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사용하는 소총에 성경 구절을 상징하는 비밀 코드〈사진〉가 새겨져 있다는 ABC뉴스의 보도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기독교가 주류를 이루는 미국 내에서도 이번 사건을 종교편향으로 규정하고 대응해 눈길을 끌고 있다. 뉴질랜드에서는 소총의 코드를 지우도록 지시하는 등 종교편향에 대해 엄밀한 대응을 보이고 있다.
문제의 소총은 미국 굴지의 군납업체인 트리지콘 사가 미군에 납품한 80만개의 조준경을 사용하고 있다. 이 조준경에는 성경구절을 지칭하는 코드가 새겨져 있으며 이에 대해 트리지콘 사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회사 설립자의 뜻에 따라 성경구절 코드를 새겨왔으며 성경구절에 대한 불만은 한 번도 받지 못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미 국방부 내에서도 이 소총이 ‘작전 지역에서 상대를 개종시키는 행위를 금지 한다’는 육군 규정을 어기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 규정은 이라크나 아프간의 반군들이 미군을 상대로 성전을 벌인다는 명분을 내세우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예방 조처다.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인 페트레우스 장군도 “이 소총이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고 말해 성경 소총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아프간에 파병한 뉴질랜드 당국도 소총에 새겨져 있는 코드를 모두 지워버리도록 지시해 더욱 적극적인 대응을 보였다. 뉴질랜드 군 대변인 크리스천 던 소령은 “뉴질랜드 군이 성경구절을 상징하는 암호가 새겨진 총을 들고 아프간에서 싸우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앞으로는 그 같은 문구를 새겨 넣지 말도록 제조업체에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