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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과 환희의 순례길

기자명 이학종
  • 교계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북한불교 대표하는 아홉 사찰 참배

통일 이뤄 '반쪽 불교문화' 복원 되길



용악산 법운암 주지 법암 스님과. 사찰구조와 운영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26일 오후, 평양의 순안공항에 막 도착했을 때 가슴은 긴장과 약간의 두려움으로 요동치고 있었다. 비행기 창밖에 펼쳐진 공항을 둘러보며, 2년 전 남북의 정상이 반갑게 악수와 포옹을 나누던 모습을 떠올렸다. 그 만남이 없었다면 오늘의 이 설렘은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남북의 신뢰구축과 교류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피부로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언제부턴가 북한불교를 직접 취재해보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을 갖고 있었다. 불교계 통일운동단체인 조국평화통일불교협회의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호시탐탐' 북한방문의 기회를 가지려 했던 것도 사실 이런 희망을 이루기 위한 일환이었다. '원력이 있으면 반드시 성취가 있다'는 절집의 정설대로 마침내 이번에 그 꿈을 이룬 것이다.

방북의 목적은 북한에 있는 사찰을 돌아보는 것이었다. 초청자 조선불교도연맹 중앙위원회측에 가능한 많은 사찰을 둘러보고 싶다고 요청한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일정을 조율한 끝에 9개 사암을 돌아보게 되었다. 북의 대표사찰인 묘향산 보현사와 향산제일암으로 알려진 상원암, 북 5대 명산 구월산의 월정사와 평성 봉린산 안국사, 가곡으로 우리에게 너무 잘 알려진 정방산 성불사, 평양 인근의 용화사, 법운암, 정릉사, 광법사 등을 돌아봤다. 개성과 영변, 내금강 지역의 사찰을 돌아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지만 북한의 사찰을 돌아보며 느낀 감회와 감동은 언설로 표현하기 어렵다. 하루빨리 통일이 이뤄 반쪽 불교문화를 온전하게 복원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국사의 고즈넉한 정경과 고색창연한 단청, 풍경이 없어 아쉬웠지만 아름다운 풍광으로 모든 것을 상쇄해버리는 성불사, 보현사의 웅장한 규모와 상원암 칠성각의 환상적인 단청, 구월산 월정사 입구 돌장승의 천연덕스러운 표정은 아직도 눈앞에 어른거린다. 김구 선생이 3년간 주석하며 살았던 용악산 법운암의 산신각과 기암괴석이며, 용화사 감실 속 부도의 특이함, 새로 지은 절이라 고색의 아름다움은 없으나 사찰을 민족문화 차원에서 배려했다는 점에서 또 다른 감회를 들게 한 정릉사와 광법사. 모든 사찰들의 화려하거나 고졸한 꽃문 조각이며 돌조각 하나라도 모두가 참으로 소중한 문화유산임을 느꼈던 보람된 8일이었다. 게다가 묘향, 구월, 정방, 봉린, 용악산이 보여주는 저 기막힌 풍광이란!

그래서, 본지는 이 감동을 온전히 간직해 다음달(1월)부터 '이학종 기자의 북한불교 기행'(가제)이라는 제목으로 연재에 들어갈 계획이다. 교류와 왕래가 더욱 자유로워지고 마침내 통일이 이뤄지면 누구나 직접 확인할 것들이지만 아직은 기약 없는 일인지라 간접적으로나마 북한불교의 진수를 공유해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이 감동을 그냥 내년으로 미룰 수 없어 우선 북한의 사찰을 돌아보며 촬영한 사진 몇 컷을 골라 화보특집을 마련하기로 했다. 2002년 12월 북한 사찰들의 가치와 아름다움이 얼마나 잘 전달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평양=이학종 기자
urubell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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