입지름 2.27m의 크기에 무게가 약 25톤에 달한다. 신라 경덕왕이 아버지인 성덕왕의 공덕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만들기 시작해 끝을 보지 못한 것을 혜공왕이 771년에 완성했다.

완성된 종을 처음에 봉덕사에 달았다고 해서 봉덕사종이라고도 하고, 아기를 시주해 넣었다는 전설로 인해 아기의 울음소리를 본 따 에밀레종으로도 불린다. 종의 몸체에는 상하에 넓은 띠를 둘러 그 안에 꽃무늬를 새겨 넣었고 종의 어깨 밑으로는 4곳에 연꽃 모양으로 돌출된 9개의 유두를 사격형의 유곽이 둘러싸고 있다. 이 종 역시 2쌍의 비천상이 있고 비천상 사이에 종을 치는 당좌가 연꽃 모양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몸체 2곳에 종에 대한 내력이 새겨져 있어 종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종에 새겨진 1000여자의 명문 중에는 “종소리를 통해 시방에 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부처님의 원음에 항상 귀기울여 구도심을 잃지 말아 깨달음의 길에 오를 것”을 강조한 대목이 있어, 종이 단순히 소리를 내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마음을 청정하게 하고 지혜를 얻게 하는 사자후임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불교의 범종은 혼이 담긴 소리와 더불어 우아한 형태, 표면에 조각된 아름다운 무늬, 특색 있는 의장 등으로 인해 세계적으로도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리고 세계인들은 한국불교의 범종 소리를 “마음에 울리어 가슴으로 듣는다”고 높이 평가하고 있다.
오늘날 한국불교 범종의 전형으로 여겨지는 신라 범종은 상원사동종과 성덕대왕신종 이외에 청주운전동출토동종, 선림원동종, 실상사동종 등이 있으나 선림원동종과 실상사동종은 파손돼 원형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완전한 형태를 갖춘 신라 종은 국내에 3구만 남아 있다. 특히 비운의 종으로 불리는 선림원종(804)은 양양 선림원터에서 발굴한 이후 국보로 지정된 뒤 오대산 월정사로 옮겨졌으나, 6·25때 월정사가 불타면서 함께 불에 타 원형을 잃고 국보에서 해제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고려시대 범종은 시대가 흐르면서 양식적으로나 각 부의 수법에 있어서 많은 변화를 보인다. 고려 전기 작품으로는 천흥사동종, 청녕4년명동종, 용주사 동종이 있고, 고려후기 작품으로는 정풍2년명동종, 내소사동종, 탑산사동종, 중장사기축명동종 등이 있다. 그리고 조선시대에는 역시 불교 쇠퇴와 함께 종 주조술도 더 이상의 발전을 이루지 못했다. 조선 후기에 만들어진 종은 절대연대를 알 수 있는 명문이 새겨져 있고 직지사순치15년명동종, 통도사강희25년명동종, 범어사웅정6년명동종 등이 대표적이다.

선림원종은 불에 타 국보 해제

한편 종을 매달 수 있게 하는 종의 고리부분에 용이 만들어진 연유도 눈길을 끈다. 전해지는 기록에 따르면 용의 아홉 마리 자식 가운데 소리내어 울기를 좋아하는 포뢰라는 자식이 있었고, 포뢰의 울음 소리가 범상치 않았기 때문에 종을 만들면서 종 고리의 상징적 장식물로 용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 여기에는 훌륭한 종소리를 염원하는 희망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포뢰가 용의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게 물 속의 큰 물고기를 두려워했고, 이 때문에 물고기가 공격하면 더 큰 소리를 내서 운다고 해서 종을 치는 타봉의 모습을 물고기 모양으로 조각해 이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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