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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시론] 긍정의 힘

기자명 법보신문

일체중생(一切衆生) 실유불성(悉有佛性)이라 했든가요. 우주 만물이 불성을 지닌 존재라는 뜻입니다. 이는 곧 일체의 생명은 반드시 누군가에게 신세를 지며 살아가고 있다는 연기(緣起)의 가르침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우리네 인간 역시 그렇습니다. 날숨 들숨을 쉴 때도, 숲속을 거닐 때도, 잠을 잘 때도, 수행을 할 때도 우리는 대자연을 이루고 있는 일체 만물에 혹은 이웃들에 폐를 끼치며 살아갑니다. 홀로 존재할 수 없기에 누군가에게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진리가 이러하기에 우리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지구는 하나의 ‘인드라망’입니다. 모두가 함께 호흡하고 함께 아파하고 함께 나누고 함께 어울리며 살고 있기 때문이지요.

경인년 새해의 첫 해를 맞이한 지도 벌써 20여일이 지났습니다. 희망과 긍정의 에너지를 충전해야 할 새해 첫 달에 우리와는 정반대편에 위치한 ‘아이티’란 나라에서 들려온 대규모 재앙에 관한 소식은 이 땅의 모든 생명들에게 고통을 안겨 줄만큼 크고 충격적이었습니다. 오늘날과 같이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지 않았을 그 옛날에는 전혀 몰랐을 이 고통을 이제 우리는 알 수밖에 없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강진으로 인해 죽거나 다치거나 집을 잃은 아이티 사람들이 무려 300만명이라니, 그로 인한 업연의 크기는 상상하기 조차 어렵겠지요. 어떻게 치유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그럼에도 ‘죽음의 땅’ 아이티로 이어지는 기운들은 어떻습니까. 결코 절망적이지 않습니다. 함께 살아가고 있는 지구촌의 이웃들이 그들의 고통을 나누기 위해 불편함과 수고로움,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구호의 순례 길’에 동행하고 있습니다. 생면부지(生面不知) 아이티인들의 아픔과 고통을 나누려는 물결이 마치 자비의 바다를 보는 듯합니다.
그러한 에너지의 원천은 무엇일까요. 바로 긍정의 힘이며 희망의 힘입니다. 우리 불자들은 그것을 자비(慈悲)라고 합니다.

자비는 불성을 지닌 일체 존재들에게 항상하는 제일의 가치이며 그것은 고통이나 슬픔, 갈등, 다툼, 탐욕, 성냄 등 부정적인 요소(三毒)를 치유하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인간은 물론 생명을 지닌 존재들은 부정적인 마음 작용에 대해서는 자연스럽게 등을 돌리면서 거부 반응을 일으킵니다. 그러나 자비와 희망, 나눔, 봉사, 배려 등 긍정의 힘을 자라게 하는 마음 작용들은 그 마음을 실천하는 이에게서 다른 이에게 쉽게 전이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어려운 이를 돕는 어느 불자의 보살행을 보고나면 마음이 어떻습니까. 보는 이의 마음도 따뜻해지면서 ‘나도 저렇게 하고 싶어’라는 긍정의 힘이 봄볕에 자연스레 싹이 돋아나듯 움트게 됩니다.

『화엄경』현수품에 보면 신위도원공덕모(信爲道源功德母) 장양일체제선근(長養一切諸善根)이란 구절이 있습니다. 믿음은 도의 근본이요, 모든 선업의 뿌리를 키운다는 말입니다. 집착된 마음, 탐욕스런 마음을 가질 때 소박하고 작은 것, 자족(自足)하는 긍정의 심성들은 오염되기 마련이고 ‘괜찮아’, ‘그렇거니’하며 긍정하는 마음을 일으킬 때 진정한 행복을 성취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경인년 새해 마곡사의 제일 발원은 생태공동체의 완성입니다. 소박하고 작지만 자연과 함께하는 삶, 자연 속에서 함께 수행하는 삶, 이웃에게 희망을 나누는 삶을 지향하는 생태공동체 마곡사, 이를 위해 쉼 없이 정진한다면 긍정의 힘을 보시하는 행복도량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

마곡사의 생태농장인 일일부작 일일불식(一日不作 一日不食)에서 울력하고 정진하면서 긍정의 힘을 보시하기 위해 세 가지를 발원해 봅니다.
볕이 있을 땐 늘 울력을 하겠습니다.
이웃이 고통 받을 땐 나누겠습니다.
자연을 닮기 위해 마음을 맑히겠습니다.

원혜 스님 공주 마곡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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