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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케이블카 ‘온몸으로 저지’

기자명 법보신문
  • 사회
  • 입력 2009.05.06 15:01
  • 댓글 0

스님·산악인, 20일간 건설 반대 릴레이 시위

정부와 지자체가 추진 중인 케이블카 건설을 막기 위해 스님과 산악인 등 지리산을 아끼는 사람들이 지리산 정상 천왕봉에서 20일간 1인 릴레이 시위를 시작했다.

전 실상사 화엄학림 학장 연관 스님과 전 화엄사 주지 종걸 스님, 지리산 지킴이 함태식 옹, 치밭목 대피소 산장지기 민병태 시 등 지리산 천왕봉 1인 시위 참가자들은 지난 5월 4일 지리산 천왕봉에서 케이블카를 반대하는 1인 피켓 시위의 시작을 알렸다.

이들은 호소문을 통해 “어머님의 품 같은 우리 민족의 탯줄인 국립공원 1호 지리산은 영산 지리산으로 남아야 한다”며 “1인 시위를 시작하는 저희들은 지리산 지킴이로서 지리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자책과 반성 속에 모든 생업을 중단하고 천왕봉에 오르려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대한민국 생태계 최후의 보루이며 시민들의 안식과 마음의 고향인 지리산을 지켜 부끄럽지 않게 후손들에게 물려주자”며 동참을 호소했다. 
 이들은 천왕봉 정상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펼치고, 밤에도 1명 이상이 남아 침낭을 이용해 잠을 자는 등 환경부의 자연공원법 개정안 입법예고가 끝나는 5월 24일까지 시위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미 지리산생명연대 등 관련 단체들은 5월 1일부터 지리산 노고단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사이 1시간 씩 릴레이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5월 1일 환경부가 입법예고한 자연공원법 개정안은 자연보존지구 내 케이블카 거리 규정 2km에서 5km로 완화하고 케이블카 정류장 높이를 9m에서 15m로 완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날 전 실상사 화엄학림 학장 연관 스님은 “지리산은 영산이다. 이곳에 케이블카를 놓겠다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며 “국민 모두 힘을 모아 영산의 뭇생명들을 지키고 케이블카가 올라오지 못하게 하자”고 말했다.

이들은 경부의 자연공원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내장산과 덕유산, 설악산 등 현재 케이블카가 운영되는 자연공원은 7곳이다. 모두 정상부 훼손과 생태계 단절, 경관 파괴, 지역상권 독점 등의 문제가 많다”며 “자연공원을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는 지자체와 관련 업자들의 의해 추진되는 케이블카는 그 어떤 말로 치장해도 관광시설, 개발사업일 수밖에 없다”고 못 박았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을 비롯한 전국 케이블카 반대대책위 등 환경단체들은 이 법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현재 추진 중인 지리산 4곳과 설악산 4곳에 케이블카가 추가로 들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이들은 “어느 한 곳이 시작한다면 그 곳을 신호탄으로 전국의 명산과 자연공원에 케이블카 건설이 도미노처럼 이어질 것이며 케이블카 로프가 거미줄처럼 산을 뒤덮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1인 시위 기자회견 후 참석자들은 천왕봉에 오른 등산객들에게 지리산 케이블카 상황을 설명하고 케이블카 건설 반대 동의를 서명 받았다.
<사진제공=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최호승 기자 sshoutoo@beopbo.com


다음은 호소문 전문.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 천왕봉 1인 시위를 시작하며

푸르른 신록, 5월의 시작입니다.
지리산 남쪽의 섬진강 주변은 매화, 벚꽃, 진달래에 이어 철쭉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지고 해발 1000m가 넘는 주능선과 북쪽 골짜기는 산벚꽃과 얼레지, 각종 야생화가 등산객들을 유혹합니다.

이런 축복의 계절에 청천하늘에 날 벼락같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경제와 개발논리의 허구와 환상 속에 대한민국의 금수강산이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이제는 국립공원 1호 지리산에 댐을 만들고 천왕봉과 노고단 등에 온통 케이블카를 놓아 유원지를 만들겠다는 어처구니없는 소식 말입니다.

대한민국에 유원지는 많이 있습니다. 대부분이 적자이지만 케이블카도 많이 있습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어머님의 품 같은, 우리 민족의 탯줄인 국립공원 1호 지리산은 영산 지리산으로 남아야 합니다.

1인 시위를 시작하는 저희들은 지리산 지킴이로서 지리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자책과 반성 속에 모든 생업을 중단하고 천왕봉에 오르려 합니다.

국민 여러분! 산악인 여러분! 함께 지킵시다. 대한민국 생태계 최후의 보루이며 시민들의 안식과 마음의 고향인 지리산을 우리의 자존과 긍지로 함께 지켜갑시다. 그리하여 부끄럽지 않게, 자랑스럽게 우리의 후손들에게 지리산을 떳떳하게 물려줍시다.

2009. 5. 4

지리산 천왕봉 1인 시위 참가자 일동
함태식(지리산의 산 증인, 노고단·피아골 대피소)
성락건(원로 산악인, 지리산 작가)
종  걸(스님, 전 화엄사 주지)
연  관(스님, 전 실상사 화엄학림 학장)
민병태(치밭목 대피소)
남난희(산악인, 작가)
송영호(전 뱀사골 대피소 산장지기)
김병관(연하천 대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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