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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서유기(西游記) 각색한 애니메이션들

기자명 이종승

옷 바꿔입어도 원작 매력 그대로

동양의 수많은 고전 중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가장 많은 자양분을 공급해주고 있는 작품을 꼽으라면 단연 중국의 4대기서 중 하나인 『서유기(西游記)』를 들 수 있다. 삼장법사와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이 세 제자들이 불경을 구하러 천축에 가는 파란만장한 여정이 중심이 되는 『서유기』는 우리에게 당나라의 위대한 고승 현장법사가 겪은 숭고한 고행의 흔적과 중국 고유의 상상력이 자아내는 온갖 즐거움을 맛보게 해준다. 때로는 작가의 개성이 가미된 새로운 창작품으로, 때로는 패러디로 덧칠된 최첨단 키치문화로 둔갑하기도 하는 『서유기』는 손오공이 부리는 72반(般) 둔갑술처럼, 그야말로 변화무쌍하고 무궁무진하게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왔다.

우선 원조격인 중국에서 『서유기』를 각색한 대표적인 애니메이션은 『서유기』의 우마왕편이 원작인 동양의 첫 장편애니메이션으로 꼽히는 ‘철선공주(鐵扇公主)’(1941)와 1960년대 초 상해만화영화제작소에서 만든 ‘말썽꾸러기 손오공’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이유로 중국의 애니메이션 산업이 침체를 한 까닭에 아이러니컬하게도 보다 활발한『서유기』의 각색은 일본에서 이루어졌다. 일본에서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린타로 감독의 ‘서유기’(1960)와 한국에서도 80년대에 MBC를 통해 방영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SF 서유기 스타징가’(국내명은 ‘오로라 공주와 손오공’)를 들 수 있다.

또한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드래곤 볼’과 최근 여성들에게 가장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는 ‘최유기 最游記’(2000)까지, 그야말로 일본 애니메이션은 『서유기』각색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다. 한편 한국에서의 『서유기』 각색 애니메이션은 ‘날아라 슈퍼보드’로 대표된다. 1991년 첫 방영을 한 이래로 벌써 10년째 그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는 ‘날아라 슈퍼보드’는 그 유명한 ‘사오정 시리즈’를 배출할 정도로 한국 애니메이션 역사상 최장수 프로그램임을 자랑한다.

그렇다면 『서유기』의 어떤 요소가 애니메이션에 이렇게 마르지 않는 상상력을 공급해주고 있는 것일까? 우선 가장 큰 일등공신은 역시 뭐니뭐니 해도 『서유기』가 가지고 있는 캐릭터의 힘을 들 수 있다. 삼장법사를 비롯해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의 캐릭터들은 독립적인 개성과 성장배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감독의 개성에 따라 그 이미지와 생동감을 창조적으로 묘사해 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날아라 슈퍼보드’에서의 미스터 손은 근두운 대신 롤러보드를 타고 하늘을 나르며 손오공의 상징적인 이미지라고 할 수 있는 여의봉은 쌍절곤으로 대체된다. 이러한 대체와 변용은 비단 손오공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오로라 공주와 손오공’에 등장하는 사오정의 캐릭터는 항상 계산기를 손에 들고 다니는 샤프하고 명석한 두뇌를 가진 인물로 묘사되며, ‘최유기’에서의 저팔계는 뭇 여성들의 애간장을 녹이기에 충분한 매너와 외모를 가진 미소년으로 대체되고 있다.

이밖에도 『서유기』가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매력적인 요소는 불교의 정서와 도교적인 색채가 어우러진 천궁, 지상, 명부, 용궁 등의 환타지적 공간을 설정함으로써 작가에게 창조적 공간 및 배경 설정을 용이하게 해 준다는 점이다.

결국 현장법사를 기점으로 형성된 하나의 역사는 수백년이 흘러 전설이 되었고 그 전설은 다시 신화가 되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있어 영원히 마르지 않는 화수분이 되고 있다.



이종승 /애니메이션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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