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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 몸뚱이에서 벗어나 참 나를 찾으라”

기자명 법보신문
  • 수행
  • 입력 2009.05.19 09:30
  • 댓글 0

화엄사 선등선원장 현산 스님
“초심자는 화두 참구 전에 금강경부터 봐야”

봄인가 싶더니 어느 새 한낮의 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리며 여름의 한 중심에 들어선 5월 8일. 하안거 결제를 하루 앞두고 지리산 화엄사 선등선원에는 지난 산철동안 만행을 떠났던 수행납자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이번 하안거 결제에 선등선원에 방부를 들인 수행납자는 모두 21명. 선등선원의 역사와 전통을 감안하면 다소 적은 숫자처럼 보인다. 실제 화엄사 사기에 의하면 인도 연기 스님에 의해 창건된 화엄사는 모두 세 곳의 선원이 있었다. 구층암의 남악선원을 비롯해 탑전의 원류선원, 선등전의 선등선원에서 수많은 수행납자들이 구도 열기를 달궜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후 각종 전쟁과 화재로 모두 소실됐고 지난 2002년 선등선원이 복원되면서 그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금방이라도 도인이 나타날 것 같은 선등선원. 선원장 현산〈사진〉 스님에게 ‘가풍’을 물었다. 한동안 정적이 흐른 끝에 스님은 “알겠습니까”라는 한마디로 일갈했다.
“모르겠습니다.”
“하하”
“그 모르는 것, 그것을 알아가도록 하는 것이 선등선원의 가풍입니다.”

짧은 선문답이지만 그 속엔 스님의 치열한 수행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현산 스님은 ‘그 모르는 것을 알아가기’ 위해 100안거를 성만했다. 1년에 하안거와 동안거를 두 번 결제한다고 해도 어림잡아 50년 이상을 선방에서 수행한 셈이다. 그러나 스님은 “아직도 모자라고 일대사의 큰 깨달음을 얻기 위해선 100안거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어떤 분야의 박사가 되기 위해서도 수많은 세월의 노력이 필요하거늘 하물며 모든 세상과 생명, 삼라만상의 원천이 되고, 알래야 알 수 없고, 한량없이 큰 법을 배우는 데는 많은 세월을 거쳐야 합니다. 더구나 다겁생멸(多劫生滅)하면서 온갖 나쁜 습성이 배인 이 거짓된 몸뚱이에서 벗어나 진실로 한량없는 큰 법을 배우기 위해서는 그만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100안거도 모자랍니다.”

이런 스님이기에 언제나 후학들에게 “덧없는 욕망의 고통에서 벗어나 영원히 삶의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지금 내말을 듣는 그 자리를 알아가는 참선공부를 부지런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사람들은 끊임없이 이 거짓된 몸뚱이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러나 이 몸뚱이는 무너지면 한 줌의 흙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덧없는 삶의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지금 내말을 듣는 그 자리를 알아가는 참선공부, 마음공부를 부지런히 해야 합니다. 그것이 자신이 사는 길이고, 행복해지는 길입니다.”

참선수행을 하는 근본 이유에 대해선 “허황된 현상에 속지 않고 자신의 근본자리를 꿰뚫어 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두에 몰입하게 되면 마음이 편안해 지고 생각이 깨끗해지니 허황된 마음에 사로잡히지 않게 되고 저절로 행복해진다는 것. 그러나 이런 바른 마음자리를 찾는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화두를 참구하다보면 자칫 말로 또는 생각으로만 부처를 찾게 되는 병에 걸릴 수 있다는 게 스님의 설명이다.

따라서 스님은 “참선에 입문한 초발심자들은 우선 『금강경』을 익힌 뒤 화두 참구에 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고 무작정 앉기만 한다면 경계에 부딪쳐 삿된길로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님은 비록 안거에 동참하지 못하는 일반인들도 참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일상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찾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안거에 동참하지는 못하더라도 경전을 늘 옆에 두고 독송하세요. 그리고 염불을 하세요. 이런 노력들이 계속된다면 삶의 참 행복을 만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언제 죽음과 재앙이 닥칠지 모르는 이 짧은 세상, 끊임없이 정진할 것”을 당부한 현산 스님은 “생명을 바쳐 정진하는 것이 바로 자신이 사는 길이고,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구례 화엄사=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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