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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광 스님의 가피이야기]

기자명 법보신문

지금 이 순간 부처를 잡아라

전쟁터에 나간 사람의 목숨은 한순간이다. 적을 대하면 젖 먹던 힘까지 한순간에 다 쏟아야 한다. 누가 목에 칼을 들이대고 “너! 죽을래!” 하면 그 순간 그가 대통령이든 재벌이든 소용없다. 모든 것을 까맣게 잊게 된다. 백겁적집죄(百劫積集罪) 일념돈탕진(一念頓蕩盡). 백겁동안 쌓아온 죄라 하더라도 한순간에 다 녹아버린다는 얘기다. 가능한 얘기일까? 불씨 하나가 마른 풀 더미를 일거에 태워버린다. 일념즉시무량겁(一念卽是無量劫)이니 일념삼천(一念三千)이니 하는 가르침도 마찬가지다. 한순간이 무량겁을 머금기도 하고 한 생각이 우주를 삼키기도 한다. 한 순간의 선택이 하늘과 땅을 갈라놓고 한순간이 부처와 중생을 갈라놓는다. 전념미즉중생(前念迷卽衆生)이요 후념오즉불(後念悟卽佛)이라. 진정 한생각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칠 수가 없다. 진정 한 생각이 운명을 가른다. 한순간이 지옥과 천당을 갈라놓는 것이다.

“죄업이 산같이 쌓여 있는데 어떻게 염불 한 순간으로 그 많은 죄업을 소멸하고 왕생할 수 있다는 말인가”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의 말씀은 간결했다.
“죄업은 망상이요 어둠이다. 기도하는 한 순간 참회하는 한 순간은 진심이요 광명이다. 태양이다. 태양이 나타나면 무량겁의 어둠은 사라진다.”

참으로 명쾌한 답변이시다. 부처님의 명호는 만덕을 머금은 것이어서 일념(一念)염불하는 것은 만덕을 염하는 것이고 무량한 광명을 비추는 것이다. 악업이 가득 하더라도 염불하는 마음이 가득하면 악업을 걷어내고 능히 무시이래로 지은 선업을 이끌어내어 성불하고 왕생할 수 있다. 어둠과 광명은 차원이 다른 것이어서 함께 할 수 없는 이치와 같다. 무량겁 이라거나 삼천대천세계 등의 시간과 공간은 모두가 상대성의 세계, 이기심의 세계다. 부처님과 하나가 되면 모든 시간과 공간은 녹아져 버린다. 문자 그대로 열반의 세계인 것이다.

기도 끝에 한없는 즐거움이 오고 무량가피와 하나 되는 이유는 기도 가운데 내가 나와 만나고 부처님과 내가 만나고 영원과 만나기 때문이다. 기도가 성취 될 수밖에 없는 이유 역시 기도를 통해 부처와 하나 되기 때문이다. 깨달음 속에 부처님과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 깨달음 속에 부처와 하나 되고 시간과 공간이 하나 되고 고차원과 하나가 되고 무량한 지혜광명, 가피의 세계와 하나 되기 때문이다.

물질의 세계는 시간과 공간의 세계요 고통의 세계이지만 시간과 공간이 녹아지면 부처님과 하나 된다. 갈라지면 괴롭고 하나 되면 즐거운 이치다. 각자는 자신 가운데 영원과 현실을 함께 머금고 있고 진제와 속제가 함께 숨 쉬고 있다. 성과 속이 함께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개체이자 우주와 하나인 도리를 깨달아야만 한다. 인간은 개별자가 아니다. 전체성이 있고 영원성이 있다. 불성이 있다.

평상시에 기도를 열심히 해야만 한다. 평상시에 부처님을 체험하지 못하던 사람이 어떻게 임종 시 부처님과 하나가 될 수 있겠는가? 임종 시 강력한 마음을 한 생각이 되게 하려면 평상시 열심히 정진해야한다. 해와 달이 수면 어디에나 비치지만 그 수많은 달의 그림자가 하나의 달에 안기는 도리를 알라! 물 가운데 수많은 달그림자, 해 그림자도 언제나 하늘의 달과 해와 하나 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마음 가운데에도 해가 떠 있고 달이 떠 있지만 먹구름에, 무명업장에 가려져 부처님을 잊고 살아 부처님을 뵙지 못한다고 말한다. 부처님 말씀에 귀를 막고는 부처님을 듣지 못한다고 말한다. 안타깝다. 진정 순간순간을 부처님과 함께하라! 이 순간이 그대 최후의 순간임을 자각하라! 부처님과 하나 되면 영원의 문이 열린다. 왜 일상이 지루한가. 왜 부부간 친지간의 거리가 생기는가? 그대의 이기심 때문이요 독심 때문이다. 항상 부처님과 하나 되라. 그 길 가운데 영원한 가피의 세계가 열린다. 

지광 스님 서울 능인선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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