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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시론] 4대강 토목사업과 자비

기자명 법보신문

사상 최대의 복지예산. 이명박 정부가 국회에 2011년 예산안을 제출하며 언죽번죽 공언한 ‘자부’다. 대통령부터 장차관들이 말끝마다 ‘친서민정부’와 ‘공정사회’를 강조하고 있기에 내년 복지예산을 사상 최대로 늘렸다고 ‘오해’하기 딱 십상이다.

여기서 정치라면 눈살을 찌푸릴 사람을 위해 미리 밝혀두고 싶다. 지금 특정 정당에 대한 호오를 이야기하자는 게 아니다. 팔정도의 정어, 곧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제안을 하고 싶을 뿐이다. 그 거짓말이 정부 차원에서 자행된다면, 문제는 더 심각하기 때문이다.

사상 최대의 복지예산이란 주장이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다. 절대 액수에서 늘어난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따진다면 2011년 예산 자체가 사상 최대 규모다. 해마다 예산이 늘어나는 게 자연스럽지 않은가. 복지예산이 늘어난 것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문제는 다른 예산에 견주어 복지예산이 얼마나 늘어났는가를 살펴야 옳다. ‘친서민’이나 ‘공정’을 내세우고 있기에 더 그렇다.

정부 예산에서 복지예산 비중은 2005년 이후 해마다 평균 13.1%씩 늘어났다. 하지만 2011년 예산안은 연평균 증가율의 절반도 안 되는 6.2%에 그치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늘어가던 복지예산 흐름이 갑작스레 곤두박질한 셈이다. 그나마 내년에 늘어난 5조원을 짚어보면 한숨마저 나온다.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연금지출이 2조 2천억원이다. 주택에 배정된 지출까지 빼면 복지예산 증가분은 1조3000억원에 지나지 않는다. 증가율 4%로 전체 예산 증가율(5.7%)보다 낮다. 가파르게 치솟는 물가인상률을 고려하면, 정부의 자화자찬과 달리 내년 복지예산은 사실상 동결이다.

문제는 그러면서도 4대강 예산을 10조원 남짓 배정한 데 있다. 올해 국민 혈세 8조1968억 원을 쏟아 부은 4대강 예산은 내년에 1조3779억(16.8%)이나 급증했다. 정부도 눈치가 보여서일까. 빗발치는 비판 여론을 피하려고 ‘4대강 예산’을 3.3조원으로 표기했다. 하지만 한국수자원공사에 떠넘긴 3조8천억 원도 엄연한 4대강 사업비다. 정부 각 부처에 숨어있는 예산을 합치면 9조원이 훌쩍 넘는다. 거짓말을 대놓고 하는 꼴이다.

더러는 그래봐야 얼마 되느냐고 사뭇 통 큰 행세를 한다. 하지만 냉철하게 짚어보라. 4대강에 9조원이나 쏟아 붓기에 줄어드는 예산들이 있다. 구체적으로 보자.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에게 돌아가는 생계급여 예산을 2조4491억원에서 2조4459억원으로 삭감했다.

생각해보라.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에게 돌아가는 돈마저 줄이는 정부를 어떻게 ‘친서민’이라 부를 수 있겠는가. 그들이 ‘공정’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대책도 찾기 어렵다. 정부가 앞장서서 일자리 창출에 나서야 마땅할 상황에서 되레 ‘일자리 창출 예산’을 올해 2조7270억 원에서 2조5163억 원으로 2108억원(7.7%) 삭감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중소기업 금융 지원예산도 줄였다. 기초생활 수급자와 실업자, 중소기업에 지원할 돈을 슬그머니 깎아 4대강 토목사업에 돌리는 예산을 어떻게 보아야 옳을까.

많은 불자가 오늘도 자비를 실천하고 있다. 집착을 버리며 자비를 실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다만, 개개인의 자비 실천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만일 우리가 낸 세금으로 더 많은 사람이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보편적인 자비의 실천 아닐까?

지금 이 순간도 4대강 토목사업은 생태계를 살천스레 파괴하고 있다. 불교를 비롯해 종교인들이 앞장서서 반대하는 까닭이다. 하지만 정부는 막무가내다. 도움이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들어가야 할 정부예산까지 깎아 4대강 토목사업에 쏟아 붓겠단다. 이명박 정부에게 깨우침의 죽비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오늘이다.

손석춘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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