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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에게 불교는 무엇일까?

기자명 법보신문
  • 법보시론
  • 입력 2010.12.21 10:32
  • 수정 2010.12.21 10:47
  • 댓글 0

1980년. 전두환이 앞장선 이른바 ‘신군부’의 정권 탐욕이 극한에 이르렀을 때다. 광주의 5월을 피로 물들인 정치 군부는 곧이어 노골적으로 언론장악에 나섰다. 언론 검열에 저항하던 기자들을 솎아내고 신문과 방송을 자신들의 의도에 따라 재편하기 위해서였다.


언론통폐합도 그 연장선이다. 당시 정치군부의 한‘실세’는 통폐합 대상인 언론사들로부터 각서를 받기 위해 내로라하는 신문사 사주들을 보안사령부로 불렀을 때를 회고한 바 있다. 그는 신문사 사주들을 불러들일 때 내심 긴장했었단다. 그런데 그것이 한낱 기우였음을 곧 확인할 수 있었다. 보안사에 들어온 언론사 사주들이 아무런 항변조차 없이 순종하며 스스로 문을 닫는다는 각서에 사인했기 때문이다. 그 실세는 자신의 말이 “썩은 호박에 칼 들어가듯 쑥쑥 먹혀들었다”고 표현했다.


그래서였다. 군부는 자신들이 언론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실제로 언론사 사주들과 손잡고 저항적 언론인들을 대량 해직한 전두환 정권은 1980년대 전반기 내내 언론을 권력의 시녀로 부릴 수 있었다. 언론이 전혀 두렵지 않았기에 언론사 편집국에 이른바 ‘보도지침’을 날마다 내려 보낼 만큼 제멋대로 농락했다. 하지만 그들이 미처 살피지 못한 게 있다. 진실을 올곧게 보도하려는 몇몇 언론인들의 기개가 그것이다. 마침내 6월대항쟁은 언론 통제가 얼마나 불가능한가를 입증해주었다.


2010년. 기독교근본주의자인 이명박 장로가 대통령으로 앉은 정부에서 불교가 온갖 수모를 당하는 살풍경을 보며 문득 1980년의 언론이 떠올랐다. 물론, 당시와는 여러모로 조건이 다르다. 언론통폐합이나 1980년 법란이 다시 일어날 만한 상황은 전혀 아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폭력으로 예산안을 날치기 처리한 살풍경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톺아보게 한다. 무엇보다 국민이 낸 혈세를 쓰는 예산안을 아무런 심의조차 없이 힘으로 통과시킨 집권세력의 작태는 민주주의에 대한 원천적 유린이다. 더구나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을 비롯한‘실세’들의 예산은 날치기 과정에서 마구 늘렸다. 반면에, 결식아동 급식비 전액 삭감이 상징하듯이 서민들에게 돌아간 예산 항목들은 아예 없애거나 대폭 줄였다.


그 과정에서 템플스테이 예산도 삭감됐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자승 총무원장을 찾아왔을 때, 마치 ‘선심’이라도 쓰듯이 공개적으로 약속한 예산이다. 파문이 커지자 저들은 미처 챙길 시간이 없었던 데서 온 실수라며 언구럭부리고 있다. 조계종이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서자 삭감된 예산을 다른 방법으로 보전해주겠단다.


어떤가. 조계종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이 적절하게 비유했듯이 조계종을 ‘원숭이 집단’으로 여기는 오만의 극치다. 총무원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관계자들의 출입을 제한하는 펼침막을 조계사 들머리에 내걸었다. 문제의 핵심은 4대강 예산이고 그것을 중단할 때까지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고 결연하게 밝힌 것도 시민사회의 박수를 받고 있다.


문제는 시민사회가 총무원을 바라보는 속내다. 많은 사람이 조계종의 단호한 의지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확신을 갖고 있지 못하다. 시민사회에서 애면글면 운동을 오래해온 사람들일수록 더 그렇다.

 

▲손석춘 연구원장
현장에서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시민사회가 그러할 진대 하물며 저들은 불교를 어떻게 바라보겠는가. 저들의 시선으로 불교의 오늘을 성찰해볼 때다. 앞으로 더 이상 수모를 당하지 않으려면, 껄끄럽지만 가혹하게 자신에게 물음을 던질 때다. 저들에게 불교가 혹 ‘썩은 호박’처럼 보이진 않았던가?

 

손석춘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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