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명법문 명강의] 제2대 군종교구장 자광 스님

기자명 법보신문

“지혜-자비 날개 달면 해탈-열반이 지척이다”

계룡대 호국사는 저에게 있어서 아주 특별한 곳입니다. 제가 1989년 당시 군승단장을 맡고 있을 때 여러 우여곡절 끝에 계룡대 호국사가 지금의 늠름한 모습을 갖출 수 있게 됐지요. 오늘 이 곳 호국사를 찾은 여러분들께 저는 불교의 핵심사상인 지혜와 자비의 가르침을 전할 생각입니다. 다들 잘 알고 계시겠지만 불교는 지혜와 자비의 종교입니다.

인연법 자각, 실천이 지혜로운 삶

지혜와 자비는 풍진 세상을 굽어보며 훨훨 하늘을 날고 있는 새의 양 날개에 비유할 수 있지요. 지혜는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이며, 자비는 열반과 해탈을 목표로 수행하는 불자들에게 있어서 동력과 같은 것이지요.

지혜와 자비 실천을 위해서는 인연법을 바로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부처님이 설하신 불이법과 원융무애한 동체대비의 자비사상이 아니고는 만유의 갈등을 끊을 수 없으며 진정한 평화와 인류의 행복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천지와 나는 같은 뿌리요, 만물은 나와 한 몸이다’ 란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벽암록』외에 유명한 동진(東晋)의 역경승 구마라집의 사대제자 가운데 한 사람인 승조에 수록된 『열반무명론』에도 나오는 말입니다. 이 말에는 ‘존재하는 모든 것은 나와 한 부분이다’는 오묘한 진리가 담겨 있습니다. 천지만물은 크고 작음, 길고 짧음, 둥글고 모남, 곧고 굽음, 높고 낮음 등 천차만별로 나타나 같은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범속한 사람은 이 차별상에 집착해 망상을 일으키지요. 이 차별현상의 근원을 무아, 무심으로 찾아가면 일체가 같은 뿌리요 같은 본체임을 발견하게 돼 천지와 나는 같은 뿌리요, 만물은 나와 한 몸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됩니다.

이 진리의 깨달음 안에는 지혜와 자비가 다 녹아 들어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존재하는 모든 것은 다 어디서 왔는가. 혹자는 전지전능한 신이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부처님이 6년 동안 고행하면서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끝에 깨달은 것은 연기법이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존재하는 모든 것은 전지전능한 신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이것과 저것이 서로 어울려서 협력, 상호, 의존하면서 생겨난다는 진리를 깨달은 것입니다. 삼라만상 모든 만물은 상의적 관계에 놓여 있습니다. 이것을 아는 사람이 바로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여기 모인 불자님들이 좋아하는 노래 중에 최진희 씨의 ‘끝도 시작도 없이 아득한 사랑의 미로여’라는 노랫말이 있지요. 이 가사처럼 인생은 여여한 것입니다.

저기 꽃을 한 번 보십시오. 참 보기 좋지요. 그렇다면 저 꽃은 어디서 왔을까요? 불교의 인연법에 의하면 이 꽃이 여기 호국사에 오기까지, 불자님들의 눈에 띠어 여러분들로 하여금 흐뭇한 미소를 짓게끔 만들기 까지 무수한 인연과 협력에 의해 생겨났을 겁니다.

작은 씨앗에서 싹이 오르고 꽃봉오리를 활짝 피울 수 있었던 데는 대지와 태양과 물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또 꽃술을 떠 나르는 벌들도 한몫 했겠지요. 이런 인연법을 인정하고 아시는 분은 불교의 기본 마인드를 갖고 계신 것입니다. 이를 깨닫고 실천하는 삶이 바로 지혜로운 삶이지요. 여러분과 나는 둘이 아닙니다. 또 우주와 여러분도 둘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와 여러분들도 하나인 것이지요. 존재하는 만물 모두가 하나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들판에서 제 울음에 겨워 서걱대는 갈대처럼 서로가 의지하는 존재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부처님은 수학 공식처럼 간략히 제시했습니다.

시비 분별 없는 세상이 극락

차유고피유(此有故彼有)요, 此生故彼生(차생고피생)이라. 차무고피무(此無故彼無)니, 차멸고피멸(此滅故彼滅)이라.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생하므로 저것이 생한다. 이것이 없으므로 저것이 없고, 이것이 멸하므로 저것이 멸한다고 부처님은 가르치셨지요 . 부처님은 이 짧은 글귀 속에서 우주만물이 생겨나고 없어지는 진리를 설하셨습니다. 이를 다시 말하면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고, 원인이 없으면 결과도 없다’라는 말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고통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부처님은 우주자연의 생멸의 과정을 연기법으로, 질서를 인과법으로 설파하셨지요. 이것과 저것이 서로 어울려 존재한다는 사실을 부처님은 깨달으신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삼라만상 가운데에 그 어떤 것도 인연하지 않고 홀로인 것은 없습니다.

그래서 진정한 불자들은 타인을 나와 같은 한몸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분별심을 갖지 않지요. 어떻게 분별심을 갖겠습니다. 우리는 하나인데 말입니다. 자비의 실천은 바로 이런 깨달음에서 시작됩니다. 자, 여러분들게 한번 묻겠습니다. 남의 고통은 그저 남이 느끼는 고통일까요, 아닐까요. 남의 고통이 나의 고통이요, 나의 고통이 곧 남의 고통인 것입니다. 반대로 나의 즐거움이 곧 타인의 즐거움이며, 타인의 즐거움은 곧 나의 즐거움이 되는 것이지요.

진정한 자비는 하심에서 비롯

남을 배려하는 삶을 우리는 실천에 옮겨야 합니다. 자비의 ‘자(慈)’는 함께 기뻐한다는 뜻이고, ‘비(悲)’는 함께 신음한다는 뜻입니다. 남이 잘되는 것을 더불어 기뻐하고, 남의 고통을 그냥 바라보지 않고 더불어 신음한다는 뜻이지요. 자비에는 함께 기뻐함과 함께 슬퍼함의 양면성이 있습니다. 자기가 가진 것이 없어도 남을 돕겠다는 마음을 갖는 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나 혼자만 잘 먹고 잘 사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지요.

나 혼자만 행복한 것도 역시 무의미한 인생인 것입니다. 내 주변 이웃들에게 따뜻함을 전하고 보탬이 되는 생활을 하는 것이 바로 자비인 것입니다. 지혜와 자비를 갖춘 부처님을 우리가 양족존이라 칭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지혜와 자비를 구족하신 부처님. 그 부처님의 제자들인 여러분들은 지혜와 자비를 갖춘 참불자가 되기 위해 오늘 이 자리에 오신 것이 아니겠습니까? 여러분들이 사는 이곳은 극락입니까, 지옥입니까. 이곳은 극락일 수도, 지옥일 수도 있습니다. 선택은 여러분에 달렸습니다.

서로 돕고 살겠다면 이 곳이 바로 극락이요, 시기심과 질투심으로 가득찼다면 이 곳이 바로 지옥인 것입니다. 자비심은 어버이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과 같습니다. 항상 베풀고 잘못한 것은 너그럽게 이해하고 용서하는 마음이 바로 자비인 것이지요.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이들에 한 줌의 햇빛같은 존재가 될 수 있는 것도, 그 햇빛을 막는 것도 바로 여러분의 마음에 달려있습니다.

진정한 자비심의 발로는 하심에서 비롯됩니다. 부처님은 하심을 강조하셨습니다. 하심이 무엇입니까. 나를 남 아래에 둘 수 있는 마음입니다.

높은 곳이 아니라, 가장 밑에 있겠다는 마음입니다. 저절로 자비로워지고 만복이 스스로 귀의합니다. 너와 내가 하나된 중중무진연기의 진리를 안다면 깨우침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면 너와 내가 하나라는 생각을 매순간 화두처럼 들고 다니시기 바랍니다. 성불하십시오.

정리=최승현 기자 trollss@beopbo.com


이 법문은 8월 16일 계룡대 호국사에서 열린 정기 일요법회에서 군종교구장 자광 스님의 법문을 요약 게재한 것입니다.

자광 스님은

1957년 지리산 화엄사로 입산해 경산 스님을 은사로 사미계를 수지했다. 1963년 해인사 강원 사집과를 수료하고 자운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했다.

해인사 강원을 거쳐 1968년 동국대 인도철학과를 종비생 1기로 졸업하고 1970년 군 포교를 시작, 군승 중위로 임관했다. 1987년 대령으로 승진, 육군본부 군종감실 제도과장을 거쳐 3군 군종참모를 역임했다. 1995년 대령으로 예편한 이후 경기도 용인에 반야선원을 개원, 수행과 포교 활동에 진력해왔으며 2009년 7월 24일 제2대 군종교구장에 취임했다.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