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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광 스님의 가피이야기]

기자명 법보신문

부처님 가피는 보고 듣는 것에 달려있다

근(根), 진(塵), 식(識)을 삼사생연(三事生緣)이라 부른다. 생명을 출현시키는 세 가지 인연이란 뜻이다. 금생의 6근이 6진을 인연하여 금생의 6식을 만들고 금생의 6식이 내생의 몸인 6근을 만든다. 내생의 6근이 내생의 6진을 인연하여 내생의 6식을 만들고 다시 내생의 6식은 다시 3생 뒤의 6근을 만드는 것이다. 근, 진, 식은 이렇듯 끊임없이 윤회하는 사이클을 따라 나아간다. 눈, 귀, 코, 입, 혀, 몸이 색, 성, 향, 미, 촉, 법을 인연하여 그 정보로 몸을 만든다. 식이 몸의 원동력이라 하듯 눈, 귀, 코, 입, 혀, 몸으로 인연하는 색, 성, 향, 미, 촉, 법의 정보가 내생의 몸을 만드는 원천이다. 매일을 살며 음식을 취하는 것처럼 눈, 귀, 코, 입, 혀, 몸의 모든 감각기관도 하나같이 취하는 대상이 있고 그 대상 따라 나의 미래를 좋게도 나쁘게도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음식을 취할 때 좋은 음식도 있고, 나쁜 음식도 있다. 좋은 음식을 취하면 건강에 좋고 우리의 몸도 마음도 좋은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런데 우리는 혀로만 음식을 취하는 것이 아니다. 눈으로 먹고 귀로도, 코로도, 혀로도, 몸으로도 모두 먹는다. 눈으로 보는 대상은(色) 눈의 음식이요, 귀로 듣는 대상(聲)은 소리가 먹는 음식이다. 코, 혀, 몸도 마찬가지이다. 좋은 냄새가 있고 사람을 질식 시키는 악취도 있다. 피부의 감촉도 몸에 이로운 게 있고 해로운 게 있다. 눈만 하더라도 좋은 음식을 먹어야하듯 좋은 것을 보아야지 나쁜 것을 보여주면 나쁜 음식을 먹이는 것 같이 병이 난다. 귀도 좋은 것을 들려주어야하고 코, 혀, 몸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야 좋은 길로 나아가고 미래도 좋아지는 것이다.

좋은 운명의 물꼬를 열어가는 것이다. 그릇된 것들을 눈, 귀, 코, 혀, 몸에 먹이면 그의 행로가 그릇되고 이른바 악도를 열어갈 수밖에 없다. 따지고 보면 우리의 운명은 그가 무엇을 보고, 듣고, 생각하는가? 안, 이, 비, 설, 신, 의에 어떤 음식을 공급하는가? 안, 이, 비, 설, 신, 의를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달려있다. 그의 운명은 결단코 그의 눈, 귀, 코, 혀, 몸에 먹이는 음식에 달려 있다. 그대는 그대의 눈, 귀, 코, 혀, 몸에 무엇을 먹이는가? 무엇을 보고, 듣고, 생각하는가?

우리는 매일의 일상에서 보고, 듣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너무도 무심하다. 그것이 바로 자신의 운명의 행로인데도 말이다. 눈을 바로하고 귀, 코를 혀를 몸을 바로 해야 한다. 눈, 귀, 코, 혀, 몸으로 부처님을 뵙고 염불을 하고 예경을 하는 것 등 수행이 진정 자신의 운명의 물꼬를 바꿔가는 숭고한 작업임을 알라! 부처님의 참된 가피의 힘을 입으려면 눈, 귀, 코, 혀, 몸을 부처님께 회향하라. 그 길이 부처님의 가피를 내 것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작업이다.

수행이 그대의 운명을 바꾸는 첩경이다. 눈, 귀, 코, 혀, 몸으로 대하는 대상 자체가 운명을 결정짓는 요인이다. 그대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 듣고 있는가? 그를 단속하라. 그를 점검하라. 탁하고 추한 것을 보고 있는가? 그대는 지금 그대의 마음과 몸에 독을 먹이고 있다. 그 길은 파멸이다. 파멸인 줄 알면서도 파멸의 길을 마다하지 않는 게 중생이다. 이러면 안 되는데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 불구덩이로 걸어 들어간다.
화약을 지고 불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다. 그에게 파멸의 날은 필연적이다. 누가 그를 지옥으로 보내는가? 그 누구도 그를 지옥으로 악도로 보내는 존재는 없다. 스스로 굴러 떨어지는 것이다. 거듭 눈, 귀, 코, 혀, 몸을 부처님 전에 회향하라. 부처님을 우러러 뵙고 부처님을 찬탄하라! 한없는 감사의 기도를 올려라. 절을 하라. 바라밀행을 하라. 그 길이야말로 부처님의 무한가피를 나의 것으로 하는 지름길이다. 그의 앞길은 부처님의 찬연한 영광과 함께 하리라. 

지광 스님 서울 능인선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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