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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 불일사 발견 금동9층탑

기자명 법보신문

황룡사탑 복원 ‘결정적 단서’ 확실

처마, 창문, 기와, 계단까지 사실적 표현




우리는 중국·일본 등 동양 삼국을 통 털어 가장 많은 석탑을 가지고 있다. 숫자도 숫자려니와 그 아름다움도 다른 나라의 석탑과 비길 바가 아니다. 오죽했으면 한국을 ‘석탑’의 나라라고 했을까?

그러나 우리가 석탑만을 조성했던 것은 아니다. 불교문화가 찬란한 꽃을 피웠던 삼국시대부터 지금까지 석탑보다 훨씬 먼저 만들었고, 또한 꾸준히 조성했던 것이 다름 아닌 목탑이었다. 잦은 외침과 전쟁으로 불타버리고 현재는 조선시대 5층 목탑인 법주사 팔상전만이 홀로 남아 우리 목탑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황룡사지, 미륵사지, 군수리사지, 금강사지, 제석사지, 실상사 목탑지, 기림사 목탑지, 안성 죽산리 목탑지 등 10여 개가 넘는 사지들이 우리 목탑의 자취를 말없이 전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신라 황룡사 구층목탑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탑의 상륜부만 42척(18m), 총높이는 225척(80m). 몽고 침입 때 불타고 말았지만 21층 빌딩 크기의 거대한 모습과 문헌상에 기술된 그 화려함은 우리 목탑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드러내는데 손색이 없는 대표격 건축물이다. 많은 문화재 전문가와 관련 학자들이 끊임없이 복원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것도 이런 아쉬움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해 북한 문화재 도록 좬조선유적유물도감좭에서 황룡사목탑 복원의 실마리라 할 수 있는 획기적인 사료가 발견됐다. 북한에 남아있는 고려 초기 대표적 유물인 불일사 5층 석탑 내부에서 국내에서 유일하게 목탑 양식을 한 금동 9층탑이 발견된 것이다. 이 금동탑은 전체 높이가 37cm, 기단 부분의 길이는 13.8cm로 옥신과 옥개석으로 구성돼 있는 단아한 모양으로, 기단 4면에 걸쳐 8개 문을 달았고, 각 층마다 창문을 냈으며, 처마마다 기와를 아름답게 조각한 거의 완벽한 형태의 목탑 양식 금동탑이다. 특히 계단과 문과 창문의 정교함은 실제 목탑을 그대로 축소해 놓은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킬 정도로 표현이 사실적이다.

그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황룡사목탑을 재현하기 위한 자료는 그리 많지 않았다. 경주 남산 탑골 부처바위 북면에 새겨진 9층목탑 형식의 마애탑과 호암박물관에 소장된 5층 금동대탑 정도가 거의 유일한 자료일 정도다. 그나마 탑골 마애탑은 황룡사와 비슷한 시기에 새겨진 자료임에도 불구하고 부조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으며, 호암박물관의 금동대탑은 9층이 아닌 5층이라는 점과 고려중기 양식을 띄고 있다는 점에서 완벽한 자료로 볼 수 없다.

이에 반해 금동 9층탑은 신라에서 고려로 나라가 넘어간 직후의 고려초기 작품이라는 점과 백제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호오류사 목탑처럼 처마가 밋밋한 양식을 그대로 담고 있는 등 양식상에 있어서도 황룡사목탑의 동시대 작품들과 유사성이 많다.

금동탑이 출토된 불일사가 고려 4대 왕인 광종이 어머니 유씨(신명순성왕태후)를 위해 세운 절이라는 점도 빼 놓을 수 없다. 광종은 신라 마지막 왕인 경순왕의 부인 낙랑공주와 남매 간으로 한 어머니 원당을 세우는 과정에 사위인 경순왕도 일정부분 참여했을 개연성이 많다. 또 경순왕이 참여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당시까지 황룡사목탑이 웅장한 자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에 금동 9층탑의 모델이 됐을 가능성은 아주 높다.

좬조선유물유적도감좭에 따르면 불일사 5층 석탑 내부에서 금동9층탑 함께 비단 금니 사경과 발원문이 적혀 있는 것으로 보이는 종이도 함께 발견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따라서 황룡사목탑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이들 자료를 입수하는 과정이 먼저 선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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