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이 정부의 일방적인 자연공원법 개악에 반발해 통도사에서 열기로 한 본말사주지 결의대회에 여야 정치인을 초청, 연대사를 요청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불교계의 의견을 무시한 정부의 일방적 국립공원정책을 규탄하고 근본적 개선책을 촉구하기 위한 결의대회에 집권 여당의 국회의원까지 초청하려 해 대회의 진정성마저 의심받고 있다.
조계종은 최근 7월 1~2일 통도사에서 열리는 본말사주지 결의대회를 앞두고 총무원 부실장 및 국팀장급 실무자가 참여하는 추진위원회를 열고 한나라당 의원 등 여야 정치인을 결의대회에 초청, 연대사를 부탁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추진위는 여야 정치인을 대거 결의대회에 초청, 향후 관련법 개정에 유리한 입지를 마련해야 한다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추진위의 이 같은 행보가 알려지자 교계 안팎에서 비판적인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정부에 불교계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려는 결의 대회의 본래 취지에서 크게 벗어난 것 아니냐는 우려다.
결의대회가 정부의 일방적 자연공원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전국 본말사 주지 스님 등이 참여한 가운데 종단 내부의 역량을 결집하기 위한 결의의 장임에도 정치인들을 동원하는 것은 스스로 대회의 취지를 퇴색시킬 뿐 아니라 오히려 정치권에 읍소하는 모습으로 비칠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대립각을 세워야 할 여당 국회의원에게 연대사를 부탁하는 대목에서는 정부의 잘못된 국립공원정책을 바로잡겠다는 결의대회의 표면적 목적 이외에 또 다른 정치적인 의도가 담겨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추진위는 “아직 결정된 사항이 아니다”라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추진위원장 원학 스님은 “결의대회 이후 종단이 추진하고 있는 가칭 ‘문화유산보전법’ 제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여야 정치인들을 초청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며 “그러나 이에 대한 반대 여론도 있고, 임시국회 회기 일정으로 국회의원들의 참석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여서 아직 어떠한 결론도 내리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종단 안팎에서 추진위에 대한 불만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 종회의원 스님은 “결의대회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비판하고 종단 내부적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의지를 모으기 위한 순수한 법회”라며 “그럼에도 대회를 준비하는 추진위가 정치인을 동원하는 논의를 했다는 것 자체가 대회의 순수성을 의심받게 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스님은 이어 “아직까지 결의대회에 대한 근본 취지와 목적을 이해하지 못하는 주지스님들에게 충분한 홍보 작업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오히려 시급한 일”이라며 “정치인들에게 궁핍하게 도움을 요청하느니 차라리 이명박 대통령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읍소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