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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경 스님의 유식삼십송 강설]⑤아뢰야식의 성질

기자명 법보신문

폭류처럼 끊임없이 변하는 게 아뢰야식
의식은 사라지지 않고 질적으로 바뀔 뿐

아뢰야식은 유복(無覆)과 무기(無記)의 성격을 가지며
접촉[觸] 등의 변행심소(遍行心所)도 마찬가지이다.
아뢰야식은 항상 폭류처럼 변하고, 아라한의 지위에서 소멸된다.
(是無覆無記 觸等亦如是 恒轉如暴流 阿羅漢位捨)

위는 유식삼십송(唯識三十頌)의 제4송이다. 제3송과 마찬가지로 아뢰야식의 성격을 설하는 게송이다. ‘아뢰야식은 무복(無覆)과 무기(無記)의 성격을 가진다’는 제1구에서, 『성유식론』에 의거하면, 무복(anivrta)은 성인의 길을 덮거나 방해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무기(avyakrta)는 선악을 결정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이는 아뢰야식이 대상에 물들지 않기 때문에 명상수행을 방해하지 않고, 또한 선악의 결정이 없기 때문에 경험을 그대로 수용한다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창고처럼 행위에 대해서 스스로 판단하지 않고, 오고 감을 그냥 그대로 수용하는 역할을 한다는 말이다. 만약 창고가 스스로 가치를 판단하거나 선악을 구별한다면, 창고로서의 역할을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제2구에서 ‘접촉(觸) 등의 보편적 마음현상(遍行心所)도 마찬가지이다’는 구절은 접촉, 작의, 감정, 생각, 갈망 등도 아뢰야식과 상응하는 마음현상이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역시 무복이고 무기의 성품을 가진다는 의미이다.
아마도 감정이나 생각과 갈망이 대상에 물들지 않고, 선악의 결정을 할 수 없는 마음현상이라고 한 점은 조금은 이해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다시 말하면 감정, 생각, 갈망은 이미 대상을 향하여 물들어 있고, 벌써 선악의 가치판단을 함축하고 있지 않는가 하고 반문할 수가 있다.

하지만 이들은 그 자체로는 선악의 가치판단을 할 수 없다는 것이고, 단지 그것들을 자아가 평가하고 해석할 때에, 비로소 선악의 가치에 물든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하면 감정, 생각, 갈망에 대해서 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아뢰야식이 아니라, 제7식의 자아의식이라는 것이다. 성남의 감정 그 자체는 좋고 나쁨이 없지만, 자아가 그것을 의식하고 평가하는 순간, 그곳에는 가치가 개입되어 죄책감이나 자책으로 물들게 된다는 의미이다.
제3구는 아뢰야식은 폭류처럼 끊임없이 변화하는 과정에 있음을 언급한 대목이다. 이것은 아뢰야식이 어떤 형이상학적인 존재로서 고정된 어떤 실체를 가진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없음을 말한 것이다. 그것의 존재는 항상하지만, 끊임없이 변천하여 흐르는 폭류에 비유된다.

촛불은 그 자체로 영속적인 존재로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끊임없이 초물이 흘러서 불꽃으로 변화된다. 마찬가지로 흐르는 강물도 항상된 존재로 보이지만 계속적으로 변화를 거듭하는 생명의 흐름을 상징한다.
만약 거친 강풍이 불어 닥치면, 거친 파랑이 일어나면서 강물은 소용돌이가 일어난다. 이때 거친 강풍은 제7식에 해당된다. 제7식은 새로운 종자를 뿌리고, 제8식의 강물은 그 씨앗을 수용하여 저장하고, 다시 그것을 인연에 따라서 밖으로 드러난다. 이런 과정이 폭류의 비유이다.

마지막 제4구는 아라한의 지위에서 아뢰야식은 그 성격이 변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식은 그 자체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질적으로 변화된다. 다시 말하면 말라식에 의한 선악의 분별에서 오는 번뇌가 사라진 점에서 ‘집착한다(執臧)’는 의미의 명칭을 더 이상 사용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성유식론술기』에 의거하면, 소멸된 것은 무겁고 거친 번뇌가 사라진 것이지, 이것이 근본적인 깨달음을 의미라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인경 스님 동방대학원대 명상치료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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