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령의 여운깊은 책읽기] 가난한 아마존이 가르쳐준 진리
[이미령의 여운깊은 책읽기] 가난한 아마존이 가르쳐준 진리
  • 법보신문
  • 승인 2009.09.0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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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면 안 돼, 거기 뱀이 있어』/다니엘 에버렛 지음/윤영삼 옮김/꾸리에

독실한 개신교 신자이면서 언어학자인 다니엘 에버렛은 아주 오래 전부터 아마존 오지의 선교를 꿈꿔왔습니다. 그는 길고 긴 연습과 훈련 끝에 가족들을 데리고 1978년 아마존 마이시 강 입구에 위치한 피다한 마을로 들어갑니다.

피다한 마을은 아마존에서도 보기 힘든 폐쇄적인 부족으로서 낯선 문화를 거부하고 그들만의 고유한 언어와 풍습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곳입니다. 그곳 원주민들의 언어를 완벽하게 배워서 복음을 전파하라는 사명을 띤 다니엘은 사람들과 가족처럼 지내면서 그들의 언어를 익혀갑니다.

하루라도 빨리 그들의 언어로 성경을 번역하여 보급하기 위해서 다니엘은 꾸준하게 열린 마음으로 피다한 부족들의 삶 속으로 파고들어갑니다. 그들의 문화를 알지 못하면 그들의 언어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30년에 걸쳐 아마존의 피다한 부족들과 어울리면서 그들의 삶과 문화, 언어에 대한 현장연구를 진행한 결과 다니엘은 그들의 언어 속에서 독특한 점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즉 그들은 오감으로 체험한 것이 아니면 말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추상적인 개념이나 숫자와 관련한 어휘는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언제나 굶주려 있다가 부족 중 누군가가 먹을 것을 구해오면 그날 하루는 모두가 배불리 먹습니다.

세상은 본래 배터지게 먹고 트림하며 지낼 수 없는 곳임을 그들은 온몸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터무니없는 욕심이나 갈망을 처음부터 품지 않습니다. 그 결과 피다한 부족의 언어 속에는 ‘불안’ ‘고통’ ‘불만’이라는 단어가 있지 않음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죄의식이 없을 뿐만 아니라 보편적인 진리, 초월적인 존재를 열망하지도 않습니다. 그들에게 진리란 물고기를 잡는 것, 노를 젓는 것, 아이들과 웃으며 노는 것, 그리고 말라리아로 죽는 것입니다.

처음에 그의 눈에 들어온 원주민들은 더럽기 짝이 없고 그저 야생동물처럼 괴성을 지르기만 하는 미개인이었지만 문명사회 서양에서 날아온 선교사 다니엘은 결국 이렇게 결론을 내립니다.

“지금 이 순간이 불행하다고 굳이 규정한 뒤에 행복을 찾아 나서도록 내몰린 문명인들보다 지금 이 순간을 행복하게 지내는 아마존 피다한 부족의 문화가 지구상에서 가장 발전한 문화가 아니겠는가! 걱정, 불안, 욕심, 두려움, 불만, 좌절, 세상을 모두 이해하고 말겠다는 아집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더 행복한지, 즐겁고 유쾌하게 인생을 즐기면서 사는 것이 더 행복한지 가슴에 손을 얹고 물어보라.

신이나 진리를 과연 무엇에다 쓸 것인가?”
다니엘은 성경을 믿지 않고 무신론자가 되었음을 선언합니다. ‘관념의 독재’에 무릎 꿇고 살아오는 도시문명의 종교인들이라면 한번은 깊이 생각해봐야 할 다니엘의 개종입니다.
 
동국역경원 역경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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