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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피해 아동 보듬는 자비 공간 ‘문수의집’

기자명 법보신문
  • 복지
  • 입력 2010.11.09 16:07
  • 댓글 0

구미아동보호전문기관과 연계해 피해아동 보호
‘선생님’ 아닌 ‘큰엄마’…제2의 가정 역할 수행

 
문수의집 입소 아동들이 6월 30일 구미 대둔사 산사음악회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11월 19일은 세계아동학대예방의 날이다. 신체적, 정신적, 성적 학대를 받은 아이들을 보호하고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켜 더 이상 사회의 어두운 그늘에서 고통 받는 아이들이 없길 바라는 취지로 제정됐다.

사실 아동학대의 실상은 사회적으로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올 초 국민들을 경악케 했던 나영이 사건에 이어 잇따라 터진 성폭행 사건들로 사태의 심각성을 유추할 뿐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가정이라는 테두리 속에서 알게 모르게 일어나는 학대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이 위탁운영하고 있는 경북구미아동보호전문기관(관장 공곡) 육연수 팀장은 “우리나라 정서상 양육을 위한 보호자의 체벌은 일정부분 용인되고, 학대의 수준임에도 가정사로 치부하여 신고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며 “아동학대는 비단 가해성인과 피해아동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인식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불교계 운영시설 가운데 학대 피해아동을 입소 보호하는 대표적 시설은 문수의집이다. 정식 명칭으로는 ‘요보호아동그룹홈’이지만 지역 내에서는 통칭 ‘행복한 문수의집’으로 불린다. 보호자나 성인으로부터 신체적, 정신적 상처를 입은 아이들이 학대 현장에서 벗어나 가정형태의 안전한 환경에서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머무르는 곳이기 때문이다.

문수의집은 2001년 전국사회복지공동모금회 기획사업으로 선정되면서 문을 열 수 있었다. 2년 후 공동모금회의 지원기간은 만료되었지만, 2년 간의 운영으로 그 필요성을 절감한 관계자들은 문수의집을 유지, 자체적으로 운영키로 결의했다. 이어 2003년 법등 스님을 초대시설장으로 그룹홈 설치인가를 받으면서 본격적인 아동학대그룹홈으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됐다.

입소정원은 7명에 불과하지만 문을 연 이후 상처입고 버림받은 수많은 아이들이 문수의집을 거쳐갔다. 가깝게는 친부모부터 이웃집 아저씨, 어린이집 선생님, 친인척까지 성인에 의해 다양한 방법으로 학대를 당한 아동들은 경북구미아동보호전문기관의 사례판정위원회를 거쳐 문수의집으로 연계, 보호된다.

협박이나 윽박지름 등 잘못된 양육법으로 인해 위축되고 자존감이 저하된 정서적 학대 피해아동부터 친아버지로부터 성적 학대를 당한 여아,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쇠파이프 등으로 폭행하는 등 상습적인 신체적 학대를 당한 아동, 아버지의 방임으로 정신지체장애 3급 수준의 지적능력 저하를 보이는 아동 등 그 사례의 다양성 만큼이나 가슴아픈 사연도 많다.

문수의집이 단지 아동들을 보호하는 역할만 수행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학대로 인한 트라우마(사고 후 남는 정신적 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외부상담기관과 연계한 상담, 심리치료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학대로 인해 받은 충격과 상처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 무거운 짐이기에, 문수의집 종사자들은 치료와 별개로 개별상담을 통한 정서적 지원활동을 일상 속에서 수행해 나간다  입소아동들은 종사자를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않고 큰엄마, 이모 등 가족적인 호칭을 사용한다. 조금이나마 심리적 간격을 좁히고 마음을 열게 유도하기 위한 배려다.

문수의집 백경민 생활재활교사는 “문수의집은 아이들에게 최대한 가정적인 느낌으로 다가가기 위해 일반가정집에서 현판도 없이 운영하고 있다”며 “상처받은 아동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타인에 대한 불신을 버리고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정서적 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불교계에는 문수의집과 경북구미아동보호전문기관 이외에 경기남양주아동보호전문기관과 이와 연계 운영 중인 쉼터가 있다. 232㎡ 규모의 쉼터는 일시청소년쉼터로 운영되던 공간으로, 아동보호전문기관과의 유기적인 업무체계를 위해 2007년부터 통합 운영되고 있다.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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