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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각사 또 수몰 위기

  • 교계
  • 입력 2004.08.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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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교부 화북댐 추진…97년 군위댐 악몽 재연

일연 스님이 주석하며 《삼국유사》를 완성한 인각사지(사적 제374호)가 다시 수몰 위기에 처한 것으로 밝혀졌다.

본지가 입수한 〈낙동강 수계 댐 입지 타당성 검토 보고서〉(건설교통부, 1999.12)에 따르면 건교부는 낙동강 수계에 생·공업용수와 수질개선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화북댐을 비롯한 6개 댐을 개발 우선 1순위의 신규 다목적댐으로 선정했다.

총 저수용량 4790만 톤 규모의 화북댐이 완공되면 인각사지의 수몰은 불가피하게 된다. 이 보고서 ‘낙동강 권역 수자원 개발 가능지점 평가’ 도표의 ‘화북댐 수몰지 현황 및 기타’ 항목에는 ‘인각사 및 908번 지방도 수몰'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 보고서의 ‘댐별 용수 공급계획’ 도표와 ‘낙동강 권역 수자원 개발 가능지점 평가’ 도표에 따르면 화북댐은 1323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2001년부터 4년간 개발될 계획이다. 건교부는 이 보고서에서 댐 건설 후보지로 화북댐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 “용수공급 및 용수개발단가가 양호할 뿐만 아니라 경북 중부권의 용수 공급을 위해 가장 유리하다”라고 밝히고 있다.

건교부는 지난 '97년 6월 4일에도 인각사지 보존(수몰 반대) 운동이 확산되자 은해사와 인각사, 문화재관리국 등 관련 단체에 공문을 보내 “군위군에 댐개발을 위한 위치 및 규모를 수립할 경우 문화유적지인 인각사가 수몰되지 않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어 당국이 당시의 약속을 파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본지 424호 참조〉

인각사 주지 상인 스님은 “댐 건설로 입은 재산상 피해는 보상받을 수 있지만 인각사지의 역사적 가치와 문화재적 가치는 복구할 수 없다”며 “댐 건설을 다시 추진하는 것은 정부의 수자원 정책이 문화재와 역사 말살 정책임을 보여주는 것인 만큼 본사인 은해사와 함께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건교부 수자원개발과의 관계자는 “보고서에 명시한 대로 댐 건설 계획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보고서는 댐 건설 계획 수립을 위한 내부 기초 조사 자료인 만큼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발이 커 낙동강물이용조사단이 활동하고 있는 만큼 댐 건설 여부는 조사단의 보고서가 나오는 내년 이후에나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화북댐과 함께 개발 우선 1순위로 선정된 댐은 불교계의 댐건설 백지화 운동 표적이 되고 있는 문정댐(경남 함양, 함양댐)과 송리원댐(경북 영주), 감천댐(경북 김천, 김천댐), 이안천댐(경북 상주, 함창댐), 천평댐(경남 산청, 산청댐)이다.

인각사는 어떤 사찰?

삼국유사 탄생한 신라고찰…원효 창건

인각사(麟角寺)는 신라 선덕여왕 12년(643년)에 원효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고려 충렬왕 9년부터 15년까지 일연스님이 주석하며 삼국유사를 집필했다.

일연스님이 삼국유사를 저술할 당시 인각사는 크고 높은 본당을 중심으로 그 앞에 탑, 좌측에는 회랑, 우측에는 이선당(以善堂) 등이 있었으며 본당 뒤편으로 무무당(無無堂)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 일연스님이 총림법회 등 대규모 불교행사를 개최하면서 승속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사찰로 알려져 있다.

현존하는 당우로는 법당과 2동의 요사채가 전부다. 중요문화재로는 인각사 보각국사탑 및 비(보물 428호)이 있고, 사찰 전체가 사적 374호로 지정돼 있다. 이 탑비는 1293년(충렬왕 19년)에서 1295년 사이에 사승 죽허(竹虛)가 왕희지의 글씨를 모아서 세웠다고 하나, 임진왜란 때 훼손돼 글자를 알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법당 앞으로 삼층석탑이 있고 정조탑 앞에 높이 1.5미터의 석불이 있으며, 절 앞길에 만월당(滿月堂)과 청진당(淸眞堂)의 석종형 부도가 있다.

인각사는 조계종 제10교구본사 은해사 말사이며 지난 96년 8월 조계종 최초로 공채 주지가 임명되기도 했다. 기린이 뿔을 절앞 바위에 얹었다고 해서 인각사로 불린다는 속전이 있는 이 사찰은 인근에 소나무 숲이 우거진 절벽 학소대와 어우러져 지금도 일연스님의 향기가 배어나오는 고즈넉한 곳이다. 97년 인각사 수몰 소식이 알려졌을 무렵부터 역사의 현장을 찾는 문화답사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2000.07.12 / 568호> 이창윤 기자 - 심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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