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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특집- 양과 불교

기자명 탁효정
'협동심으로 어려움 이기는 지혜로운 동물'

의리있는 부처님 전생 표현

음식에 흔들리는 경솔함도 있어




양은 십이지간의 여덟번째에 해당하는 동물로, 예로부터 착하고(善) 의롭고(義) 아름다움(美)을 상징하는 동물로 여겼다. 양띠해에 태어난 사람도 양처럼 성격이 순박하고 부드러워 '양띠해에는 딸을 낳아도 시어머니가 구박하지 않는다'는 민담까지 있다. 달로는 음력 6월, 시각으로는 오후 1시∼3시를 가리키며, 방위로는 남쪽이다.

불교에 등장하는 양은 두가지 성격을 드러낸다. 온화하고 조심스러운 동물로 표현되는 한편 때로는 경박하고 어리석은 존재로 비유되기도 한다.

기후적인 이유로 우리나라에서는 양이 거의 사육되지 않아 불교미술이나 민화에는 '염소'의 모습으로 주로 등장한다.



경전 속의 양

불경 속에 등장하는 양은 조심스럽지만 맛있는 음식에 유혹당하는 모습으로 자주 등장한다. 부처님께서는 양의 비유를 통해 무명에 사로잡혀 쉽게 유혹에 빠진 경솔한 행동을 경계한다.

『본생경』 제14화에는 꿀묻은 풀 때문에 동산지기 산쟈에게 유인된 양의 모습이 묘사돼 있다. 이를 본 부라후미닷타 왕이 '조심성 많은 양이 약간의 꿀 때문에 잡혔다. 실로 이 세상에서 미각에 대한 욕심만큼 두려운 것은 없다'고 읊었다.

『본생경』 제546화에도 왕의 궁전에서 살고 있는 양이 개와 함께 궁리하여 음식을 훔치는 이야기가 나온다. 풀만 먹는 양이 주방장의 소홀함을 틈타 왕의 찬간에서 고기를 훔치고, 풀을 먹지 않는 개가 코끼리의 우리에서 훔친 풀과 바꾸어 배고픔에서 벗어난다. 개와 힘을 합쳐 어려움을 타개하는 모습이다.

『잡보장경』 제121화에서는 성실한 여종 몰래 콩과 보리 한 말을 먹어치운 숫양 이야기가 나온다. 여종은 틈만 나면 양을 회초리로 때리고, 양도 지지않고 여종을 들이받곤 했다. 어느날 여종 손에 회초리가 없는 것을 보고 양이 뿔로 들이받자, 여종은 엉겁결에 들고있던 불을 양에게 던졌다. 몸에 불이 붙은 양은 미친듯이 사방으로 뛰어다녔고, 온 산과 들로 불길이 번지게 되었다. 결국 산 속에 살던 오백마리의 원숭이들까지 불길에 모두 타죽고 말았다. 여러 하늘이 그것을 보고 게송으로 말했다. '성내어 서로 싸우는 그 사이에는 머물지말라. 숫양과 여종이 싸우는 바람에 마을 사람들과 원숭이가 죽었느니라'

이와 같이 음식에 대한 집착과 도둑질·성냄 등이 다른 존재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경계하는 비유에 양이 자주 등장한다.

부처님의 전생의 모습으로 양이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

『본생경』 제206화에는 보살의 전생이야기가 나온다. 영양, 거북이, 딱다구리가 호수 가까운 곳에 살았다. 셋은 동무가 되어 서로 친하게 지냈다. 어느날 영양이 물을 먹으러 나왔다가 덫에 걸렸다. 영양을 돕기 위해 딱다구리는 사냥꾼을 유인해 시간을 지연하고 그동안 거북은 이빨을 이용해서 덫을 끊어 영양을 구출했다. 지쳐 쓰러진 거북을 다시금 영양이 구해낸다. 사냥꾼이 데바닷타요, 딱다구리는 사리불이며 그 거북은 목건련이고, 영양이 바로 부처님이라고 한다.



백양사 이야기

우리나라에서 양에 관한 설화가 전해지는 사찰로 백양사가 있다. 조선 선조때 환성(喚醒) 선사가 영천암에서 금강경을 설법하는데 법회가 3일째 되던 날 하얀 양이 산에서 내려와 스님의 설법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사라졌다. 7일간 계속된 법회가 끝난 날 밤 스님의 꿈에 흰 양이 나타나 '나는 천상에서 죄를 짓고 양으로 태어났는데 이제 스님의 설법을 듣고 다시 환생하여 천상으로 가게 되었다'고 하면서 절을 했다고 한다. 이튿날 영천암 아래에 흰 양이 죽어 있었고, 이후 절 이름을 백양사라고 고쳐 불렀다고 한다.



탁효정 기자
takhj@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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