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바꿔입어도 원작 매력 그대로
우선 원조격인 중국에서 『서유기』를 각색한 대표적인 애니메이션은 『서유기』의 우마왕편이 원작인 동양의 첫 장편애니메이션으로 꼽히는 ‘철선공주(鐵扇公主)’(1941)와 1960년대 초 상해만화영화제작소에서 만든 ‘말썽꾸러기 손오공’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이유로 중국의 애니메이션 산업이 침체를 한 까닭에 아이러니컬하게도 보다 활발한『서유기』의 각색은 일본에서 이루어졌다. 일본에서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린타로 감독의 ‘서유기’(1960)와 한국에서도 80년대에 MBC를 통해 방영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SF 서유기 스타징가’(국내명은 ‘오로라 공주와 손오공’)를 들 수 있다.
또한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드래곤 볼’과 최근 여성들에게 가장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는 ‘최유기 最游記’(2000)까지, 그야말로 일본 애니메이션은 『서유기』각색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다. 한편 한국에서의 『서유기』 각색 애니메이션은 ‘날아라 슈퍼보드’로 대표된다. 1991년 첫 방영을 한 이래로 벌써 10년째 그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는 ‘날아라 슈퍼보드’는 그 유명한 ‘사오정 시리즈’를 배출할 정도로 한국 애니메이션 역사상 최장수 프로그램임을 자랑한다.
그렇다면 『서유기』의 어떤 요소가 애니메이션에 이렇게 마르지 않는 상상력을 공급해주고 있는 것일까? 우선 가장 큰 일등공신은 역시 뭐니뭐니 해도 『서유기』가 가지고 있는 캐릭터의 힘을 들 수 있다. 삼장법사를 비롯해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의 캐릭터들은 독립적인 개성과 성장배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감독의 개성에 따라 그 이미지와 생동감을 창조적으로 묘사해 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날아라 슈퍼보드’에서의 미스터 손은 근두운 대신 롤러보드를 타고 하늘을 나르며 손오공의 상징적인 이미지라고 할 수 있는 여의봉은 쌍절곤으로 대체된다. 이러한 대체와 변용은 비단 손오공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오로라 공주와 손오공’에 등장하는 사오정의 캐릭터는 항상 계산기를 손에 들고 다니는 샤프하고 명석한 두뇌를 가진 인물로 묘사되며, ‘최유기’에서의 저팔계는 뭇 여성들의 애간장을 녹이기에 충분한 매너와 외모를 가진 미소년으로 대체되고 있다.
이밖에도 『서유기』가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매력적인 요소는 불교의 정서와 도교적인 색채가 어우러진 천궁, 지상, 명부, 용궁 등의 환타지적 공간을 설정함으로써 작가에게 창조적 공간 및 배경 설정을 용이하게 해 준다는 점이다.
결국 현장법사를 기점으로 형성된 하나의 역사는 수백년이 흘러 전설이 되었고 그 전설은 다시 신화가 되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있어 영원히 마르지 않는 화수분이 되고 있다.
이종승 /애니메이션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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