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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신라 채색소조불 국내 첫 출현

기자명 법보신문
  • 교학
  • 입력 2009.02.16 10:48
  • 댓글 0

경주 기림사, 약사전 삼존불 개금 과정서 발견
전문가들 “한국미술사 새로 쓸 국보급 문화재”
본지에 단독 공개…보물급 전적·의류 등 다수

 
두껍게 덧칠해진 진흙을 벗겨낸 뒤 본래 모습을 드러낸 약사여래

통일신라 전성기에 조성된 채색소조불이 국내에서 처음 발견돼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경주 기림사(주지 종광)는 지난해 12월말 약사전 삼존불을 보수하던 중 불상이 여러 차례 덧칠해진 것을 확인하고 이를 차근차근 걷어낸 결과 통일신라 전성기 때 조성된 소조불을 발견했다고 최근 밝혔다. 또 삼존불 복장에서는 고려시대 간행된 『천태사교의』를 비롯한 다량의 고문헌과 강희 18년(1679년) 중수기, 17세기말 가사, 적삼, 저고리, 후령통 등 보물급 문화재들도 무더기로 쏟아졌다고 함께 밝히고 이를 본지에 단독 공개했다.

과거의 약사여래.

기림사 약사전(경북 문화재자료 제252호)에 모셔진 약사불과 문수보살·보현보살 등 삼존불은 그동안 전체적으로 미적 감각이 크게 떨어져 그동안 일제시대나 조선후기에 조성됐을 것으로 추정돼 왔다. 이로 인해 약사전 삼존불은 문화재로 지정되지 못했고 전적으로 사찰 측에 의해 오랫동안 보수되고 보존돼 왔다. 이런 가운데 약사전 삼존불 표면의 금칠이 몇 해 전부터 조금씩 떨어져나가자 기림사가 지난해 12월 중순 전통 옻으로 새롭게 칠을 하는 개금(改金)불사에 착수했고 그 작업과정에서 지금과는 전혀 다른 형상의 통일신라 불상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다섯 차례나 덧칠해져 15㎝ 이상의 두께로 덮혀있었던 문수보살의 뒷모습

이번에 발견된 채색소조불은 통일신라 이후 고려, 조선, 일제시대를 지나 1987년 마지막 개금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약 5차례의 보수단계를 거친 것으로 분석됐다. 가장 안쪽에 있는 원형은 전체적으로 목불에 가까울 정도로 얼굴 부분을 제외한 몸의 대부분이 목조로 이뤄져 있으며, 특히 이 목조 위에 흙과 다른 재료를 섞어 조성하고 채색했음이 역력히 나타나고 있다. 색상은 연주황, 주황색계, 녹색계를 사용해 몸과 옷 부분을 채색하고 있으며, 소지 재료는 현재 정밀분석 중으로 일단 흙, 한지, 짚 등을 이용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덧칠해진 부분을 벗겨낸 문수보살(왼편)과 벗겨내기 이전의 문수 보살.

이러한 채색소조불에 보수가 이뤄지기 시작한 것은 나말여초께로 첫 보수단계에서는 소지 위에 한지로 배접하고 채색하는 등 원형에 충실한 흔적이 뚜렷이 보인다는 게 기림사 측 설명이다. 그러나 복장유물 연대와 동일한 시기로 추정되는 1679년 보수단계에서부터는 석회·옻칠 등을 사용한 첩금(貼金)과정을 거치면서 기존의 불상 모습을 찾기 힘들 정도로 크게 변형됐다. 특히 일제 강점기 무렵 이뤄진 보수에서는 본래 있던 유려하고 세련된 의습선이 완전히 생략됐을 뿐 아니라 보살상 발등 위에 옷자락을 덮어 전혀 다른 양식으로 바뀌었다. 여기에 마지막 보수가 이뤄졌던 지난 1987년에도 합성수지에 카슈 도료를 사용함으로써 삼존불의 원형은 전혀 찾아볼 수 없게 된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오랜 보수단계를 거치면서 적게는 5cm에서 많게는 15cm 두께로 덧붙여진 것으로 드러났다.

삼존불의 원형을 처음 발견한 권순섭 동방대학원대 교수는 “복장물은 협시불의 좌대를 교체하던 중 불상 안쪽에 복장물이 있음을 알았고 발과 좌대가 붙은 부분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두툼하고 투박한 발속에 기막히게 아름다운 발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며 “그 즉시 관계당국에 알려 문화재전문위원 입회하에 삼존불 탈피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3일 경주 기림사 내 성보박물관에서 열린 현장설명회에 참여해 직접 채색소조불과 복장 내용물을 검토한 정영호 단국대 박물관장(전 문화재위원), 김동현 문화재위원(전 국립문화재연구소장), 박성실 문화재위원, 박상국 문화재위원, 홍윤식 전 문화재위원 등 문화재 전문가들은 탄성을 쏟아냈다. 그리고 이들 문화재 관계자들은 ‘환골탈태’로 원형을 드러낸 약사불과 협시불이 그 형태와 양식에 있어 모두 통일신라 전성기에 조성된 국보급 문화재라는데 곧바로 의견이 일치했다. 이어 이번 채색소조불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덧칠해진 부분을 벗겨낸 보현보살(왼편)과 벗겨내기 이전의 보현보살.

“우리나라에서도 고대에 불상을 채색했을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된 적은 있지만 실제 채색된 불상이 발견된 것은 초유의 일이다. 이번 원형의 발견은 한국 미술사를 새로 써야할 일대 사건이다.”(홍윤식) “백률사 금동약사여래입상(국보 28호)이 그러하듯 신라 불상은 잘록한 허리와 통통한 가슴과 발, 나와 있는 발톱 등이 특징이다. 그런 점에서도 이 불상은 통일신라 전성기 불상의 전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정영호) “약사전 삼존불은 조선시대 조성됐다고 판단했던 불상들이 사실은 그보다 훨씬 오래전에 조성돼 덧칠해졌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획기적인 사례로 국가적인 경사다.”(박상국)

한편 기림사 측은 ‘천년을 이어온 신앙의 대상은 다시 천년을 넘게 법당에 모셔져야 한다’는 취지 아래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 첨단 장비도 적극 활용해 원형을 복원할 계획이다. 특히 기림사 측은 어떤 경우에도 이번 채색소조불이 경배의 대상이 아닌 단순한 볼거리와 유물로 취급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 확고한 방침이다. 

경주=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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