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십 년 동안 감자·토마토 등에서 비타민·철분·칼슘 등 핵심적인 영양소가 수십 퍼센트씩 줄어들거나 아예 사라진 것도 있다. 이 영양소들은 협력하기도 하고 때로는 대항하면서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아주 작은 양이라도 부족하면 우리 몸이 매우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런데 세상의 거의 모든 음식물에서 이런 ‘좋은 영양소’들은 꾸준히 사라지고 중금속 등 독성 오염물질의 양은 늘어나고 있어서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비타민 정제 같은 영양보충제를 꼬박꼬박 챙겨 먹으며 “나는 눈이 멀거나 빈혈에 걸리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안심하지만, 이런 보충제들을 과다 복용할 경우 몸에 치명적인 결함을 가져올 수 있다. 영양 물질이 골고루 들어있는 식품을 먹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현재의 식품 생산과 시장 구조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게다가 축산업자들은 동물이 감기에 걸려 우유 생산량이나 체중이 줄어드는 것을 막으려고 건강한 동물의 사료에 미리 항생제를 투입한다. 해마다 닭·소·돼지 등 가축에 사용하는 항생제의 양이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데 쓰이는 것보다 4배 정도 많다. 이렇게 되면서 강력한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박테리아 변종들이 곳곳에서 번창하게 되고, 자칫 잘못하면 페니실린 발명 이전과 같은 공포의 시대가 재현될 수도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매년 미국인 7600만 명이 식품을 통해 전달되는 질병에 걸리는데 그 중에서 32만 5000명 정도가 입원을 하고 5천 명은 사망에 이른다. 이 책의 저자 폴릭은 “이런 식으로 해서 북미 지역에서 ‘음식의 종말’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우리도 결코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사태가 여기에까지 이르게 된 것은 본래 ‘지속가능한 생태계 시스템’이었던 전통 농업이 무너지고 산업화된 대규모 농업이 그 자리를 차지하여, 이제 “식품은 더 이상 재배되는 것이 아니라 전문화된 제조공정을 거치는 상품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효율성’만을 중시하는 경제 이론과 세계관이 음식의 종말을 앞당기고 있다. 음식이 종말에 이른 곳에서 과연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 책을 읽는 부수 소득은, 먹거리 고민을 통해 무한궤도를 질주하는 자본주의 자체의 문제와 ‘녹색 성장’의 허구를 제대로 들여다보는 것이다.
자, 이렇게 ‘음식의 종말’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는데 그냥 걱정하며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할까? 아니다.
이제 베란다나 지붕 위의 좁은 공간이라도 이용해 직접 씨를 뿌리고 낙엽 등을 모아서 거름을 만들고 어떤 경우에도 살충제·제초제를 쓰지 않으면서 자기가 먹을 채소를 기르고, 식품 선택을 더 신중하게 하는 것은 선택이나 호사 취미가 아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살아남기 위해 꼭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일 뿐이다.
이병두 불교평론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