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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 스님의 차담 법담] 40. 잔소리

기자명 법보신문

성인의 잔소리는 사랑과 연민 그 자체

부처님 당시 유명했던 사상가 중 한 사람인 니간타 나타뿟따는 어느 날 마가다 국의 아봐야 왕자를 만나 부처님께 이런 질문을 해보라고 한다.

“왕자여, 가서 부처님에게 이렇게 물어보시오, 당신도 다른 사람이 듣기 싫어하는 말을 하는지? 만약 그런 말을 한다면 그대와 우리 범부들은 똑같다고 말하고 만약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면 ‘왜 데바닷따에 대해서는 그가 듣기 싫어하는 말을 하셨습니까?’라고 말입니다. 그는 당신의 말에 올바로 대답하지 못할 것이고 그러면 왕자님은 부처님을 논파한 것이기 때문에 당신은 크게 명성을 얻을 것입니다.”

아봐야 왕자는 조심스럽게 니간타가 말한 질문을 부처님께 물어보았다. 부처님은 “그러한 질문에 일방적인 대답은 없다”고 하였다. ‘그렇다’ 혹은 ‘아니다’라는 답을 기대했던 아봐야 왕자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부처님께 그간의 이야기들을 사실대로 고백하였다. 그때 마침 아봐야 왕자는 무릎 위에 어린 아기를 앉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 부처님은 이와 같이 물으셨다.

“왕자여, 만약 이 어린 아기가 부주의로 인해 어쩌다 입속에 나뭇조각이나 작은 돌멩이를 물고 있다면 당신을 어떻게 하겠습니까?”
“세존이시여, 저는 빨리 아기의 입에서 그것을 제거할 것입니다. 만약 입 속 깊이 그것이 들어있다면 강제로 아기의 입을 벌려서라도 그것을 빼낼 것입니다.”
“왕자여,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도 중생에 대한 사랑과 연민이 있기 때문에 때로는 사람들이 그 말을 듣기 싫어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사실이고 진실이고 유익한 말이라면 적당한 때를 보아서 말해 줍니다. 또 듣기 좋아하는 말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사실이고 진실이고 유익할 경우에만 적당한 때를 보아서 말해 줍니다.”
깊은 감동을 받은 왕자는 궁금한 질문을 하나 더 한다.

“세존께는 다양한 사람들이 와서 다양한 질문을 하는데 그때마다 적절한 대답을 해 주십니다. 평소 이런 질문을 하면 이런 대답을 해야지 하고 미리 준비하고 계신 것입니까 아니면 그때 즉시 답변이 나오는 것입니까?”
“왕자여, 누군가 왕자에게 수레에 대한 질문을 하면 왕자는 어떤 식으로 대답합니까?”
“저는 수레에 대해 다 꿰뚫고 있기 때문에 무슨 질문을 하던 간에 바로 대답할 수 있습니다.”
“왕자여 나도 마찬가지라오. 나도 세상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무슨 질문을 하던 간에 바로 대답할 수 있는 것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성인들의 말씀이 새 생명을 주는 말이 될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잔소리로 들릴 것이다. 그러나 성인들의 잔소리는 사랑과 연민 그 자체이다. 뒤늦게 그 잔소리의 가치를 깨닫고 후회하지 않는 인생이 되었으면 한다.
 
지장 스님 서울 대원정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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