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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시론] 새해의 초발심

기자명 법보신문

2010년 경인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도 어김없이 설악산과 동해안에는 새해의 첫 일출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밤잠을 설치며 여러 시간을 달려왔음에도 그들의 표정은 다른 때와 달리 피곤함이 보이지 않았다. 무엇이 이들의 얼굴에서 피곤함을 밀어냈을까.

그것은 아마도 ‘초발심’이 지닌 설렘과 강렬함 그리고, 다른 그 무엇에 비할 바 없는 엄숙함 때문일 것이다. 매일 뜨는 해인데도 불구하고 새해의 첫 일출은 매해 새로운 일출이다. 시간을 초월해 살아가야 하는 수행자도 새해의 첫 일출에 새삼 숙연해지는 것을 감출 수 없는데, 매일 매일 새로운 일상과 마주쳐야 하는 일반인들에게는 그 숙연함이 몇 배 더 간절할 것이다.

초발심(初發心)이란 말은 우리 불교가 대중화 시킨 소중하고 아름다운 말들 중 하나이다. 이제는 종교를 떠나 누구나 즐겨 쓰는 이 말은 언제 들어도 비장하고 장엄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일이 잘 안 풀릴 때마다, 혹은 어떤 집단에서 싸움이 일어날 때마다 “초발심으로 돌아가자”고 말한다. 거기에 답이 있고 꼬인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단서가 있기 때문이다. 경전에 이르기를 ‘초발심 할 때가 바로 정각을 이룰 때’라 하지 않았던가.

수행자들은 처음 절집에 들어가서 『초발심자경문』을 접하게 된다. 한 구절이라도 더 마음깊이 새기려 했던 만큼 언제 어디서건 죽비처럼 떠오르는 구절들이 많다. 아마도 이때의 순수와 열정은 마치 샘물과 같아서 영원히 마르지 않을 것이다.

시대가 어려울수록 초발심이란 말은 그 의미가 크고 강렬하게 들려온다. 아마도 험하고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다보니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초심을 망각하고 살아가는 까닭이라 여겨진다. 변명도 많고 작위(作爲)도 많은 시대라 그만큼 초발심의 순수함이 그리워지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꿈꾸었던 세계, 내가 사랑했던 사람, 내가 세웠던 계획의 첫머리 등 그 초발심의 상태로 늘 돌아갈 수 있는 원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 자신이 서 있는 자리, 자신의 부족한 부분 등을 매일매일 확연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디서나 주인으로 살아가는 수처작주(隨處作主)의 삶도 초발심을 잊지 않을 때 가능하다.

얼마 전 아는 분의 전화를 받고 새삼 시간의 소중함에 대해 숙고하게 되었다. 남들은 다 아파도 그 분만은 아프지 않을 거란 믿음이 들 정도로 늘 심신이 건강하셨는데 어느덧 몸에 병이 찾아왔다는 것이다. 새삼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되었다고 한다. 하루하루 시시각각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이를 헛되이 흘려보내기 쉽다. ‘초발심’을 잊지 않는다면 아마도 후회와 회한은 많이 사라질 것이다.

경인년 새해에 우리 앞에 어떤 일들이 펼쳐질 지는 아무도 쉽게 예측할 수 없다. 연말이 되면 늘 잊지 않고 말하는 것처럼 아마도 다사다난한 한 해가 될 것이다. 그 어떤 다사다난한 일들이 일어나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시간은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간다는 것이다. 경인년 새해 첫 일출을 맞이하면서 두 손을 모으고 간절히 발원했던 그 서원과 마음으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면 ‘초발심 할 때가 바로 정각을 이룰 때’란 말씀이 일상에서 실현될 것이다.

우송 스님 설악산 신흥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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