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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국가 몰디브서 불교유적 발견

기자명 법보신문
  • 해외
  • 입력 2009.06.09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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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파던 중 12세기 이전 사원지 출현
“몰디브 불교사 밝히는 귀한 단서 될 것”

 
우물을 파던 중 발견된 불교유적. 3층석탑 모양의 이 유적은 12세기 이슬람교 전래 이전에 번성했던 불교사원의 흔적으로 추정되고 있다.

스리랑카 남서쪽 인도양 상에 위치하고 있는 섬나라 몰디브에서 12세기 이슬람교 유입 이전에 번성했던 것으로 보이는 불교유적이 발견됐다. 약 1,200개의 산호섬으로 이루어져 있는 몰디브는 현재 이슬람교를 국교로 채택하고 있지만 처음 이 섬에 정착한 사람들은 기원전 5세기 인도 남부와 지금의 스리랑카에서 온 드라비다족과 싱할라족으로 대부분 불교신자였다고 추정되고 있다.

최근 몰디브 제도 북부에 위치한 라 아툴(Raa atoll) 산호섬 군도의 한 섬에서 발견된 이 유적은 몰디브에 이슬람교가 유입되기 이전에 조성된 것으로 보이는 탑으로 이 섬의 한 원주민이 집안에 우물을 파기 위해 공사를 하던 중 발견했다. 섬의 책임자에 따르면 발견된 유적은 세 부분으로 분리된 산호빛깔의 석탑으로 이 책임자는 “탑의 모양이 꼭 서양장기인 체스에서 쓰이는 폰과 같이 생겼다”며 “이슬람교가 이곳 몰디브에 전해졌을 때 파괴된 불교 유적의 일부로 보인다”고 전했다. 탑은 이 지역이 한때 법회나 예불 등 신행활동을 하는 종교장소였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

 이 원주민은 우물을 파는 동안 유적이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던 까닭에 발견된 탑과 유적들은 약간의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이러한 일이 몰디브에서는 그리 드물지 않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섬 책임자는 지난 1999년부터 이 섬 일대에서 고대의 유적들이 여러번 발견되었다고 밝히며 2003년에는 학교를 신축하던 중 산호 벽돌로 이뤄진 거대한 유적이 심하게 흐트러진 채 발견된 바 있으며 2006년에는 작은 불상이 발견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불상은 연구를 위해 학교로 가져간 후 도난당해 사라졌다는 것이다. 다른 유적들 또한 역사적 의의를 알지 못하는 섬 주민들에 의해 파괴되는 경우가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몰디브 역사연구센터의 아메드 토랄 부국장은 발견된 유적을 확인하기 위해 조만간 섬을 직접 방문할 예정이라고 공식발표했다. 그는 “사진을 근거로 판단해 볼 때 이 유적이 이슬람 전래 이전의 구조물인 것은 확실해보이지만 보다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이 유적은 비교적 잘 보전된 상태이며 일정한 조사와 보존 절차를 거친다면 새롭게 개발되는 몰디브의 관광자원 가운데 가장 잘 보존돼 있는 유적지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밝혔다.

지난 4월 몰디브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 몰디브 관광부는 관광객들에게 천혜의 자연을 제공하는 휴양성 관광 중심에서 몰디브의 전통문화유산을 소개하는 문화관광 산업을 장려하는 새로운 관광정책을 계획하고 있다. 아메드 알리 사와드 관광부장관은 이 유적의 발견 이후 “이 문화유적이 몰디브 원주민들의 고대 역사와 함께 그들이 일구었던 문화와 문명의 단면을 알려주는 단초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우리는 보다 많은 세계인들과 함께 몰디브 역사의 거의 알려지지 않은 시대를 공유하고 싶다”고 희망을 밝혔다.

이슬람교가 수용된 12세기까지 불교가 이 지역에서 지배적인 종교의 위치를 점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기는 하지만 몰디브의 불교역사에 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특히 엄격한 이슬람교의 율법이 국가 운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몰디브에서 국가적으로 불교의 역사를 인정하는 것은 매우 민감함 사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아메드 토랄 부국장은 이 문화유적이 몰디브 역사의 한 부분이지 결코 이슬람에 대한 적대적 의미로 여겨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몰디브에서는 수 많은 불교유적지들이 라 아툴을 비롯해 몰디브의 산재해 있는 산호섬들에서 발견되고 있으며 몰디브는 2008년 10월 카푸 아툴 지역에 있는 고대 유적 보호를 위해 미국 정부의 기금으로부터 2만9000달러를 지원 받은 바 있다. 이 유적 역시 7, 8세기경에 지어진 불교 사원 유적으로 확인됐다.

이슬람 국가인 몰디브가 불교유적 계발과 보호, 그리고 관광자원화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일지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세계불교사의 한 페이지에 몰디브 불교사가 새롭게 기록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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