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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소리

기자명 법보신문

침묵 속에서 우리는 ‘나’를 발견한다

화 나면 가족간 대화 단절
침묵은 ‘잘못된 현실’ 입증
침묵의 시간 길어지면서
각자의 잘못 관찰하게 돼

 

 
수미런던 법사는 차 안에 있을 때도 자신의 아이들에게 ‘침묵’에 익숙해지도록 한다. 아이들이 침묵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법에 익숙해지다 보면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차에 탄 수미런던 법사와 자녀들.

 

나의 두 자녀를 자동차에 태우고 공원으로 가던 중 정지 신호를 보고 차를 멈추었다. 바로 그 순간, 우리 세 사람이 그 얼마나 조용히 침묵하고 있었는가를 깨달을 수 있었다.

 

두 아이들이 생각에 잠겨 창밖을 보고 있는 모습을 뒷거울을 통해 확인했다. 순간 내가 좋지 못한, 혹은 게으른 엄마이지 않았나 하는 걱정이 앞섰다. 교육적인 효과가 있는 노래를 불러주거나 단어를 가르쳐 주거나 또는 ‘색’에 대해 함께 탐구했어야 하는데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우리는 엄마들의 이러한 모습이 아이들에게는 긍정적인 교육 효과를 줄 것이라고 믿어 왔다. 실제 아이들의 심성과 습관에 긍정적인 도움을 주기도 한다.

몇 년 전 ‘귀엽다’, ‘사랑스럽다’ 등 좋은 말들을 끊임없이 사용하면서 아이들을 기르는 보모를 들인 적이 있었다.

 

새로운 엄마가 된 나로서는 훌륭한 엄마가 되기 위해서는 여느 엄마들처럼 이런 교육 방식을 따라야 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거울 속의 내 자녀를 보았을 때 문득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우리 가족이 그 어딘가로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고 있었다. 나는 차창 밖으로 잠깐잠깐 스쳐 지나가는 많은 것들을 지켜보면서 조용히 창밖을 내다보았다. 그리고 많은 장면들을 관찰하면서 사색했다. 그렇게 관찰하고 사색하는 습관들로 인하여 우리는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의 내면에 대해서도 보다 세밀하게 관찰하고 보다 세밀하게 사색하는 습관을 키우게 된다.

‘내 자녀들에게 이런 기회를 박탈하는 것을 내가 진정으로 원하고 있는 것인가?’

때때로 자동차로 학교를 오갈 때 라디오를 켜야 하는가에 대해 갈등을 하곤 한다. 나는 대개 라디오를 켜는 것을 거부했다. 차 안은 늘 조용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했다. 라디오, CD, 텔레비전, 아이들의 잡담 등 많은 소리들이 일상 속에서 아이들의 귀를 가득 메워 집중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누구든 침묵 속에서 끊임없이 밖으로 향하기보다는 ‘내면’으로 향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침묵 속에서 사람들은 그들 자신의 생각에 보다 명확하게 귀 기울이게 되고 더욱이 그들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일상생활의 거친 음향을 제거함으로써 침묵의 공간을 만들고 그러한 침묵 속에서 의미 있는 말이나 내면의 세계를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소음으로부터 자신을 구분해 낼 수 있게 된다.

시끄러운 음악과 격렬한 움직임만이 있는 클럽에 서 있는 ‘나’를 생각해 보자. 눈은 사람들의 현란한 움직임에 사로 잡혀 있을 것이며 귀는 강한 음악으로 인해 다른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없을 것이다. 그곳에서 자신에 대해 생각하기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며 무언가에 집중할 수도 없게 될 것이다.

 

아이와 함께 밥먹을 때도
고요함 유지 위해 ‘노력’
눈 맞추며 깨어있기 연습
시간 지나면서 익숙해져

 

 
아이들의 축하 행사에 함께 한 수미런던 법사.

 

가족 간의 관계에도 침묵의 시간이 존재한다. 서로에게 매우 화가 나서 서로 이야기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종종 ‘침묵의 시간’을 맞이하게 된다. 이럴 때 침묵은 ‘무언가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현상이다. 침묵이 계속되면서 가족의 구성원들과 아이들은 침묵에 대해 매우 불안해하기 마련이다. 서로에게 무관심해서 자기 자신의 일이나 스마트폰, ‘엠피3’에 몰두하고 있을 때도 침묵하게 된다. 이럴 경우의 침묵은 단절과 무관심을 의미한다. 이러한 부정적인 원인으로 인한 침묵임에도 침묵은 자신의 상태를 절실하게 점검하게 되고 관찰하게 하는 대단히 빼어난 도구임에 틀림없다.

 

내가 이 에세이에서 말하고 싶은 ‘침묵’은 위에서 말한 두 가지 부정적인 인연에서 비롯된 ‘침묵’과는 다른 것이다. 내가 선 수행센터에 있었던 어린 시절, 서로 대화하기 보다는 침묵 속에서 더 깊이 있게 서로가 상호 연결될 수 있다고 배웠었다. 과거 몇 년 동안 나는 나의 자녀와 침묵하면서 점심 식사를 하곤 했다.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들기 보다는 자녀의 눈빛을 통해, 이 순간에 ‘깨어있음’으로 해서 그들과 함께 있다는 것을 깨닫곤 했다. 아이들 역시 본능적으로 침묵했고 그렇다고 해서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다른 물건이나 상황에 정신이 팔리는 것 같지는 않았다.

 

정지 신호로 자동차가 멈춘 사이, 나의 침묵이 아이들에 대한 엄마의 무관심으로 생각하지 않았나 하고 잠시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러한 상황으로 인해 아이들이 마음에 상처를 입지 않을까 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아이들과 함께 자동차로 이동하는 동안 그들의 존재감을 항상 느끼고 있었고 그러한 존재감으로 인해 그들에 대한 애정, 자랑스러움, 환희의 마음은 더욱 강하게 솟아나고 있었다.

 

그러나 나의 아이들 역시 침묵에 대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가는 확신할 수 없다. 내가 아무리 옳다고 생각하더라도 아이들이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침묵은 사색하고 집중하는 습관을 갖도록 하는 힘이 있다.

 

나의 혼란스러운 생각이 끝나자 신호등이 초록으로 바뀌었고 침묵 속에서 딸이 소리쳤다.
“엄마 사랑해.”

 

듀크 불교공동체 지도법사  simplysumi@gmail.com
번역자 백영일 yipaik@wooribank.com


다음은 영문원고 전문

 

The Sound of Silence

 

I was driving my two kids to the park and as I pulled up to a stoplight, I suddenly became aware of how quiet we three were. I looked in my rearview mirror to see both kids looking out the window, lost in thought. For a moment I worried about whether I was being a bad or lazy mother, because perhaps I should be singing educational songs to them, or teaching them how to spell, or learning colors together.

 

A few years before, I had had a nanny who was continuously engaging Priya in learning activities, and as a new mother, I took this educational mode as what good mothers ought to do. But as I looked at my kids in the mirror, I remembered my own childhood, when the family would be driving somewhere and I would look quietly out the window, observing many things as we sped along, and thought about many things. Did I really want my children to be without that experience, too?

 

Sometimes, when we’re driving to school, I debate whether to turn on the radio or not. Most of the time, I resist it, and let the car be silent. My kids have so many things filling their ears in daily life: radio, CDs, television, the chatter of friends. In silence, they have the opportunity to turn inward rather than constantly be pulled outward. In silence, they can listen to their own thoughts more clearly, even become aware that they have thoughts. In silence, we reset the volume of life back to zero so that we can learn to distinguish noise from meaningful words and music.

 

So often in a family, silence comes when people are so angry with each other they can’t even speak. Silence comes to signify that something is wrong, and so kids become afraid of silence. Or, silence happens when people are disinterested in each other, absorbed only in their own plans, their smart phone or mp3 player. Silence in this case signifies disconnection or absence. But I was taught, when I was a child in the Zen center, that it is possible to be more profoundly connected to someone by being with them in silence than in conversation.

 

Over the past year or so, I have tried eating lunch with my kids in silence, but instead of getting lost in thought, I stayed connected with them through the eyes and through being in the present moment. They instinctively become quiet, too, and don’t seem to zone out as a reaction. While we were stopped at the red light, however, I briefly wondered whether my children would interpret my silence as that I was not interested in them. In fact, during our travel I was just feeling their presence and radiating a heart of affection, pride, and delight in their being. But I wasn’t sure if that’s what they thought about the silence. Then, just as I was finishing wondering and the light turned green, out of the silence my daughter said.

 

“I love you, ma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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