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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변호사의 세상읽기]

기자명 법보신문

물질은 삶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일 뿐
기본규범 오계 지킬 때 사람다운 사람

계율을 지킨다는 것은 우리가 마땅히 할 일일뿐, 거창한 이름이나 말이 필요 없는 일이다. 특히 오계(五戒)는 불교의 계율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모든 사람들이 지켜야 할 사회규범과도 통하는 내용이다. 결국, 오계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규범이고, 그것을 지키는 것이 특별할 것도 대단할 것도 없다. 오직 불교에서 말하는 오계는 그 관념적 바탕과 기술적 내용에 있어 단순한 오계적인 내용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원래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않기 때문에 계가 있고 법이 필요한 것이지만, 근년에 들어 우리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두드러지게 많아진 것은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않는 일이 늘었을 뿐 아니라, 죽이거나 빼앗고 훔치는 일 따위를 천연스럽게 저지르는 예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고기를 먹는 양과 빈도가 늘어나고, 심지어 몸에 좋다면 안 잡아먹는 것이 없을 정도가 되었다.

경제성장이 되면서 오히려 남의 물건을 마치 내 물건 보듯 하는 경향이 두드러진 것이라거나, 남녀 사이의 문란한 관계는 나의 고루한 생각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좀 지나친 것 같다. 거기에 기름이라도 끼얹듯, 아침저녁으로 바뀌거나 거칠어진 말이 줄을 잇고, 그것은 이른바 지도자를 자처하는 사람의 경우에 더한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하니, 한심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모든 것이 물질만능주의가 토해낸 찌꺼기이고, 일찍부터 서구에 바탕을 두고 자란 개인주의(individualism)에 대한 몰이해가 빚어낸 부산물인 셈이다.

“우리는 아주 작은 동물에게도 동정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벌레일지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 파리를 죽이지 말고 이 기구를 이용해서 밖에 놓아 주십시오.”

동물애호단체(PETA)가 오바마 미국대통령에게 인도적인 벌레잡이 기구를 선물(?)로 보내면서 곁들인 편지의 한 구절이다. 우리 신문에도 보도된 일이 있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달 언론과의 간담회 석상에서 손으로 파리를 때려잡은 데 따른 사연이다.

생물이라면 적어도 살고자하는 욕구가 있을 것이고, 그것이 어찌 사람만의 것이겠는가? 모든 생명은 상생(相生)하는 가운데 서로 돕고 지탱하면서 그 존재를 유지하다가 언젠가는 예외 없이 사라져 가는 것이니, 생명의 존귀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칠 것이 없는 일이다.

우리가 아껴야 할 생명에는 ‘네 것’, ‘내 것’의 구별이 있을 수 없고, 사람과 동물이나 곤충을 가릴 것이 못된다. 불가(佛家)에서 내려오는 말로 “살생하면 자비의 씨가 끊어진다”고 한다. 얼마나 겁나는 이야기인가! 자비의 씨가 말라버리니 무자비(無慈悲)해 진다. 우리가 흔히 아주 모질고 인정을 찾아볼 수 없는 사람을 가리켜 무자비한 사람이라고 하는 것도 자비의 씨조차 말라버린 사람이라는 뜻이다.

일찍이 부처님께서는 잡아함의 『아난경(阿難經)』에서 이르시기를 “아난다여! 어떤 착한 남자나 착한 여자가 도시나 농촌에 있으면서 진실한 법을 성취하여 목숨을 마치도록 살생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음행을 하지 않고, 거짓말하지 않으며, 술을 마시지 않으면 그런 착한 남자나 착한 여자는 팔방과 상하에서 착한 사람이라 높이고 칭찬하기를 ‘어느 곳, 어느 마을의 착한 남자와 착한 여자는 계율이 청정하고 진실한 법을 성취하여 목숨을 마치도록 살생하지 않고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아난다여! 이것을 어떤 향은 바람을 따라서도 피우고, 바람을 거슬러서도 피우며, 바람을 따라서나 거슬러서도 피우는 것이라 하느니라”라고 하시어 오계(五戒)를 지키는 데에서 오는 좋은 과보를 말씀하셨다.

과학기술의 발달을 촉진하는 것도 사람답게 살기 위함이요, 경제의 성장을 도모하는 것도 풍요로운 삶을 유지하기 위한 것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지구상의 좋은 이웃을 모두 버리고 사람만으로는 결코 삶을 유지할 수 없으니, 주객(主客)이 전도되지 않도록 바로 보고 바로 나가야 할 일이다. 

이상규 변호사 skrhi@rhi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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