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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사 헤쳐 나가는 인간에 대한 讚歌〈찬가〉

기자명 법보신문
  • 불서
  • 입력 2010.10.1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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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붓다』/한승원 지음/랜덤하우스

참으로 어렵기만 하던 시절을 견뎌온 우리네 어머니들의 삶을 돌아보면 곳곳에서 드라마틱한 부분과 마주하게 된다. 거기에는 삶이라는 거센 파도를 헤쳐 나온 인간사 여정이 고스란히 들어 있고, 시대상이 서려 있다. 때문에 이 세상은 그런 부모에게 감사와 존경의 찬가(讚歌)를 아끼지 않는다.

일반인들의 그것과 다르기는 하지만 등단 42년을 맞은 작가 한승원의 신작 장편소설 『피플 붓다』에는 그러한 인간사가 담겨 있다. 이 책은 자비로운 성자처럼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는 억불바위 아래 다양한 인간 군상을 등장시켜 작가 고유의 단단한 필력과 깊은 통찰로 우리 시대의 삶을 담아냈다. 그래서 고향땅 장흥의 억불산을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다던 오랜 숙원으로 빚은 한승원 리얼리즘의 절경을 재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작가가 직접 설명하고 있듯이 이 소설은 두 개의 축으로 구성돼 있다. 베트남 전쟁에 참여한 한국 청년이 그곳 여자에게 뿌려놓은 씨가 처녀로 자라났고, 이 여인은 또다시 사업차 베트남을 찾은 한국 청년과 혼인하여 아들을 낳았다. 그리고 이제 고등학생이 된 그 아들이 억불바위를 바라보며 살아가는 이야기가 한 개의 축이다. 그리고 독거노인들의 세상에 만연된 죽음이라는 병을 치유하려고 몸부림칠 뿐만 아니라 염꾼 노릇을 하는 늙은 퇴임 교장인 소년의 할아버지 이야기가 또 하나의 축을 형성하고 있다.

소설 속 주인공 상호는 이른바 일류대학에 진학하기를 바라는 어른들의 소망을 어기고 예술대학 문예창작과에서 기성의 가치관에 얽매이지 않는 교육을 받으며 소설과 시 쓰기를 꿈꾸고 있다. 이 모습은 흡사 젊은 시절 법대에 진학하라는 부친의 뜻을 거역하고 소설을 쓰기 위해 귀향했다가 3년 남짓 후에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에 입학했던 작가의 삶과 닮아 있다.

그리고 상호는 자신의 의지로 운명을 극복하고자 위험천만한 억불바위에 오르기도 하고 무전여행을 하는가 하면, 혼혈에 한쪽 다리가 불편한 장애를 갖고 있는 자신을 따돌리던 친구들과 싸우기도 하는 등 나름의 방법으로 현실을 극복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모든 게 작가의 젊은 시절 도전 정신과 다르지 않다.

그런가하면 그 할아버지는 상호가 발을 내딛고 헤쳐나가야 하는 삶이라는 파도를 다 걷어내고 살아온 본보기가 되어준다. 그리고 그 할아버지를 쏙 빼닮은 억불바위는 소설의 배경을 넘어 ‘만민을 구제하는 부처’ 그 이상의 의미까지 보여주고 있다. 할아버지와 억불바위는 곧 올해로 등단 42년째를 맞은 노작가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소설 속 두 주인공의 삶은 작가의 그것과 닮아 있으면서, 우리네의 삶과도 맞닿아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삶이 주인공 상호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고, 할아버지의 세상 보는 눈이 우리네 부모들의 삶과 일면 닮아 있으니 노소간 세대를 아울러 모두가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다.

때문에 작가는 『붓다 피플』에서 고등학생 상호와 죽음을 정리하는 할아버지를 비롯해 등장인물 모두를 사랑과 연민으로 품으며 그들의 생명력과 꿈을 노래하고 있다. 그리고 상호가 자신을 괴롭히던 친구와의 ‘맞장’을 통해 세상에 당당히 맞서며 완전한 졸업을 강조하는 데서 보듯, 누구나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문제를 극복하는 열쇠는 결국 자신에게 있음을 구도자·경험자적 입장에서 보여주고 있다. 1만 2800원.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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