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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순한 천성…여유-평화 상징

기자명 법보신문

소와 불교

2009년은 기축년(己丑年) 소의 해다. 십이지의 두 번째 자리에 해당하는 소는 북북동 방향과 음력 12월, 그리고 새벽 1~3시를 지키는 방향신이자 시간신이기도 하다.
농경사회였던 우리나라에서 소는 단순한 가축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힘든 농사일의 주역일 뿐 아니라 서민들의 유일한 운송·이동수단이기도 했으며 재산으로서의 가치 또한 뛰어났기에 더할 수 없이 소중한 존재였다.

농사신으로 숭배 대상

때문에 소는 예로부터 부를 불러오고 화를 막아주는 존재로 여겨져 왔다.‘꿈에 황소가 집으로 들어오면 부자가 된다’ ‘설날 새벽 송아지 우는 소리는 풍조(豊兆)’라는 속설도 이런 관념에서 유래한 것이다.

소는 또 전해내려 오는 설화나 고분 벽화에서 종종 농경과 관련한 숭배의 대상으로 등장한다. 고구려 안악 3호분(357년) 벽화, 무용총(5세기 말) 현실 서벽, 쌍영총 연도 동쪽 벽화 등이 그 예다. 화려하게 장식된 달구지를 끌고 있는 소의 모습에서 예로부터 소가 풍년을 기원하는 대상으로 신성시 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회분 4, 5호 묘와 삼실총 벽화에는 사람 몸에 소머리의 농사신이 그려져 있어 소가 농사를 주관하는 영물로 신격화된 것을 시사한다. 제주도에도 소가 농경문화를 전해줬다는 설화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제주도 삼성혈 신화가 바로 그것인데 제주 원주민의 시조인 고을나, 부을나, 양을나가 삼성혈에서 솟아나 수렵생활을 하던 중 농사신인 소가 벽량국의 세 공주와 함께 오곡의 종자, 말을 가지고 와 농경 정착생활이 시작됐다는 내용이다.

소의 우직하고 성실한 면모는 이 밖에도 인간의 게으름을 경책하는 방편으로도 활용돼 왔으며, 여유와 평화를 상징하는 영물로 인식되기도 했다. ‘소가 말이 없어도 열두 가지 덕이 있다’는 말은 우리조상들이 소의 이러한 성품을 높이 샀던 것을 보여주는 한 예다.
그렇다면 오랜 세월 이 땅의 정신문화를 주도해 온 불교는 소와 어떤 관련이 있을까?

불성 등 인간 진면목 상징

불교에서 소는 인간의 본성을 뜻한다. 초기경전인 『증일아함경』「목우품」에 부처님이 소치는 사람이 소를 잘 기르기 위해 알아야 할 열한 가지 법에 빗대어, 수행자가 깨달음을 위해 성취해야 할 도리를 설하는 구절이 있다. 소를 치는 것과 같이 불성을 닦고 수양하라는 가르침이다.

우리나라 사찰의 법당 벽화로 흔히 접할 수 있는 ‘심우도’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심우도는 인간의 진면목인 불성을 소에 비유하고, 소를 찾아가는 과정을 10단계 깨달음의 과정으로 묘사한 그림이다. 심우도는 선재동자가 소(자신의 본성)를 잃고 찾아나서는 심우(尋牛)로 시작된다.

고승 법호도 소 관련 많아

선재동자는 소의 자취를 찾아 헤맨 끝에 소를 발견하고 고삐를 매 올라타 길들인다. 이것이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불성을 꿰뚫어 보고 수행을 통해 길들이는 다섯 번째 단계 목우(牧牛)다. 선재동자는 이어 소도 사람도 모두 실체가 없는 공임을 깨닫는 인우구망(人牛俱忘)을 거쳐 수행의 마지막 단계에서 지팡이에 큰 포대를 메고 육도중생의 길(입전수수)로 들어선다. 이는 불교의 궁극적인 목적이 수행을 통한 깨달음, 그리고 중생구제에 있다는 가르침을 담고 있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보조 국사 지눌의 호가 ‘소 치는 사람’을 뜻하는 목우자(牧牛子), 경허 선사의 호가 ‘깨어있는 소’ 성우(惺牛)인 것도 눈여겨 볼 만 하다. 또 만해 한용운은 자신이 머물렀던 집을 ‘소를 찾는 곳’이라는 뜻의 심우장(尋牛莊)이라 이름 짓기도 했다. 이처럼 소는 오랜 세월 동안 고승과 수행자들의 꾸준한 관심을 받으며 불교와 깊은 인연을 맺어왔다.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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