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논설위원 칼럼] 세종시 문제, 여론에 귀 기울여라

기자명 법보신문

온 나라가 세종시 문제로 시끄럽다. 세종시 건설은 엄청난 사업이므로 논란이 활발한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문제는 세종시 논란이 건설적이지 못하다는 점이다. 세종시 건설을 원안대로 해야 하느냐 수정해야 하느냐가 논란의 핵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세종시가 자리하고 있는 충청도민들의 생각이 어떠하냐가 중요한 것도 아니다. 국가균형발전의 관점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가 논의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세종시 건설은 서울-지방의 심각한 격차와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정책의 하나이다. 손바닥만한 서울에 인구의 4분의 1이 몰려 산다. 서울을 감싸고 있는 수도권까지 따지면 인구의 절반이 몰려 있다. 서울이 비대해지다 보니 환경 파괴, 교통체증, 교육문제, 주택난, 범죄 등 온갖 사회문제가 일어난다. 더 심각한 것은 서울이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것을 독차지하고 있는 현실이다. 정치·금융·교육·문화 부문의 80% 이상이 서울에 몰려 있다.

거꾸로 말하면 지방은 모든 것을 서울에 빼앗기고 거의 빈사상태에서 허덕이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불균형 상태에서는 국가가 제대로 발전할 수 없다. 도시의 생산성 자체도 떨어지고 더 나아가 국가경쟁력까지 약화된다. OECD 나라들 가운데 우리처럼 수도권 집중도가 높은 나라는 없다. 수도권의 지나친 팽창과 집중은 국가발전을 저해하고 국가자원을 불필요하게 낭비하게 만든다.

공룡 같은 거대도시 서울이 안고 있는 문제의 해결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데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서울과 지방의 불균형으로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국가균형발전 전략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주로 중앙의 시각에서 거점개발방식으로 추진되었다. 그러다 보니 수도권과 비수도권과의 격차는 갈수록 더욱 벌어졌고 지방의 자생적 성장기능은 약화되었다. 중앙에서 계획을 수립하고 재정을 지원하고 챙기지 않으면 지방이 스스로 발전을 꾀하기 어렵게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서울의 과대성장은 이미 70년대부터 중요한 사회문제가 되었고, 그래서 70년대 말에도 행정수도 건설이 추진되었다. 역대 정권도 서울, 나아가 수도권의 성장억제를 주요한 정책목표로 삼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서울의 팽창을 막지 못했다. 기능과 돈과 권한과 인재 등 모든 것이 서울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어떤 처방도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근본적인 구조의 개편 없이 정책수단만으로 서울초집중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국가균형발전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이다. 수도권 과밀문제만큼 시급히 해결돼야 할 사안이 또 무엇이 있겠는가. 지방의 인적·물적 자원을 다 빨아들이면서 국가발전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면 서울은 더 이상 성장의 발판이 아니라 오히려 국가발전의 장애물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도권을 국가발전의 중심으로 두되, 지방은 지방대로 살려야 한다. 다시 말하면 국가균형발전은 서울과 지방이 다 함께 발전하자는 상생전략이다.

서울의 몫을 빼앗아 지방으로 넘겨주자는 것이 아니다. 서울의 상징성과 정통성을 포기하는 것도 아니다. 국가균형발전의 관점에서 행정기능을 재배치하는 것이다. 행정기능 일부가 세종시로 옮겨가더라도 서울은 여전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도시로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이다. 경제·사회·교육·문화의 중심지인 서울은 여전히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서 큰 몫을 맡아야 한다.

정부가 세종시 계획을 수정하려 하면서 국가백년대계라는 추상적인 말로는 국민을 설득할 수가 없다. 국가균형발전의 밑그림을 제시하고, 그걸 토대로 새로운 정책과 전략을 세운 뒤에 세종시 문제를 거론하면서 국민의 소리에 진정성 있게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손혁재 한국 NGO학회 회장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