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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 스님의 차담법담] 42. 마음닦기

기자명 법보신문

모든 것 받아들이는 흙처럼 살아야

‘어찌 저렇게 멋있고 잘 생기셨을까? 아마 앞으로 나의 모습도 저런 모습이 되겠지.’ 아침 일찍 공양을 받기 위해 마을로 향해 걷고 있던 젊은 라훌라 존자는 자신의 바로 앞에 걷고 계신 거룩한 존재의 자태에 자신도 모르게 마음을 빼앗겨버렸다. 걷고 있을 때는 오직 걷고 있는 사실만을 알고 있어야 되지만 그날은 눈에 들어온 형상에 반응을 일으키지 않을 수 없었다. 한 때 자신의 아버지이기도 했던 존귀한 분의 모습을 닮았다는 생각에 라훌라 존자의 상념은 뿌듯함에 휩싸여 그 순간 잠시 현실을 잊게 만들었다. 그의 상념은 결국 얼마 가지 못하고 앞서 가시던 부처님에게 들키고 말았다.

“라훌라여, 어떠한 몸이나 물질이든지 그것이 과거나 미래나 현재 어디에 존재하던 간에 혹은 내적이거나 외적이거나 그 모든 것은 영원하지 않고 본래부터 있지 않았고, 조건적으로 생겨난 것이며 고유한 실체가 따로 없느니라. 그러므로 ‘그것은 나의 것이 아니고 내 것이라 할 수 없고 나의 자아라고 할 수 없다’라고 이와 같이 올바른 지혜로써 있는 그대로 잘 관찰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느낌이나 인식, 의도, 의식 등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마음을 들켜 부끄럽기도 하고 방금 전까지 자신의 눈을 즐겁게 했던 몸이 무상하고 본래 실체가 없으며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라는 부처님의 말씀이 자극이 되어 라훌라 존자는 순간 수행에 대한 강한 열의에 휩싸이지 않을 수 없었다. 탁발을 포기하고 다시 숲속에 들어간 그는 몸과 물질을 대상으로 하루 온종일 수행에 몰입하였다. 저녁 무렵 수행을 잠시 멈추고 부처님이 계신 곳을 찾아와 물질을 대상으로 하는 수행에 대한 또 다른 가르침을 듣는다.

그 때 부처님은 흙, 물, 불, 바람처럼 마음을 닦으라는 교시를 내린다. 흙은 자신에게 똥이나 오줌, 피, 고름 같은 더러운 것을 버리더라도 그것 때문에 번민하거나 수치스러워하거나 피하지 않는다. 이와 같이 흙에 대한 마음을 닦으면 이미 생겨난 즐겁거나 괴로운 느낌에 마음이 사로잡히지 않게 된다고 하였다. 마찬가지로 물은 그 무엇을 씻더라도 또 불은 그 무엇을 태우더라도 그리고 바람은 그 무엇을 날리더라도 그것이 더럽다고 번민하거나 수치스러워하거나 피하지 않는다. 이렇게 마음을 닦으면 대상에 대한 분별이 일어나지 않게 되고 이것은 결국 괴로움의 소멸로 이르게 된다고 하였다.

우리는 감각적인 대상을 접한 순간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반응을 일으킨다.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결국은 괴로움의 원인이 되고 만다. 괴로움의 소멸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첫째 자기절제를 통해 미래의 괴로움을 막고(戒), 둘째 강한 집중을 통해 현재의 괴로움을 잊으며(定), 셋째 통찰지혜(반야바라밀)를 통해 현재 일어나고 있는 현상에 반응을 일으키지 않아야만 한다(慧). 물을 보며 또 바람을 보며 우리는 그러한 방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지장 스님 서울 대원정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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