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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티베트에서의 7년

기자명 법보신문

장 자크 아노 감독 ....티베트를 구경거리로 전락시켜


장 자크 아노는 프랑스 감독이다. 프랑스 감독임을 미리 알려주는 이유는 프랑스 감독은 지루한 예술영화와 등호를 긋기 때문이다. 장자 크 아노 역시 일반 관객이 갖고있는 프랑스 감독에 대한 편견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우선 그가 연출했던 ‘불을 찾아서’(1981)나 곰이 주인공인 ‘베어’(1989) 두 작품만 예를 들어도 충분히 입증이 된다.

하지만 장 자크 아노에게는 대부분의 프랑스 감독들이 소유하지 못한 상업적인 코드라는 비장의 무기를 가지고 있다. 상업적인 코드는 감독 스스로 영화학교 졸업 후 뛰어든 상업광고감독의 경력을 통해 몸에 밴 것 같다. 바꿔 말하면 장 자크 아노 감독은 대중과 호흡하는 방법을 생래적으로 체득하여 ‘연인’(1991), ‘장미의 이름’(1986)을 통해 관객의 호응을 얻은 프랑스 영화감독이다.

장 자크 아노는 프랑스 식민지 배경의 영화(‘칼라 속의 흑백’, ‘연인’)를 즐겨 다루다가 결국 티베트까지 눈길을 돌렸다. ‘티베트에서의 7년(Seven Years in Tibet)’은 오스트리아 산악인 하인리히 하러(브레드 피트 분)의 티베트 체험을 영화화한 것이다.

하인리히 하러는 히말라야 등반 도중 영국군에 체포되어 수용소 생활을 한다. 하인리히는 수용소를 탈출하여 티베트에 도착하여 어린 달라이 라마와 영적인 만남을 갖는다. 하인리히가 티베트에 도착하자 티베트인 들은 손벽을 치며 몰려온다. 박수는 서양의 관습에서는 환영의 의미지만 티베트에서는 악귀를 물리치는 의식의 일종이다.

이와 같은 서양과 동양간의 문화 차이는 하인리히라는 서양인의 시각을 통해 영화 속에 재현된다. 카메라의 눈은 철저하게 서양 방문객 하인리히의 눈에 맞추어져 있다. 티베트인의 성지 순례는 ‘힘들게 성소까지 오면 자신의 죄가 정화된다’는 나레이션을 통해 이국적인 풍물로 포장된다.

이 같은 태도는 달라이 라마에게 지구의를 통해 낮과 밤을 설명하거나 텔레비전을 설치하면서 과학의 이름으로 포장된 서구인의 우월감을 내비치기도 한다. 물론 하인리히는 티베트인들의 수도 생활의 목격을 통해 정화되어가는 스스로를 보여주기도 한다. 여기에 모택동의 구영토 회복에 대한 천명으로 티베트이 중국에 복속되는 역사적인 사건을 집어넣어 긴장감을 조성한다.

사이드에 따르면 서구 제국주의자들은 식민지를 미적 대상으로만 파악한다고 한다. 이 때서양 아닌 동양은 이국적이며 신비로운 대상으로 전락한다. 이는 상업 영화에서 여성의 몸을 남성관객의 시각적 볼거리로 전락하여 상품가치를 높이는 것과 유사하다.

서양관객에게 동양의 한 지방 티베트은 신기한 이국적인 구경거리로 제공되어 주인공이 아닌 보여지는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지 않는가라는 의문이 든다. 이는 서양인 하인리히의 시선을 통해 티베트은 서구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은 부분만 취사선택되어 프레임에 잡힌다는 점에서 생생한 티베트의 실상활의 왜곡이라는 혐의로부터 자유롭기 어려울 것같다. 장 자크 아노는 티베트의 주민을 대등한 타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오염되지않는 원시림으로 대하거나 혹은 아직 문명의 혜택을 받지 않는 미개 부족으로 처리하는 위태로움을 보인다. 또한 달라이 라마는 스스로 자세를 낮추는 겸허함의 행적과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을 부각하여 신비감을 강화시키고 있다. ‘티베트에서의 7년’은 서양인의 티베트 성지체험을 이국성에 포커스를 맞춘 성공한 상업영화로 볼 수 있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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