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가 지난해 12월 펴낸 자체 보고서 〈낙동강 수계 댐 입지 타당성 검토 보고서〉에 인각사 인근의 군위군 고로면 학성리 일대가 댐 건설 우선지역으로 선정된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건교부가 밝힌대로 이 보고서는 댐 건설 최종안이 아니다. 낙동강 수계 댐 건설을 확정할 낙동강물이용조사단의 최종안은 내년 상반기에나 나올 예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 보고서를 주목하는 이유는 인각사지가 갖는 역사적, 문화사적 위치가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건교부는 지난 ’97년 불교계와 지역 주민 등의 여론에 밀려 댐을 건설할 경우 인각사지를 피하겠다는 공문을 인각사와 은해사 등지에 보낸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보고서에 인각사가 수몰된다고 명시된 것은 기존 댐 건설에 대한 건교부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각사지를 지키는 난제가 불교계에 다시 주어진 것이다.
인각사지가 어떤 곳인가. 일연 스님이 노모를 봉양하며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사서(史書)의 하나인 《삼국유사》를 저술한 곳이 아닌가. 《삼국유사》가 없었다면 불교사 상당 부분과 신라 향가 등 고대 민족사의 상당부분이 공백으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그처럼 소중한 인각사지가 수몰되지 않도록 다방면에 걸쳐 노력하는 것은 스님과 신도 등 사부대중과 조계종을 비롯한 전 종단이 나서서 범불교적이 차원으로 펼쳐나가야 할 사안이다.
박해받던 천주교인들이 머물렀던 곳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찰터인 천진암을 성지로 가꾸어낸 천주교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교계가 인각사지 보존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당위는 충분하다. 그 것만이 인각사지를 지켜낼 유일한 길이다.
<2000.07.12 / 5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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