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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시론] ‘불교사회연구소’ 어디쯤 왔나

기자명 법보신문

“경인년 새해, 우리는 행복을 참구하는 내면의 간절한 발원을 바탕으로 나와 우리, 나와 사회, 그리고 세상을 향해 소통하고 화합하는 성숙된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조계종 총무원장의 신년사다. 기실 내면의 발원을 밑절미로 세상과 소통하는 게 오늘의 불교인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불자는 아무도 없을 성 싶다.

자승 스님은 “우리가 사는 세상은 고단한 삶의 연속”이지만 “또한 희망과 행복을 꿈꿀 수 있는 세상”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단성무이(丹誠無二)의 마음으로 그 꿈을 실현시켜 나가야 한다”면서 명토 박았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다만 그걸 실행하려면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짚을 필요가 있다. 본디 불교는 말과 이론이 아니라 수행과 실천을 중시하는 가르침이기에 더 그렇다. 그래서다. 사뭇 궁금한 게 있다.

자승 스님이 총무원장 후보로 출마할 때 내건 공약이다. 사실상 범종단 추대를 받았기에 스님의 공약은 더 주목을 받았다. 그 가운데 ‘불교사회연구소’ 설립이 있다. 그것은 단지 또 하나의 연구소 설립의 문제일 수 없다. 현대 사회에서 불교의 발언권을 높여가는 중요한 방편이기 때문이다. 공약집을 보더라도 불교사회연구소는 종책연구기관이 아니다. 종책연구소는 ‘불교미래연구원’이라는 이름으로 별개로 제시되어 있다.

그렇다면 불교사회연구소는 어떤 소임을 맡아야 할까. 당연히 사회적 담론을 만들어가야 옳다. 불교가 사회적 담론을 형성해야 할 당위성과 필요성은 자승 스님이 이명박 대통령을 만났을 때 나눈 대화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자승 스님은 지난 해 말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과 아침 공양을 함께 했다. 총무원장 당선을 축하하는 자리를 겸해 사회현안 문제에 대한 조언을 듣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요청으로 마련된 자리였다. 원담 스님에 따르면 회동에서 “민생경제 문제와 관련한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더 말할 나위 없이 시의적절한 주제다. 세계 경제 위기로 국내에서도 많은 사람이 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용사정은 무장 악화되고 있다.

자승 스님은 대통령에게 “서민들도 잘 살 수 있도록 ‘친서민 경제 정책’을 펴달라”고 당부했다. 그 보기로 ‘미소 금융’을 들었다고 한다. 불교를 대표하는 총무원장 스님의 촉구를 이 대통령이 얼마나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기실 미소금융으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기는 ‘언발에 오줌누기’일 수밖에 없다. 자승 스님이 강조했듯이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친서민 정책을 많이 보급·시행”하는 게 중요하다.

여기서 문제는 명료해진다. 바로 그 ‘친서민정책’을 불교계가 앞장서서 제시하면 어떨까. 바로 그 몫을 담당해야 할 게 불교사회연구소다. 하지만 과문한 탓인지 조계종단에서 불교사회연구소 설립이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 도통 들리지 않는다. 임기 초인데 너무 성급하지 않느냐고 나무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니다. 불교사회연구소 설립은 임기 초에 힘을 기울여도 설립 여부를 확신할 수 없는 사업이다. 그런데도 누군가 그 일을 기획하고 그와 관련된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숙의하지 않는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연구소 설립은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렇게 흐지부지 될 때 단순히 공약의 공약(空約)화에 그치지 않는 데 있다. 불교가 “세상을 향해 소통”하는 데 한계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 불교사회연구소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공약으로 공언했다면, 마땅히 설립 작업에 적극 나서는 게 옳다. 미룰 일이 아니다. 뜻있는 불자들에게 문을 열고 슬기를 모을 때다.

손석춘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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