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장 스님의 차담법담] 43. 한 끼 식사

기자명 법보신문

사소한 집착이 계를 범하는 원인된다

동남아시아 불교국가들을 여행하려면 이것저것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다. 스님 신분으로 여행하게 되면 우리나라 사찰 문화와 다른 것들이 많아서 실례가 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태국의 어느 시골 절에 간적이 있는데 첫째 날 아무도 식사하라는 말을 해주지 않아 하루를 꼬박 굶은 적이 있다. 참 매정하다고 속으로 투덜거리며 사찰 가까운 곳의 식당에 가서 밥을 사먹었는데 모두들 이상한 눈치로 나를 쳐다보았다.

사찰에 영어를 조금 하는 스님이 계셔 손님이 왔는데 왜 밥을 안 주는지 물었고, 또 밥을 안 주어서 밖에 식당에서 사먹으러 갔는데 사람들이 이상하게 바라보았다는 말을 하였다. 그 태국 스님의 말이 여기서는 각자 아침에 탁발을 나가서 자기 먹을 것은 자기가 탁발해 와야 한다고 했다. 외국 스님도 예외는 아니며 아침을 먹으려면 아침 일찍 발우를 챙겨들고 맨발로 자신들의 뒤를 따라오라고 하였다. 그리고 식사는 아침에 탁발하는 것 한 번이며 절대로 정오를 지나서는 음식을 먹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사찰 마다 공양하는 방식이 약간 다른데 전에 머물렀던 태국 절은 음식을 얻어 와서 모두 함께 먹었는데 그 사찰은 각자 방으로 들어가 개인적으로 먹었다. 할 수 없이 그 사찰의 방식을 따르기로 했는데 가장 힘들었던 것은 맨발로 시골 길을 한 참 걸어야 했던 것과 한 끼 식사만 하는 것이었다. 작은 돌멩이와 나뭇가지 등이 밟혀 발을 내디딜 때마다 입안에서 짧은 비명이 나왔고 그나마 힘들게 얻어 온 음식을 아침 일찍 먹고 나면 그 다음 날 새벽까지 물만 먹고 버텨야 되는데 배고픔과 음식에 대한 욕망을 참는 게 만만치 않은 고행이었다.

‘정말로 한 끼만 먹고 어떻게 수행을 해 나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을 때 문득 ‘밧달리’라는 수행자의 일화가 떠올랐다. 밧달리 수행자는 부처님 당시에 살았던 스님이다. 하루 한 끼의 식사만을 해야 하며 하루 한 끼의 식사를 할 때 건강하고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고 가벼워진다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자신은 그렇게 한 끼만 먹고 살 수 없다며 부처님 말씀을 거역하였다. 한 끼만 먹고 살면 그것 때문에 많은 걱정을 하게 되고 수행을 잘 할 수 없다고 생각하여 그는 혼자 따로 살면서 매 끼니마다 밥을 챙겨 먹었다. 석달 간의 안거가 끝나갈 즈음 스스로 자신에 대한 질책에 괴로워하던 밧달리는 부처님을 찾아가 자신의 잘못을 참회한다.

한 끼의 식사가 사실은 생존에 크게 부족한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맛과 포만감에 대한 강한 집착이 수많은 허물을 만들고 수행을 주저하게 만들 뿐이다. 음식을 통해 불안과 갈망을 해소하기 보다는 절제와 깨어있음을 통해 그 원인을 만들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음식에 대한 집착은 비록 사소하게 여겨질지 모르지만 절제하지 않으면 반드시 우리들의 수행과 건강을 방해하는 큰 넝쿨로 작용할 것이다. 
 
지장 스님 서울 대원정사 주지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