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천불만다라]32. 어리석은 이의 나이 먹는 모습

기자명 법보신문

배우지 않고 게으른 이는 나이 들어도 지혜가 없다

배움이 적은 사람은
황소처럼 늙어만 간다
그의 육신은 살이 찌지만
그의 지혜는 자라지 않는다
 - 『법구경』

 

위의 게송에서 ‘배움이 적다’는 것은 일반적인 지식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지식마저도 게으르거나 어리석어서 배우지 않는다면 진리의 길에는 더더욱 멀어지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 게송 역시 『법구경』의 ‘늙음의 장’에 속해 있다. 늙음은 시시각각 다가오는데 어리석은 탐욕의 삶은 전혀 개선되지 않음을 앞의 게송에서 경책하셨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우리는 24시간 중에 진정으로 자기를 향상시키는 일에 얼마만큼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지 않으면 안 된다. 까닥 잘못하면 배움에 게으르고 고집만 부리면서 황소처럼 늙어 가면 그 결과로 정신세계가 황폐해 질 것이라는 경책의 가르침이다.

불교의 근본 수행법 중에 5정심관(五停心觀)이 있다. 즉, 부정관, 자비관, 인연관, 수식관, 계분별관 등의 다섯 가지 수행법으로 중생의 업장(業障)을 소멸시키게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부정관(不淨觀)은 백골관(白骨觀)에 가까운 것으로 우리 육체의 더러움과 백골로 변해버릴 덧없음을 관찰하는 수행법이다. 육체에 대한 집착과 음욕이 많은 사람이라면 부정(不淨)의 법문으로 다스리고, 대인관계에서 성냄이 잦은 사람이라면 상대방을 자비심으로 관찰하라는 자심(慈心)의 법문으로 다스리며, 매사에 지혜롭기보다는 어리석음이 많은 사람이라면 인연의 이치를 잘 살펴서 지혜롭게 행동하는 인연관으로 다스리고, 항상 들떠있어서 안정되지 못하는 사람은 들숨과 날숨을 살피는 수식관으로 스스로를 다스리며, 자신에 대한 집착이 강해서 나와 남을 구분 짓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참다운 이치를 살피는 계분별관으로 자신을 다스리는 등의 수행법이다. 이와 같이 우리가 안고 있는 다종다양한 병폐를 갖가지 수행법으로 다스리는 것이 1차적으로 지혜로운 삶의 시작이다.

게으르고 고집센 늙은 황소

오욕(五欲)이라고 하는 다섯 가지 욕망은 우리의 삶을 즐겁게 하는 원동력이다. 그러나 이 욕망이 과해지면 탐욕이 된다. 기본적으로 대표적인 탐욕을 다섯 가지로 들고 있다. 재물에 대한 욕망(財), 남녀 간의 성에 대한 욕망(色), 음식에 대한 끝없는 욕망(食), 끝까지 우리 마음을 사로잡는 명예에 대한 욕망(名),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수면에 대한 욕망(睡)이다. 이러한 욕망들이 탐욕으로 넘어가려고 할 때 우리 스스로를 다스리는 수행법은 부정관(不淨觀)이다. 부정관은 곧 우리의 몸이 한없이 부정한 것이라고 관(觀)하는 방법이다. 생명의 본바탕인 우리의 육체가 자신의 편의만을 생각하는 쪽으로 움직일 때 탐욕의 근본이 된다. 그래서 그 탐욕을 채우기 위하여 한량없는 나쁜 짓을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그러한 탐욕심을 다스리는 방법으로서 ‘이 몸은 부정한 것이다’라고 관하는 것이다. 이 수행법은 고요히 앉아서 자신의 몸의 모든 상태를 자세히 관찰해 본다. 몸은 오물자루와 같고 부서지기 쉬우며 각 부분에 병고가 깃들어 있으며 언젠가는 생명이 끝나고, 끝내는 썩어서 냄새나는 물질로 변하고 드디어는 백골이 되어 나뒹굴게 되는 존재인 것이다. 더럽고 영원하지 못한 이 몸에 대하여 애착심을 놓아버리는 순간에 모든 탐욕이 사라지고 어리석음도 사라지게 된다. 몸을 통하여 진리를 보고 마음이 순조로워 지는 지혜인이 되는 것이다. 육신의 탐욕을 끊어 버릴 때 육신에 얽매인 어리석은 삶으로부터 벗어나서 참다운 자아와 만나게 된다.

야운화상의 『자경문』(자신을 경책한 글)에서 ‘든 것 없이 거만하기만 한 것은 굶주린 호랑이와 같고, 아는 것 없이 게으르기만 한 것은 나무에서 떨어진 원숭이와 같다(空腹高心如餓虎 無知放逸似顚猿)’라는 경책의 말씀이 있다. 정신적으로 채워진 것은 없으면서도 육체적인 나이를 먹어서 남이 대접해 주기를 바라는 교만심만 높아진 볼품없는 모습을 ‘공복고심’이라고 경책한 것이며, 배워서 알려고 노력하지 않는 게으른 삶의 모습을 재주부리다 떨어진 원숭이로 비유한 것이다. 세월은 쉬지 않고 흘러가서 우리를 변모시키고 있는데 세월의 축적만큼 자신을 갈고 다듬지 않는다면 우리는 한낱 힘이 빠진 호랑이처럼 허상에 매여 있을 것이고 재주부리다 떨어져 볼품없는 원숭이와 같은 모습이 될 것이다.

배움은 아무도 대신할 수 없는 일

이는 누구나 저지르기 쉬운 어리석은 사람들의 나이 먹어 가는 모습이다. 우리가 자신의 삶에 대하여 한 치의 앞도 헤아리지 못하면서 어리석은 생활에 도취되어 세월만 헛되이 보내고 있다면, 그의 육신은 나이를 먹고 살이 찌지만 그의 지혜는 자라지 않는 것이 황소처럼 늙어가는 삶이라고 깨우치고 있는 것이다.

야운 화상의 『자경문』에는 위의 글에 이어서 ‘삿된 말과 마구니의 이야기는 즐겨 받아들이고(邪言魔語肯受聽) 성인의 가르침이나 어진이의 말씀은 들으려고 조차도 하지 않는다(聖敎賢章故不聞)’라고 어리석은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개탄하고 있다. 우리들의 어리석음을 깨닫는 순간 더 이상 어리석음을 이어가지 않기 위해서는 삿된 말과 잘못 인도하는 말에는 마음을 거두고 최고의 스승이신 부처님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곧바로 실천에 임하려는 각오가 필요하다. 이것은 오직 자신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며 아무도 대신 해줄 수 없는 일임을 자각해야 한다. 본각 스님 (중앙승가대 교수)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