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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왜 오체투지인가

기자명 법보신문
  • 사회
  • 입력 2009.05.25 14:36
  • 댓글 0

가장 낮은 자세로 시대 외면한 삶 참회
대운하 등 경제논리 앞세운 반생명문화 질타

 
오체투지순례단과 불교시민사회 단체회원 1000여 명이 5월 21일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시국법회를 봉행했다.

수경 스님과 문규현 신부, 전종훈 신부 등 오체투지 순례단이 5월 21일 불교의 심장부인 조계사에 입성했다. 그 동안 순례단은 비를 맞으면서도 함께 온몸을 낮춘 사람들, 뒤에서 격려와 마음을 보탠 사람들의 가슴 속에 생명평화의 씨앗을 심어왔다. 그리고 순례단 자신들부터 시대의 아픔을 암묵적으로 외면한 사실을 참회했고, 그 참회가 현 정부와 국민들에게 전해지길 발원해왔다.

순례단이 108일간 오체투지로 참회 기도를 올린 이유는 무엇일까.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불, 법, 승 삼보에 올리는 큰절 오체투지. 순례단에게 오체투지란 삼보에 대한 무한한 존경의 표현 방법이자 중생들이 잊고 있었던, 그러나 태고의 진리였던 사람과 생명, 평화의 길을 찾을 수 있으리란 믿음의 발로였다. 그래서 한 없이 자신을 낮추고 내 모든 교만과 아만을 버리는 하심의 표현이자, 팔, 다리, 이마 등 신체 다섯 곳을 길 위에 내려놓음으로써 태초의 어머니인 땅을 보듬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종교인으로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회가 올바른 길로 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성하는 기도다. 지난해 촛불이 어둠을 밝혔을 때 대통령은 고개를 숙이고 국민을 뜻을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 뒤 촛불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구속이 잇따랐다. 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을 허용한 교사들이 쫓겨났으며, 운하의 비밀을 밝힌 건설기술연구원 김이태 씨에게는 징계를 내렸다. 또 이명박 정부 2년차를 맞은 지금 경찰은 ‘공공질서 위협’ 등 갖가지 이유로 집회를 금지한 것은 모두 127건에 이르는 등 민주주의를 역행하고 있다.

게다가 경제논리를 앞세워 4대강 정비, 용산참사, 관광 목적의 케이블카 설치 등 뭇생명들과 더불어 살려는 것을 포기한 반생명 문화가 팽배해진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었다.
때문에 오체투지 순례단은 공업 중생으로서 스스로 먼저 자신의 종아리를 때리고 있다. 물이 낮은 데로 흐르듯 순리와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위해 그토록 온몸을 내던지며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그 원력이 하늘에 닿고 땅에 닿고 최고 권력자에게 닿길 발원하고 있는 것이다.

반강제적으로 촛불을 놓아버린 국민들의 목소리를 이제 더 이상 국가 최고 권력자에게 전할 창구는 없다. 순례단이 혼신의 오체투지로 뜨거운 아스팔트를 견뎌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들은 온몸을 땅에 던지는 몸짓의 언어를 통해 우리 사회에 상생과 평화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는 늘 수녀와 신부 그리고 다수의 가톨릭 신자들이 있었다. 오체투지가 1000년 이상 내려 온 불교의 전통수행법임에도 순례단이 지나가는 길목에서 승복을 입은 스님들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았다. 대신 평일에도 휴가를 내 오체투지에 동참하는 일반인들과 수녀들의 모습이 익숙하다.

순례 구간이 도심인지라 성당에서 자주 묵게 되지만 지역에서 영향력 있는 사찰에서 순례단에 동참하거나, 마중 나와 반기는 일도 드물었다. 게다가 5월 21일 시민과 함께하는 오체투지나 시국법회 땐 종교계 어른인 조계종 총무원장 스님의 격려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국립공원 구역조정과 자연공원법 개정 등 종단에 닥친 시급한 현안도 중요하지만 오체투지라는 참회의 장이 이웃종교인들의 축제가 되는 것은 재고해 봐야할 문제다.
불교환경연대에서 파견한 상근직원 2명과 김포 용화사 주지 지관 스님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점이 불교계의 유일한 위로였다.
 
최호승 기자 sshoutoo@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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