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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씻지 못하고 효소·죽염으로 연명

기자명 법보신문
  • 생명
  • 입력 2010.08.25 15:28
  • 댓글 0

이포보 고공시위 활동가 3명 영양상태 심각
4대강 불교연대, 18일 농성 현장 격려 방문

 
지난 7월 22일 환경 활동가 3명이 “4대강을 그대로 두라”고 외치며 경기도 여주 4대강 사업 한강 제3공구인 이포보에서 고공시위를 시작했다. 활동가들의 영양상태는 매우 심각한 실정이다. 선 안은 활동가들이 생활하는 곳.

3명의 환경운동 활동가들이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경기도 여주 4대강 사업 한강 제3공구 이포보에 올랐다. 7월 22일 새벽 3시 25분경이었다. 20미터 높이의 교각에 올라가 낮에는 뙤약볕과 밤에는 경찰과 공사 관계자들의 서치라이트와 사이렌 공세를 견뎠다.

씻는 건 아예 포기했다. 아니 잊었는지도 모른다. 언제 씻었는지 기억이 없다. 유례없는 더위와 뙤약볕에 몸은 땀범벅이다. 그렇게 그들은 “국민의 소리를 들으라”, “4대강을 그대로 두라”고 외치며 한 달 가까이 고공시위를 지속하고 있었다. 고공시위 28일째인 8월 18일, 4대강 생명살림 불교연대 활동가 10여 명이 그들의 활동을 지지하고자 현장을 찾았다.

이날 불교연대가 접한 고공시위 활동가들의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가끔 아침마다 어지럽고 눈까지 침침하다는 말도 들렸다. 그들은 곡물을 갈아 물에 타 먹는 선식으로 하루 500~600칼로리 가량의 열량을 보충하고 있었다. 이미 무더위에 탈진한 상태며 구토 증세를 보이는 이도 생겼다. 염형철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중이염으로 고생하고 있으며 박평수 고양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과 장동빈 수원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아침마다 어지럼증을 호소하거나 눈이 침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천막상황실의 환경운동연합 박창제 국장은 시위 중인 활동가들이 제대로 된 음식물 섭취도 못하는 상황을 전했다. 박 국장은 “20일전부터 식량과 물이 바닥났다. 발전기도 고장 나 5일 만에 통신도 단절됐다”며 “죽염과 효소, 물, 선식만 구치소에 사식 넣듯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국장은 “의료진들은 성인 1일 평균 필요 칼로리가 2000칼로리이지만 시위 중인 활동가들은 500칼로리에 불과하다며 한결 같이 영양부족을 우려한다”며 “그러나 공사 관계자와 경찰 등은 식량공급 요구를 방관하거나 거부 중”이라고 덧붙였다.

고공시위 중인 이들에게 8월 5일부터 매일 1킬로그램의 선식과 한 사람당 1리터의 물, 그리고 약간의 소금이 올려 보내졌다. 그러나 선식과 물은 성인남성의 일일 권장량의 열량에 한 참 못 미친다. 사실상 단식이다. 지난 8월 7일 염 처장은 트위터에 불안한 심정을 토로했다.

“1kg, 열량 4075kcal...우리의 주식인 선식의 3일치 무게와 열량입니다. 한 명이 하루에 453kcal를 섭취한다는 뜻인데, 권장 열량이 2700kcal의 1/6쯤 되네요. 지금까지 활동에 큰 무리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수치를 보니 왠지 불안합니다.”

박 국장에 따르면 이포보에서 시위 중인 활동가들의 주장은 전면 중단이 아니다. 법정 홍수기만이라도 중단하고 4대강 사업에 대한 합의점을 찾자는 절박한 외침이 고공시위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 관계 부처는 대화를 중단하고 속도전으로 4대강 사업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는 박 국장의 설명이다. 때문에 현장 활동가들은 장기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 국장은 “고공시위 시작은 4대강 사업에 대한 대화의 물꼬를 트는 불쏘시개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며 “4대강 검증 특위 구성을 외치는 야당의 목소리에 최대 여당인 한나라당은 미동조차 않는 현실이 암담하다”고 심경을 전했다.

이에 서울한강선원장 지관 스님은 “이포보 위 3명의 활동가들은 4대강 사업의 중단을 염원하는 우리의 마음을 담아 죽음을 무릅쓰고 시위 중”이라며 “모두 건강하길 기원하며, 4대강 사업이 조속히 중지되고 최소한의 합의기구가 마련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격려했다.

현장을 찾은 불교연대는 하얀 천에 “四大江 생명水”, “강은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우물입니다”, “지구는 물, 물은 생명, 생명은 지구”라는 글귀를 적어 현장 상황실에 남겼다.

이포보 현장을 떠나는 불교연대 활동가들의 마음은 하나 같이 무거웠다. 불교환경연대 장재원 국장은 “환경활동가들은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해 뜨거운 태양과 비바람, 태풍 속에서 힘겨운 사투를 해오고 있다”며 “공사 관계자들은 야간에도 라이트를 비추고 방송을 틀어 활동가들을 괴롭혀왔다. 생명 앞에 최소한의 인간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대한불교청년회 이경민 정책기획실장은 “유례 없는 더위에 고생하는 걸 보면서 함께 하지 못해 무거운 마음”이라고 밝혔다.

한편 8월 18일 저녁, 지관 스님의 간곡한 요청을 받아들인 여주 경찰서가 하루치 백반과 라면, 단무지를 올려 보냈다.

여주=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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