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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 스님의 차담법담] 45. 상대성

기자명 법보신문

사소한 것에 목숨 걸어라

수행을 하는 목적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대략 괴롭지 않고 지혜롭게 사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수행의 목적을 성취하려면 먼저 방법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수행에 대한 열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방법을 알고 열정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실천 수행으로 진행될 것이다.

그런데 막상 수행을 적극적으로 하려 하면 평소 생각지도 않았던 많은 장애 요소들이 생겨난다. 이들 장애요소들은 새로 만들어진 것이기 보다는 우리가 가지고 있던 익숙한 생활의 한 부분들이었는데 수행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이다. 수행을 방해하기 때문에 절제하거나 없애야 되는 유익하지 않는 것들로는 적절하지 않은 음식이나 과식, 술, 담배, 오락, 잡담, 감각적 쾌락 등이 있다.

평소 생활에서 이러한 것들을 즐기고 또 그다지 자신을 힘들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행을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거나 수행과 큰 관계가 없는 것처럼 생각하기도 한다. 수행은 결국 자기 절제(戒), 집중(定), 통찰(慧)의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는데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수행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버리지 못하면 큰 장애나 집착의 대상을 버릴 수 없고 수행도 제대로 진행할 수 없게 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부처님도 ‘메추라기의 경’에서 앞의 내용과 관련된 비유를 말씀 하셨다. 작은 메추라기가 썩은 풀 넝쿨에 묶여 있는데 그 넝쿨에서 헤어나지 못하면 잡혀 괴롭힘을 당하가나 죽게 된다.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건드리면 뚝 끊어지는 썩은 풀 넝쿨에 불과하지만 메추라기에게는 몸부림쳐도 끊을 수 없는 강한 속박과 결박이 된다는 것이다.

또 힘이 센 코끼리는 강하고 질긴 가죽 끈으로 묶어 놔도 일어나서 툭 끊어버리고 도망칠 수 있는데 인간들에게는 강하고 질긴 것이지만 코끼리에겐 쉽게 끊어버릴 수 있는 결박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사소한 것이라도 그것을 버리지 못하고 집착하는 자에게는 메추라기처럼 그 사소한 집착이 강한 속박과 결박이 되는 것이고 큰 것이라도 과감히 버릴 수 있는 사람에게는 아무리 강한 결박이라 해도 쉽게 끊어버릴 수 있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원효 스님의 ‘발심수행장’에서도 그 누군들 조용한 산에 들어가 수행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은 감각적 즐거움과 집착에 얽혀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사소한 것이라도 하나씩 하나씩 절제해 나가는 연습 자체가 수행이다. 사소하지만 막상 해보면 어렵다. 확고한 목적과 열정이 없다면 어려운 일이지만 만약 수행에 대한 목적과 열정이 있다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열정 또한 계속해서 만들어야 하는 것임으로 공부와 유익한 대화, 강의 등을 통해 자주 자극을 받고 힘을 만들어야 한다. 귀찮고 힘들다고 그냥 내버려두면 반드시 미래에 자신을 괴롭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우리에게는 메추라기의 힘이 아닌 코끼리의 힘이 필요하다. 

지광 스님 서울 대원정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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