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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효 교수의 다시 읽는 신심명]

기자명 법보신문

불법은 절대자도 좌지우지 못하는 진리
세상의 원초적 사실 보려는 자세 가져야

지난 회 끝에 한국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은 이성의 발판이 아니라, 마음의 깊이라는 언명을 깊이 유념할 필요가 있다. 마음의 깊이는 이 글의 전개과정에 불변의 지남으로 작용할 것이다. 단적으로 이 말은 한국인의 평균적 마음이 깊지 못함을 일컫는 것이기도 하다. 달리 말하자면 『신심명』은 마음의 깊이를 계발(啓發)하는 명저(名著)라고 볼 수 있다. 지금부터 우리는 이 『신심명』을 원문과 성철 큰스님의 번역을 동시에 보면서 철학적으로 음미해 보기로 하자.

1)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음이라, 오직 간택함을 꺼려할 뿐이라. 미워하고 사랑하지 않으면, 통연히 명백하니라.
지도무난이요, 유혐간택이다.(至道無難 唯嫌揀擇)
단막증애하면, 통연명백이라.(但莫憎愛 洞然明白)

○ 철학적 해석
부처님이 깨달은 이 우주의 원리가 난해하거나 어렵지 않아서 마치 아기가 눈을 떠서 바라보면, 바로 아기의 엄마가 앞에 있는지 없는지 아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과 같다. 엄마가 눈앞에 있으면 아기가 웃고, 엄마가 안보이면 아기는 운다. 엄마를 보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다. 이 우주의 원리도 저와 같은 이치를 띠고 있다는 것이다. 아기가 엄마를 찾을 때에 엄마가 있거나 없거나 하는 생각을 미리 염두에 두지 않는다. 오로지 엄마를 볼 뿐이다.

아기는 오로지 엄마를 볼 뿐, 자기 엄마가 예쁘냐, 미우냐, 젊으냐, 늙으냐 하는 구분을 두지 않는다. 오직 엄마라는 사실만이 관심일 뿐이다. 부처님이 가르친 원리는 이 우주가 어떤 사실로서 이루어져 있으며, 인간의 주관적인 어떤 생각도 그 우주적 사실을 어길 수 없고, 그 사실을 어기려고 욕심을 피우면 피울수록 그는 불가능한 절망과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것을 말한 지혜의 길이다.

부처님은 기독교처럼 나를 믿으라는 신앙을 한 번도 강조한 적이 없다. 부처님의 진리는 절대자적이고 인격자인 하나님이 설령 있다손 치더라도, 그 하나님이 절대로 마음대로 좌지우지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말씀한 것이다. 왜냐하면 이 우주의 사실은 자연법칙과 같으므로 인격적 존재자인 어떤 상상의 신이 자기 마음대로 부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인격적 신(하나님)은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을 자기 마음대로 운용하고 궤도를 바꾸는 신은 없다. 그렇다면 왜 교회에 열심히 나가고 매사에 오로지 하나님만 찾는 신도들의 예배버스가 사고를 당하여 안타깝게 죽음의 종말을 맞이하는가? 절대자가 이 세상을 창조했고, 지금도 섭리로서 지배하고 있다면, 어떤 무의미도 발생할 수 없어야 한다.

그러나 이 세상은 전쟁, 살육, 자연재해, 인간사회를 지배하는 사회악 등 무수한 부조리가 흘러넘친다. 부조리의 범람은 의미만을 창조하는 하나님이 공상의 존재자임을 웅변으로 알려준다. 유대인을 지배한다고 믿었던 그 신이 무슨 권리로 한국인도 지배한다는 것이냐?

그 신은 역사적으로 대단히 배타적이고 독선적이었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역사적으로 타민족들로부터 미움과 배척과 ‘돈만 아는 돈벌레’라는 누명을 뒤집어썼었다. 그 신은 너무 쉽게 세상을 선신과 악마로 나누어 자기편이 아니면, 모두 악마라는 딱지를 붙이고 전투적으로 대한다. 한국 기독교의 생리가 선신과 악마의 이분법적 분류법으로 세상의 종말까지 재단하는 투사의식에 갇혀 있는 강렬한 신앙의식은 마음이 불굴의 투쟁의식으로 가득 차 있음과 같다.

불교는 저런 투쟁의식과 목적의식으로 역사를 바라보거나 세상을 채색하지 않는다. 격정을 부채질하는 모든 종교를 우리는 거부해야 한다. 불교는 어떤 목적의식을 내세우지 않고, 세상의 원초적 사실이 무엇인가 보려고 한다. 세상의 원초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기 위하여 우리는 흥분하지 말아야 한다. (계속)
김형효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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