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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시론] ‘효’의 사회화

기자명 법보신문

각현 스님 복지법인 연꽃마을 이사장

21세기를 특징짓는 변화 가운데 하나는 지난 세기 세계를 이끌었던 서구중심의 문화로부터의 탈피가 심화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이성과 합리성을 바탕으로 한 개발과 물량위주로 인한 서구 근대정신의 폐해와 한계를 극복하여야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인류문명의 중심이 동양으로 옮겨 올 것이라는 전망을 내 놓고 있다.

자유분방한 사고와 시장원리를 최고의 가치로 발전해 왔던 서구의 물질위주의 사상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것이다. 이미 세계적인 석학들은 21세기를 ‘환태평양의 시대’라고 규정하고, 유구한 역사와 심오한 정신문화를 간직한 한국, 일본, 중국 등의 문명으로부터 인류에게 행복을 안겨줄 가치를 캐내고자 탐구해 오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에서 어느 국가도 내놓을 수 없는 독특한 전통 문화를 찾는다면 그것은 ‘효’ 사상일 것이다. 일찍이 20세기 역사학자 아놀드 조셉 토인비(A, Toynbee)는 “장차 한국문화가 인류문명에 기여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부모를 공경하는 효 사상일 것이다.”라고 이미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이며, 모든 도덕과 윤리의 기준이었던 효가 지금 실종되고 있다. 산업화와 도시화, 핵가족화로 인한 전통적 가치 규범의 쇠퇴가 가져다 준 업보다.

우리 사회가 산업화 되는 과정에서 전통윤리관은 역사발전을 거역하는 장애물처럼 여겨져 평가절하됐지만 효의 본질만은 어제나 오늘이나 세계적이고 보편성을 가진 윤리규범임에 틀림없다. 효는 유교의 전유물이 아니라 고조선과 삼국시대부터 내려온 한민족의 고유 사상이었다.

옛 성인이 “효는 덕(德)의 근본이요, 만행(萬行)의 근원이며 가르침(敎)의 시작”이라고 했듯이, 한국 정신문화의 정수이며, 사회질서의 원동력이고, 도덕과 윤리의 기본 잣대로 여겨왔던 효를 회복하여 정신문화의 혼돈과 사회 병리 현상을 치유하는 처방책으로 제시하자고 제안한다. 효는 사랑이며, 공경이며, 질서이며 봉사다. 효는 상경하애(上敬下愛)하는 것이며, 상하를 구별하는 잣대이고, 가정윤리뿐 아니라 사회윤리의 뿌리이며 인간이 인격을 이루는 근본인 것이다. 효는 가정의 질서를 찾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가정은 사회를 구성하는 기초 단위이며, 인성교육을 실현하는 가장 효과적인 집단이기 때문이다. 가정에서부터 건전한 인성교육, 가치교육이 이루어지고 그것을 점차 확대하여 강화시켜 나갈 때 윤리부재에서 오는 사회의 병리현상도 치유할 수 있다고 본다. 개인, 가족, 이웃, 국가, 세계가 서로 분리된 단어가 아니라 가족단위를 중심으로 서로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에 가정에서의 사랑과 공경의 마음이 가정의 문턱을 넘어 사회나 국가에 전달된다면 모든 사회조직도 가족적 친밀감과 결속력으로 건강한 사회적 기능을 다하게 될 것이다.

효의 사회적 확대를 통하여 부모에 대한 사랑, 공경, 봉사의 마음을 이웃과 사회로 성장시켜 인격을 고양시키는 방향으로 확대 한다면 효가 만물에 대한 사랑으로 넓혀지는 진정한 사회화의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효의 사회화’란 나의 부모에 대한 효를 확대하여 모든 부모에 대한 효로 승화시키고자하는 노력이며, 진정한 경노사상(敬老思想)도 여기에서 찾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효의 사회화 운동’이란 효를 단지 부모에 대한 도리에서 그치지 않고 사회의 질서를 지키는 기반으로써, 공적 규범으로써 재인식하고 그 참된 가치를 현대사회 속에서 실현시키고자 하는 노력을 말한다.

‘효의 사회화 운동’이야말로 국민 모두가 참여하는 ‘가정 회복 운동’이며, ‘효 실천 운동’이고, 흩어진 도덕과 윤리를 바로 세우는 ‘도덕 재무장 운동’이며 동물적 인간을 인간다운 인간의 얼굴로 되돌리는 ‘인간성 회복운동’이다. 만약 동양에서 미래의 인류에게 행복을 안겨줄 가치를 찾는다면, 한국의 정신문화는 분명 효의 선양으로 정신적 지도국의 위치를 확보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그렇다면 한국의 전통문화가 고스란히 묻어있는 한국불교가 ‘효의 사회화 운동’을 전개해보면 어떨까.

각현 스님 복지법인 연꽃마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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