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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광 스님의 가피이야기]

기자명 법보신문

무한의 밭을 가는 자에게 가피가 있다

우리는 모두 죽는다. 떠날 때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한다고 말한다. 결코 그렇지 않다. 이세상의 밭은 저세상으로 옮겨가지 못하지만 무한의 밭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는다. 그대는 우주가 그대의 복밭임을 아는가?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가 일체 나의 복밭이며 허공계 일체 존재들이 모두 나의 복밭이다. 눈을 떠도 눈을 감아도 모든 것이 무한의 옥토이다!

온 우주가 내가 씨 뿌리고 갈아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옥토이다. 참으로 놀랍고도 요술 같은 황홀한 얘기 아닌가? 사람들은 이 세상의 땅 몇 뙈기에 목숨을 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무한의 밭이 우리의 앞에 널려있는데 무슨 어리석은 짓인가? 그대의 주변이 무한의 밭이요 영원의 옥토라 생각해보라. 그대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 벌레 한 마리 민들레 한 그루 모든 만상들이 모두 복밭이다. 모두가 그대와 나의 따사로운 손길을 기다린다.

그런데 무한의 밭을 가지고 있기만 하면 무슨 소용인가? 씨 뿌리고 갈아야한다. 福이란 글자를 보라! 한 입이 밭을 간다고 되어있다. 一口가 田이다. 말이 씨가 되고 생각이 씨가 되고 행동이 씨가 된다. 우리는 이 땅에 무한의 씨를 뿌리러 왔다. 무한의 밭을 일구러 왔다. 말과 생각과 행동을 도구로 잡초를 제거하고 무한의 밭을 경작하러 왔다.

산자나 죽은 자의 마음 모두가 무한의 복밭이다. 그곳에 천당도 극락도 만들 수 있다. 열심히 뿌려보라! 기도하는 것도 법문을 전하는 것도 바라밀행을 실천하는 것도 모두가 씨를 뿌리는 길이다. 밭이 무한하기에 우리의 베푸는 마음에도 끝이 없다. 법을 가르침에도 끝이 없다. 참고 견디는 마음에도 끝이 없고 기도에도 끝이 없으며, 그들에 대한 사랑에도 끝이 없다.

그러나 농사를 지으려면 갖가지 고난이 따른다. 장마도 오고 태풍도 분다. 그 같은 어려움을 사랑해야한다. 참나무가 단단한 것은 폭풍우 때문이요 시련 없는 완성은 없다. 항상 걱정거리가 큰 발전을 가져온다. 힘겨운 때마다 관세음보살을 높이 부르라. 북은 두드려야 소리가 나고 바람은 불어야 깃발이 날린다. 소리를 질러야 메아리가 있다. 진실로 부처님을 믿는 사람은 기도 속에 모든 것이 주어짐을 체득한다. 부처님께서는 무한의 밭을 가는 자에게 무한을 주신다. 무한의 가피를 주신다.

위험과 역경을 돌파하고 쓰라린 고통을 당하더라도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씨를 뿌리는 자를 부처님은 한없이 사랑하신다. 인간의 위대성은 그가 도달한 위치에서가 아니라 그가 극복한 장애물에 의해 측정된다. 인간 내부에 있는 무한의 밭에 대한 깨달음이 위대한 자와 비천한 자를 가름한다. 전력을 다해 씨 뿌리는 자는 죽을 때 후회가 없다.

혼신을 다해 씨를 뿌리는 사람이 되라. 무한의 밭을 가는 사람이 되라. 그는 항상 희망에 차 있다. 희망을 품으면 삶의 질이 달라진다. 그에게는 기쁨도 슬픔도 스쳐 흐르는 물결이다. 웃음도 눈물도 사랑도 욕망도 미움도 모두 스쳐가는 바람이다. 그는 순간 속에 영원을 산다. 부지런히 씨를 뿌리는 영원의 농부이다. 그에게 내일을 위한 최선의 준비는 오늘 이 순간을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무한 가피는 항상 그와 함께한다.

아무리 모진 바람이 불어도 부처님 나라는 여여하다. 무한의 밭을 가는 자들은 항상 대지를 구르는 바람을 맞고 산다. 바람은 오늘도 불고 있다. 모든 것은 늘 흔들리고 있다. 무한의 밭을 가는 농부들이여! 바람이 모질게 불어오면 그냥 맞아라! 흔들리지 말라! 도망치지 말라! 몸은 흔들려도 마음은 흔들리지 말라. 부처님은 항상 그대와 함께 계신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모두 흔들리면서 튼튼한 줄기를 만든다. 항상 바람 부는 땅에 비 오는 날에 씨 뿌리기를 게을리 하지 말라! 무한의 밭을 가는 구도자들이여!
그대들과 부처님의 가피는 항상 함께 하신다. 

지광 스님 서울 능인선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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