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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던질 각오로 기도하고 정진하라

기자명 법보신문
▲포교학 개론

포교하겠다고 승려가 된 사람이 있을까? 모두가 하나 같이 ‘도인’이 되겠다고 먹물 옷을 입는다. 포교에 관한한 불교는 여타 종교와 사정이 다르다. 불교는 성불을 지고의 목표로 한다. 포교는 그 다음이다. 다른 종교인들은 하나님 되려고 종교를 갖지는 않는다. 성불을 지향하는 불교이기에 대부분의 신도들도 포교에 관한한 관심이 별로이다. 절에 다니는 불자들 가운데 절에 가자고 권하는 신도를 봤는가.


나는 승려가 되기 전 단 하루도 불자였던 적이 없다. 도피생활을 하다 산 속으로 스며들어 부처님 법이 좋아 승려가 됐다. 부처님 말씀을 공부하면서 ‘왜 이 같이 훌륭한 가르침이 펼쳐지지 않고 있는가?’ 참으로 이상했다. 아마도 내가 산속에 살던 도망자 세월이 아니었다면 불교를 모른 채 죽었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여타 종교를 믿는 종교인들은 불교가 뭔지도 모르고, 우리의 전통과 역사도 제대로 모른 채 자기들 것만이 최고로 아는 편견과 아집, 독선으로 가득하다. 물론 자기들만의 종교가 최고라 한다면 다른 종교를 들여다 볼 이유나 필요가 없다. 그들만의 종교로도 얼마든지 잘 살다가 죽을 수 있으니까.


포교현장에 있어 본 사람은 안다. 특히 도심에서의 포교는 가히 전쟁이다. 그러나 지역마다 특성이 다르고 종교에 대한 관심도 다르니 나의 얘기가 전체 모든 포교에 해당하는 것이 아님을 유념해 읽길 바란다.


먼저 포교라는 것은 선의든 악의든 경쟁이다. 주변 종교단체와의 경쟁이라는 점을 의식하지 않으면서 뛰어들면 낭패다. 포교를 시작할 경우 무엇보다 먼저 생각해야 될 것은 기존의 개신교, 가톨릭 그리고 주변의 절들과의 관계다. 주변의 인구는 정해져 있는데 기득권 세력들에서 호의적이겠는가. 주변 교회와의 갈등, 주변 절과의 반목상태를 어떻게 슬기롭게 이겨내야 할까? 이점이 참으로 중요한 성패의 분수령이라 할 것이다.


선의든 악의든 경쟁자인 그들이 조그마한 포교당이라 해서 봐주지 않는다. 갖가지 이유로 부수려 한다. 그 같은 모든 저격병 내지는 반대세력들을 이겨내려면 진정으로 강해져야 한다. 강해지기 위한 비결은 있는가? 있다. 목탁을 들고 죽어라 기도하는 것이다. 공부하는 것이다. 그 길 밖에는 다른 길이 없다. 막다른 길, 부처님을 믿는 마음이 얼마나 굳건한지 스스로 늘 테스트하며 시험을 치러내는 굳건한 자세로 용맹정진해야 한다. 맹렬히 기도하며 연구하고 부처님께 간절히 내일의 문을 열어주시도록 발원하는 것이다. 목숨을 던지는 부루나의 정신이 서기 전에는 포교에 나서지 말라 부탁드리고 싶다.


포교는 선의든 악의든 경쟁이다. 여타 종교 그리고 주변의 사찰 등 외부와도 경쟁이지만 무엇보다 자신과의 전쟁에 져서는 안 된다.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수 없이 들더라도 그때마다 ‘이 일을 왜 해야 하는가’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나는 불교를 가르치지 않으면 도저히 불교가 살아남을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법을 가르쳐야만 한다는 것이 나의 운명적 판단이었다.


“가르쳐야 불교가 산다”, “펼쳐야 불교가 산다”고 외쳤는데 아랑곳하지 않는 불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죽기 살기로 달려든 일에 그 정도의 어려움은 나를 꺾을 수 없었다. 생명을 걸 각오로 시작해야 한다. 그 같은 의지가 없으면 포교전선에 몸을 던지지 말라. 오로지 부처님만 철석같이 믿고 나아갈 생각이 아니라면 절대 포교 전선에 발을 내딛지 말라. 이것이 나의 포교학개론 제1장이다.


▲지광 스님
지광 스님은
1980년 출가해 자운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청하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하고 송광사 방장 보성 스님으로부터 율맥을 전수 받았다. 1985년 능인선원을 개원하고 이듬해인 1986년 불교대학을 개설하는 등 교육을 통한 포교에 주력, 국내 최대 도심사찰로 성장시키는 등 ‘포교신화’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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