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고통 잊지 않을게요”

기자명 법보신문
  • 복지
  • 입력 2009.03.10 08:32
  • 댓글 0

나눔의집, 3·1절 기념 및 추모행사
청소년 등 200여 명 참석 … 다양한 위문공연 펼쳐

 
나눔의집에 거주하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학생들의 위문공연을 보며 즐거워 하고 있다.

흔히들 말한다. 아프고 싫은 기억도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잊혀져 간다고. 하지만 아무리 많은 세월이 지나도 절대 잊혀지지 않으며, 결코 잊어서도 안 될 기억이 있다. 이 땅의 무수한 어머니들에게 씻을 수 없는 한으로 남은, 나라 잃은 설움에 더해진 끔찍한 치욕의 기억이 바로 그것이다.
일제시대, 꽃다운 나이에 강제로 끌려가 일본군에게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혔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가슴에 피로 맺힌 기억들. 그것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 후손들이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역사의 흔적이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쉼터 나눔의집(원장 원행)이 매년 지속적인 행사를 통해 할머니들의 삶과 위안부 문제를 알리는 데 주력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지난 3월 1일, 나눔의집은 올해도 3.1절 기념행사와 함께 3.1운동 당시 희생된 애국지사들과 이미 고인이 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한 많은 넋을 기리는 추모재를 봉행했다.
이날 행사에는 과거 할머니들이 느꼈던 고통을 공유하고 할머니들을 위로하기 위해 김문수 경기도지사, 진영곤 여성부 차관 등을 비롯해 전국고등학교연합회, 전국연합어머니회, 인천지역아동센터연합회 회원 등 200여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본격적인 행사의 시작은 한양대 임응희 교수의 ‘김진환 한국춤 예술혼’ 살풀이 춤과 오현주 서도소리 이수자, 김태희 판소리 이수자의 추모가.
애절하게 울려퍼지는 노랫소리와 춤사위에 대중들이 빼곡이 앉아 있는 나눔의집 입구 홀이 일순 숙연함으로 가라앉았다.
“위안부 문제를 교과서에서 접했을 때 충격을 받긴 했지만 남의 일이라는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나눔의집에 와서 그 일을 겪은 피해자 할머니들을 직접 뵙고, 역사관을 둘러보고 나니 소름이 돋으면서 눈물이 나더라구요. 내가 나서야 하고 관심 가져야 하는 우리의 일이라는 것을 뼈져리게 깨달았습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청소년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전국연합고등학교에 가입하면서 나눔의집을 알게 됐다는 청심국제고등학교 3학년 사공빈 양은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친구들 역시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전했다.
나눔의 집에 몸을 의탁하고 있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는 7명에 불과하다. 지난 1년 새 벌써 두 분이 세상을 떠났다. 전국의 피해할머니들의 수도 지난 몇 년간 급격히 줄어 이젠 겨우 100명 남짓 생존해 있을 뿐이다.

3년 전부터 나눔의집에서 연구원으로 머물고 있는 무라야마 잇페이 씨는 이날 행사를 빠짐없이 촬영하며 “할머니들이 돌아가신 후에도 후손들이 역사를 바로 알 수 있도록, 사람들이 할머니들의 존재를 기억할 수 있도록 나눔의집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동영상이나 사진을 통해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서 점차 할머니들이 잊혀져가는 것 같다.  이렇게 행사를 통해 학생들이 가끔이나마 방문한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안타까운 심정을 밝혔다.     
 
6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피해 할머니들의 가슴 속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 할머니들이 원하는 것은 물질적 보상이 아니다. 일본이 과거의 잘못을 확실하게 인정하는 것, 그리고 그 잘못에 대한 진실한 사죄다.
이날 원행 스님은 추모사를 통해 이를 명확히 알리며 “앞으로도 나눔의집은 할머니들의 증언과 증거를 지속적으로 모아 일본 사람들에게 과거의 진실을 알리고 국가 차원의 사과를 이끌어 내기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이어 스님은 “뒤엉킨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은 그들의 후손인 우리들이, 바로 여러분들이 이어가야 한다”며 “할머니들의 존재가 잊혀지지 않기 위해서는 사회적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추모 행사에 이어 할머니들을 위로하기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연습해 온 다양한 위문공연이 늦은 오후까지 이어졌다. 다소 쌀쌀한 날씨에 이불로 온 몸을 감싼 채, 끝까지 자리를 지키던 할머니들의 주름진 얼굴에도 어느새 환한 웃음꽃이 피었다. 031)768-0064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