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심청심]당신 손가락을 주시오!

기자명 법보신문

당대(唐代)의 여순양이란 사람은 도가에서 출발했다가 선종에 귀의하여 황룡선사의 문하에 들기도 했었다. 하루는 여순양이 남경에 이르러, 남루한 늙은이로 변해 한 떡집을 찾았다. 주인은 노파. 그는 매번 떡을 얻어먹으면서도 돈을 내지 않았다. 이렇게 여러 해가 지속되던 어느 날 여순양이 물었다. “벌써 몇 년째 얻어만 먹는데 왜 돈을 달라하지 않소?” 노파가 별 표정 없이 말했다. “당신은 돈이 없어 보이잖아, 그래서 안 받았지.”

여순양이 고마워하며 자신은 신통이 있으니 원하면 신선으로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그때 노파는 “난 찰떡이나 파는 게 편하다오”하고 거절했다. “그럼 큰돈을 벌고 싶지 않은가? 손가락만 대도 무쇠가 황금으로 변하는 비법이라오.” 그러면서 손가락을 쇠그릇에 댔더니 정말 황금으로 변했다. 그러나 노파는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여순양이 노파의 무욕에 감탄하며 마지막으로 소원을 물었다. 그때 노파가 가까스로 소원을 말했던 것인데, 이 말에 여순양이 기겁하며 “중생은 제도하기 쉬워도 사람은 정말 문제구나”라고 했다는 것이다.
“당신 손가락을 주시오!”
중화권의 인간과 세상의 변화원리를 파악하고 대응하는 오술(五術)은 명리(命), 점(卜), 침·뜸 같은 의술(醫), 상(相,관상·풍수), 그리고 심신의 단련을 의미하는 산(山) 등이다. 점술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방식의 차이는 있지만 역사가 깊다. 118개의 별자리에 생일을 대응하여 점을 치는 ‘자미두수(紫微斗數)’의 창시자가 바로 위의 여순양이다.

최근의 영국 세인트 앤드루스대학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오랑우탄들은 토큰이 바나나와 교환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됐으며 토큰을 주고받음으로써 자신과 동료가 함께 바나나를 얻도록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 종류의 토큰으로는 바나나를 바꿔 자신이 먹을 수 있고, 두 번째 종류의 토큰으로는 동료에게 바나나를 얻어 줄 수 있으며, 세 번째 토큰으로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는 실험이었다. ‘교환가치의 학습’을 물어본 것인데, 동물들이 상대의 협력 여부에 따라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는 ‘계산된 상호주의’가 입증되기는 처음이라 한다. 이들은 “주는 행위에 대해 계산하는 것은 사람뿐만이 아니며 협력의 대가로 무언가를 기대하는 것도 사람뿐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의 조건에도 잘 적응했다는 말이다. 목적이 실현된 결과의 유용성이 옳고 그름의 기준이 되고, 최대다수에게 최대 행복을 가져오는 것이 옳은 행위라고 여기는 공리주의에서는 쾌락의 증진과 고통의 감소를 행복의 지표로 여긴다.
 
현대는 인간의 욕망을 규율하거나 심의하지 않고 그 자체로 인정하며 모든 관심과 노력을, 이들의 충족과 연관 지어 왔다. 이 인간의 행복에 대한 집요한 열망이 종교적 영성과 도덕적 수련 같은 전통적 가치에 조금도 밀리지 않는 정신사적 흐름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 하겠다. 선가(禪家)에서 “호랑이처럼 보고 소처럼 걷는다(牛步虎視)”라는 말이 있는데, 호시(虎視)가 냉철한 이성이라면, 우보(牛步)는 삶의 현장쯤으로 해석 될 런지…. 너무 빠른 것은 정지해 보이는 법이다. 서둘렀던 일은 꼭 재차 수고를 각오해야 한다.
기축년 새해, 난 소처럼 걸어 보았다.

법련사 주지 보경 스님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