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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칼럼] 걱정하지 말자

기자명 법보신문

지난해는 참으로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미국에서 불어온 금융위기는 전 세계를 휩쓸었으며, 우리나라조차도 예외가 아니었다. 세계적인 자동차회사였던 GM이 도산 위기를 맞았고, 세계적인 보험회사가 파산처지에 이르러 구제 금융을 받게 되었다. 이렇게 되다 보니 무엇을 믿어야 하고, 누구를 의지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실업자는 쏟아지고, 어떤 나라는 국가가 부도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이번만큼 “세계는 하나다”라고 하는 것을 실감하기는 처음이었다. 이를 두고 부처님께서는 온 우주는 하나이며, 한 송이의 연꽃이라고 하였던 것 같다.

그래서 필자는 지난 연초에 화두를 소욕지족(少欲知足)으로 정하였다. 모든 신도들에게나 만나는 사람마다 “적은 것으로 만족할 줄 알자”고 역설하였다. 나 자신도 되도록 아끼고 절약하면서 살려고 애썼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4년 동안 공부하여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이 되지 않는 제자들 보기가 부끄러웠으며, 심지어는 졸업을 하면 취직이 어렵다고 하여 일부러 졸업을 미루는 경우를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

그러나 이제 새해를 맞이하였다. 금년은 경인년(庚寅年) 범의 해이다. 호랑이와 같은 기상으로 세계를 포효하면서 살아보자. 희망과 원력을 가지고 멀리 보고, 꿋꿋이 나아가면, 반드시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다.

티베트의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이루어질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이루어지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또 이루어 지지 않을 일은 걱정해도 소용없으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이 속담은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들은 반드시 성취될 일도 미리부터 걱정한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서 걱정하고, 만약에 하는 생각에서 조바심을 낸다. 아직도 닥쳐오지도 않았는데 미리부터 온갖 생각을 다한다. 미래에 대한 걱정과 염려로 항상 마음이 안절부절 못한다. 한편으로는 성취 될 수도 없는 것을 얻기 위해 온갖 일을 다한다. 아무리 하여도 내가 이룰 수 없는 것은 매달릴 필요가 없다. 시간만 보내고 에너지만 소비한다. 처음부터 되지 않을 일은 일찍 버리고, 다른 길을 택하는 것이 현명한지도 모른다.

부처님께서는 『금강경』에 과거심불가득(過去心不可得) 현재심불가득(現在心不可得) 미래심불가득(未來心不可得)이라고 하셨다. 즉 “과거의 마음도 얻을 수 없고, 현재의 마음도 얻을 수 없으며, 미래의 마음도 얻을 수 없다”고 하셨다. 과거라는 시간은 지나가버렸기 때문에 취할 수 없고, 현재의 마음은 찰라 간에 없어지므로 잡을 수 없으며, 미래의 마음은 아직 오지 않았으므로 얻을 수 없다고 하셨다.

우리들의 걱정은 지나간 과거에 대한 생각과, 아직도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염려로 하루도 걱정이 떠날 날이 없다. 항상 걱정 속에 살다보면 편안할 날이 없다. 현재에 충실하고 최선을 다하면 과거는 아름다운 추억이 될 것이고, 미래는 밝아 질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과거에 대해서는 참회를 말씀하셨고, 미래에 대해서는 원력을 가르쳤다. 그러면서 현재에 최선을 다하라고 하셨다. 무엇보다 현재가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현재의 내가 하는 일이 바로 미래에 받을 과보를 결정짓는 순간이다. 그런데 충실하고 전력을 다해야 할 현재에 걱정만 하고 있다면 무슨 발전이 있을 수 있겠는가?

필자는 금년의 화두로 “걱정하지 말자”로 정하고 싶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티베트의 속담과 같이 이루어질 일에 대해서도 걱정하지 말고, 이루어지지 않을 일에 대해서도 걱정하지 말자. 오로지 현재에 최선을 다하면서, 충실히 살다보면 모든 원력은 반드시 성취될 것이다. 금년 한 해는 미리부터 걱정하지 않고, 호랑이와 같은 기상으로 힘차게 나아가자.

보광 스님 동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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