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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희와 불국사

기자명 법보신문

지상에 나툰 화엄불국

불국사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세계 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불국사는 이제 한국을 찾아오는 모든 외국인들이 둘러보는 세계적인 사찰이 됐다. 그러나 신라 천년의 불국사는 너무도 유명하기에 그 가치가 희석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가을이면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 삼삼오오 몰려와 사진이나 비디오 촬영을 하는 배경이 돼버린 석가탑, 다보탑. 학생들은 어느 쪽이 석가탑이고 다보탑인지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이렇듯 관광지 사찰로만 부각돼 불국사 내면의 아름다움은 사부대중들에게서 잊혀져가는 듯 하다.

불국사 큰 가람은 해뜨는 나라, 천년의 신라가 피어놓은 꽃송이로 서라벌 사람이 그리던 신비롭고 장엄한 피안의 이상, 화엄불국의 세계를 건축으로 구현해 놓은 위대한 작품이다. 백운교, 청운교, 수미산 삼십삼천 서른 세 계단의 구름사다리를 오르면 오색 무지개의 자하문을 지나게 되고 땅위의 천상불국 부처님나라에 이르는 것이 불국사가 아닌가.

달빛 조명아래 펼쳐진 '빛-소리 불국사' 초연

아직도 가슴에 생생

이러한 불국사의 아름다움과 심오한 뜻을 담은 공연작품이 '빛 소리 불국사'였다. 그 공연의 첫날은 내 생에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었고 달빛 은은한 불국사의 전경과 어우러져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1987년 12월 5일 밤 8시 5분전. 불국사 경내 백운교, 청운교 앞. 3대의 버스에서 내린 문화 예술, 언론계 인사들이 경내를 에워 싼 무성한 낙락 장송 숲 사이 여기 저기에 자리를 잡았다. 8시 정각. 범영루에 달빛인 듯 조명이 들어오고 멀리서 들려오는 봉덕사의 종소리를 가르며 법고, 목어, 운판 등의 사물가락이 화답해 왔다. 현장 공연 예술 '빛·소리 불국사'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은은한 달빛 아래에서 푸른 꽃은 푸른빛을 비추고 노란 꽃은 노란빛을, 붉은 꽃은 붉은빛을, 흰 꽃은 흰빛을 비추면서 맑은 향기들 내뿜고 있었다. 대웅전 앞 석등에 불이 밝혀지고 향로 위에 분향이 시작되자 힘차고 소박한 신라의 석가탑, 마음에 비치는 아름다운 정신의 세계가 높이 쌓아지는 듯 했다. 석가탑, 다보탑은 석가여래 설법이 다보 여래의 증명으로 둘이면서 하나로 융합됨을 말해주었다. 공연은 마치 땅위의 모든 사부 대중을 부처님과 나란히 허공으로 떠올려 누구나 성불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듯 했다. 공연이 끝날 때 즈음 모든 사람 마음 안에 불성이 있으니 깨달아 보이는 이에게 이 땅은 영원한 불국토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빛·소리 불국사'는 15년 전 첫 시연회 이후 끊임없이 공연기법을 개발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요즘도 불국사를 떠올릴 때마다 잠시라도 불국토를 지상에 보여준 '빛·소리 불국사'가 다시 한번 불국사에서 공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되살아난다.



김진희<전 서울예술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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