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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시론] 미망에서 깨어나자

기자명 법보신문

몇 명의 젊은이들이 심야에 강남 봉은사 법당에 난입하여 기독교식 예배를 보면서 사찰이 파괴되고 하나님의 성전이 세워지기를 기도했다고 한다. 사찰의 곳곳을 다니며 이 땅이 하나님의 땅이 될 것이라 다짐을 했다는 것이다.

한 젊은 개신교도는 “하나님이 만드신 이 좋은 땅에 우상숭배의 절이 있는 것이 마음이 아프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기가 막혀 입을 다물 수 없을 지경이다. 너무 화가 나서 가슴이 떨리고 그들의 어리석음에 가슴이 저려온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단 말인가, 어떻게 상황이 이 지경까지 되었단 말인가?

개신교도들이 부처님의 상을 우상, 사탄이라고 하는 일은 대부분 기독교 행사나 예배시간에 있었던 사실이다. 그러나 봉은사 ‘땅 밟기’는 비방, 왜곡에만 그치지 않고 직접 사찰까지 들어와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인간의 기본 도리를 벗어난 야만적 침략 행위이다. 사회적 논란이 커지자 정치권과 기독교 일각에서는 몇몇 몰지각한 청년들의 무분별한 행위라며 선을 긋고 있다. 그리고 문제의 동영상을 제작한 찬양인도자학교 소속 최지호 목사와 학생 10명이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을 찾아가 공식 사과했다고 한다.

이것으로 끝인가, 공식사과를 하고 이를 수용했으니 이제 없던 일이 되는 것인가?

지금까지 있어왔던 훼불, 종교편향, 불교 폄훼 사건들처럼 흐지부지 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현 실태를 파악하고 원인을 규명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개신교의 조직적 반대로 한국철도공사에서 KTX울산(통도사)역명에서 통도사를 뺀 것을 비롯, 김범일 대구시장의 선거공약이었던 팔공산 역사문화공원계획이 대구 기독교 총연합회의 조직적인 반대로 백지화됐으며 이 과정에서 동화사 대불 및 남지장사, 북지장사 지장보살님에 대한 비방 사건이 일어났다. 성보를 폄훼하는 동영상을 유포했으며 기독교계의 불교문화재 관리 예산 및 템플스테이 지원 예산에 대한 삭감 운동 등 일련의 종교편향 사건들이 실타래처럼 이어졌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대담해지고 직접적이고 조직적이다. 그들은 왜 이러한 행동을 하는 걸까?

그들이 그러한 행동을 하는 원인 중 하나는 현재의 ‘정치적 지형’과 무관하지 않다. 장로 정권의 균형감 잃은 종교성향과 분위기가 개신교 성직자나 교인들로 하여금 불교에 대한 공격성을 더 대담해지도록 조장하고 있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우리 불자들의 전법과 신도 교육에 대한 소극적 태도와 무관심이 오늘의 사태를 불러왔다는 사실이다. 이 땅의 불자들이 부처님의 진리를 바르게 배우고 바르게 실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들이 100년이 넘도록 우상이고 사탄이라고 왜곡 비방할 때 당당하게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며 과학적으로 그들의 주장이 허구이자 허위라는 사실을 왜 만천하에 알리지 못했는가? 유치하고 어리석은 일이라며 책임회피는 하지 않았는지, 수행이라는 미명하에 못 본 척 무관심으로 일관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이제는 무관심과 소극적 회피를 자비라고 여기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부처님의 가르침을 당당하게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 굳은 신심과 정진, 원력으로 부처님의 법이 우주 최고의 진리임을 스스로 경험해야 한다. 그리고 내 가족, 이웃, 인연들에게 확신에 찬 음성으로 전법해야 한다. 종단에서나 사찰에서는 부처님의 법이 외도들의 종교나 신앙보다 바른 진리이며 그들의 믿음과 논리가 왜 틀렸는지를 비교, 분석, 교육시켜야 한다.

대웅전의 불상을 우상이라고 저주하는 저들에게 종교인으로서의 양심을 기대하지 않는다. 인류 역사상 저들은 단 한 차례도 이웃 종교를 화합과 공생의 상대로 여긴 적이 없다. 이제는 안이하고 어리석은 미망의 꿈에서 깨어나자.

목종 스님 부산 대광명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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